큰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기자 이법산 스님 / 서울
정각원장
큰스님이란
대선지식을 말한다. 대선지식은 시대의
정신적인 지도자다. 큰스님들이라고 하여
입적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유난히 지난
한해 불교계의 현시대 대표적 지도자격인
큰스님 여덟 분이 입적하였다. 작년 3월
한국 최고의 선수행도량이라고 할 수 있는
봉암사 조실 서암스님을 시작으로 11월
청정비구로 태고종을 지킨 덕암스님, 12월
영축총림 통도사의 방장 월하스님, 12월에는
임제선의 주창자로서 간화선 무차선회를
주간하였던 고불총림 백양사의 방장 서옹스님
등 종정을 지내신 4분의 큰스님과 9월에는
97세의 고승 파계사의 조실 고송스님,
10월에는 묵언과 장좌불와(長坐不臥)의
대표적 수행자였던 곡성 성륜사 조실 청화스님,
11월에는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내고 동국학원이사장인
정대스님, 12월에는 조계종의 원로의원인
범어사의 덕명스님 등 모두가 한국불교를
대표할 수 있는 어른이었기에 불교계는
물론 많은 국민들의 정신적 의지처가 되었던
분들이었기에 마치 한국 불교가 텅 비어버린
심정이다.
이
8분의 큰스님들은 수행자로써 승가를 대표하신
분들이며, 그들이 걸어간 수행적 자취나
교화의 가르침은 남아있는 자들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특히 마지막 남긴 열반송과
그 모습은 수행자의 마음에 새로운 경책이
되고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게 한다. 그러나
태어난 자는 반드시 가게되어 있고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무상의 도리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가신지 2500여 년이 지났으나
오늘날 인류가 대성자의 수행과 가르침을
익히며 수행함으로써 영원히 중생의 생명에
밝은 등불이 되고 있다.
항상
수행자의 자세를 잃지 않은 서암스님은
영원히 한국선승의 표본이 될 것이며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는
임종의 말씀은 여여(如如)의 자체를 체험하면서도
무언가 새로운 감회를 던져주었고, 시골
할아버지처럼 겸손하면서도 대쪽같은 주관을
가졌던 월하스님의 "한 물건이 육신을
벗어나니, 두두물물이 법신을 나투네.
가고 머무름을 논하지 말라, 곳곳이 나의
집이니라"는 말씀에는 무언가 굳은
의지가 느껴지며, 무위진인(無位眞人)이
되는 '참사람' 운동을 전개한 서옹스님은
선학과 선수행을 갖춘 전형적인 선승으로
"나, 이제 가야겠다"는 열반의
예시와 "임제의 한 할은 정안을 잃어버리고,
덕산의 한 방은 별천지가 끊어지도다.
이렇게 와서 이렇게 가니, 백학의 높은
봉에 달 바퀴가 가득하도다"는 임종게를
손수 쓰시고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선정에
든 모습으로 좌탈입망(坐脫入亡)하였으니
선승의 참모습을 모여 주고, '참 나' '참사람'의
의미를 깨우쳐주고 무여열반의 세계로
가셨다. 이번 서옹스님의 좌탈입망은 그동안
참선 수행하는 스님들에서 좌탈입망의
모습을 보인 스님이 없지 않았으나, 한국전쟁
당시 오대산 상원사에서 좌탈입망하신
조계종 종정을 지낸 환암스님 이후 가장
큰 충격으로 출가수행자 뿐만 아니라 국민과
세계인의 가슴에도 신성한 충격을 주고
있다.
어언
1700년을 지나 온 한국불교가 배불(排佛)과
법란, 그리고 정화와 개혁이라는 소용돌이를
거쳐오면서 퇴폐와 타락상으로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와 기사회생의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 때마다 위기를 극복하며 한 세대를
이끄는 고승대덕의 선지식이 있었기에
전통과 계승의 법맥이 면면히 숨쉬고 살아왔다.
근래에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위기 속에서
전통을 지키고 살아남기란 대단히 어려운
난간이 많았다. 특히, 정화라는 이름으로
일어난 자중지란은 세인들의 안목에 성직자로서의
면목이 부끄럽게 비쳐진 적도 적지 않았다.
이제 종단도 교육과 전통적 수행을 새롭게
전개하며 체계를 잡아가고 있고, 큰스님들의
노심초사에 출가수행자의 위상도 상당히
정제되어가며 신도의 교육과 포교로 재가
불자의 안목도 상당히 체계화 되어가고
있다.
비록
종정을 지내신 큰스님이 모두 입적하시고
모범적인 수행교화의 지도자 스님네가
한 해에 여덟 분이나 가셨지만 아직도
종단에는 현 종정으로 해인총림 방장인
법전스님과 조계종의 위기 때마다 화합으로
이끌어주신 칠보사 조실 석주스님과 선과
교를 겸비하신 직지사 조실 관응스님과
송광사 조계총림의 방장 보성스님, 수덕사
덕숭총림의 방장 원담스님, 범어사 조실
지유스님, 동화사의 범륭스님. 차세대
한국 선승의 보루로 부상되는 해운정사의
진제스님과 용화선원의 송담스님을 비롯한
제방 선원의 선원장 등 기라성 같은 선지식들이
있고, 교학을 담당하는 대강백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들이 한국불교를
이끌어 갈 것이다. 차제에 아직도 우리
곁에는 많은 훌륭한 한국 전통의 간화서풍을
진작하고 있는 큰스님들이 불조의 혜명을
이어가기 위하여 용맹정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큰스님들의 가르침을
잘 받들어 수행해야할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유교경(遺敎經)』에서
"자등명(自燈明)하고 법등명(法燈明)하라"고
하였다. 부처님과 역대 조사와 큰스님들의
수행이력을 본받고 가르침을 익히고 계승하며
수행과 교육 포교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