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은 내 것이다

정산 스님 / 불교문화대학 강사

요즈음 사회가 변해 가는 모습을 언론매체를 통해서 접하면서 혼돈 속에서 가치판단의 기준에 원칙이 흔들리는 것 같다. 옛날의 우리 선조들도 정치를 탓하면서 살고 또한 자신보다는 남을 원망하면서 살았겠지 하면서, 한편 시내에 산다니까 보게 되는 것이지 하면서도 이해하기가 힘들 때가 있다. 법구경의 한 구절을 생각하면서 함께 생각해보고 싶다.

 

옛날 어느 고을에 고집이 세기로 유명한 부부가 있었다. 그 부부에게 맛있는 떡 세 개가 생겼다. 부부는 서로 많이 먹으려는 욕심을 내면서 떡 한 개씩을 나누어 먹고 나머지 한 개를 서로 먹겠다고 입씨름을 벌였다. 그러다가 부부는 끝까지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한 개 남은 떡을 먹기로 했다. 그리곤 떡 한 개에 대한 욕심 때문에 하루 종일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밤이 되자 침묵으로 조용한 집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이 방으로 들어왔으나 부부는 입을 봉한 채 도둑이 하는 거동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도둑은 그들 부부를 이상히 여기면서도 아무 말이 없는데 용기를 얻어 자유스럽게 임무를 수행하다가 마침내 남편이 보는 앞에서 부인을 범하려고 하였다. 그래도 남편이 말이 없자, 참다못한 아내가 '도둑이야!'하고 고함을 치며 남편에게 대들었다.

"이 돼지 같은 미련한 사내야, 아무리 떡 한 개에 눈이 멀었기로서니"

그때 남편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

"떡은 내 것이야"

이 이야기는 백유경(百喩經) 중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백유경은 인도의 상가세나(僧伽斯那. Sanghsena) 스님이 5세기 초에 저술한 것을 그의 제자 구부릿디(求那毘地. Gunavrddhi) 스님이 중국으로 가서 서기 490년에 한역한 것으로 백구비유경(百句譬喩經), 백구비유집경(百句譬喩集經)이라고 한다. 백유경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흥미롭게 전개되어 웃음의 세계로 끌려 들어갔다가 마침내 우리들의 삶에 대한 과오를 깨닫게 하여 불교의 참뜻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이 떡은 내 것이야 !"

 이 얼마나 우스우며 미련한 이야기인가. 비유경의 이야기만 우스운지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자. 과연 우리는 이러한 과오를 저지른 경우가 없었던가.

작은 공동체내에서 서로의 영리와 이익을 위하여 대립하고 그 대립으로 인하여 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존립이 흔들리게 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아 오고 있다.  그 공동체 내부의 대립이 극심하여 본래 그 공동체가 가진 목적의식을 상실할 때 타 공동체는 이들을 자기 의도대로 쉽게 농락할 수 있게 된다. 소소한 적을 이기기 위하여 큰 적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부부가 합심해야 도둑을 물리 칠 수 있었을 것을, 오히려 도둑에게 부인을 내 준 채 "떡은 내 것이야 "하는 모습은 우리 민족과 불교의 역사에 있어서 아픈 상처를 보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적게는 한 공동체에게 피해를 입히지만 크게는 자중지란으로 이어져 커다란 손실을 가져오고 나아가 파멸에 이를 것이다.

8.15이후 자신의 정권욕을 채우기 위하여 외세를 등에 업고 우리의 군사통치권조차 주어 버린 채 "떡은 내 것이야" 하면서 정권연장의 물적 기반 마련을 위해서 몸부림하지는 않았던가. 과거 40년간 우리 민족을 짓밟은 강도들에게 아부하여 민족경제를 도탄에 빠뜨린 채 "내 떡이야" 하면서 급기야는 무장해제 되었던 강도들이 새로이 칼을 갈고 있음에도 그들이 강도 짓을 함으로써 '내 떡'을 만들 수 있다면 감수하려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오늘날 정계에서는 국민의 의견은 무시하고 서로의 권력획득을 위해 싸우고 큰 목적의식을 상실한 체 표류하고 있다.

 

종교계는 종교계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권력과 재력을 가진 강도들에게 정법과 도반을 팔고 떡 한 덩어리를 차지하려는 이들에게 의하여 침체와 타락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이 있어왔다. 그러나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보아야 한다. 강도의 힘을 얻어 떡을 얻는 이는 끊임없이 강도의 지배 하에 놓일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하여 모두 파멸할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한다. 국가는 국가로서 종교는 종교로서 단결과 화합으로서 큰 강도를 이겨나가는데 우리는 게으르지 말아야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해야 할 책임의 선두에 종교가 있기에, 종교는 종교로서 대 사회적 역할을 함에 부족함이 없도록 그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는 곧 정치적 경제적 가치 혼돈으로부터 판단의 혼미를 없애고 원칙과 질서를 근간으로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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