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상자의 비극

안양규 / 불교문화대 불교학과 교수

이 이야기는 붓다가 제타바나에 머물고 있을 때 코카리카(Kokalika)와 관련하여 말씀하신 것이다. 붓다의 두 상수 제자인 사리풋투라와 목갈라나는 붓다의 허락을 받아 코카리카의 처소에서 안거를 보내고자 하였다. 두 상수제자는 코카리카 비구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이 곳에서 두 상수제자가 안거를 보낸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다짐을 받았다. 코카리카 비구는 두 제자가 떠나던 날 사람들에게 두 상수제자가 머물다가 떠난다는 것을 알렸다. 사람들은 옷과 음식 등을 가지고 두 제자에게 공양하려고 했지만 두 제자는 받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에 여기 다시 오겠다고 하였다. 코카리카 비구는 신도들의 공양물을 아쉬워하며 두 장수 제자에게 불만을 품게 되었다.

 훗날 다시 약속대로 두 제자가 방문하자 사람들은 또 공양물을 가지고 두 제자에게 갔다. 이번엔 두 상수제자는 모든 공양물을 받았다. 코카리카는 자신에겐 공양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고 두 상수제자가 빨리 떠나기를 바랬다. 이것을 눈치챈 두 제자는 떠났다. 이것을 본 사람들은 코카리카 비구를 내쫓아 버렸다. 코카리카 비구는 붓다를 찾아와 "사리풋투라와 목갈라나는 욕심이 많다"고 비난하였다. 붓다는 그렇지 않노라고 하며 설득했지만 코카리카는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코카리카는 몸에 종기가 생기고 고통스러워하다가 죽어 지옥에 떨어졌다. 비구들이 모여 코카리카의 인과응보에 관해 이야기하자 붓다는 전생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라고 말하며 코카리카의 전생담을 들려주었다.

 

아주 먼 옛날에 브라흐마닷타 왕이 베나레스를 통치하고 있을 때 보살은 재상의 가문에 태어났다. 장성하여 보살은 정치적인 문제나 종교적인 주제에 대하여 왕에게 상담을 해 주는 왕사가 되었다. 보살이 섬기던 왕은 매우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왕이 입을 열어 말을 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은 말 할 기회를 가질 수가 없었다. 보살은 왕의 지나친 수다를 바로 잡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 때 히말라야 산의 연못에 거북이가 한 마리 살고 있었다. 젊은 두 마리 야생 오리는 연못에 와서 먹이를 구하였다. 그래서 거북이와 야생 오리들은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어느 날 야생 오리 두 마리는 거북이에게 제안했다. "친구여! 우리는 히말라야국의 아름다운 산의 금빛 동굴에 살고 있다. 우리의 처소는 너무나 아름답고 즐거운 곳이다. 우리 집에 오지 않겠느냐?" "나는 날 수가 없는데 어떻게 갈 수 있을까?" "내가 입으로 막대기를 물고, 그 막대기의 양끝을 우리가 물고 공중으로 날아간다면 너를 데리고 갈 수 있지."

거북이는 오리의 제안에 즐거워하며 나무 막대기를 자신의 입으로 굳게 물었다. 오리 두 마리가 거북이를 데리고 하늘로 날아가는 광경을 본 사람들이 외쳤다. "두 마리 오리가 막대기로 거북이를 데리고 날아간다." 사람들의 외침에 거북이는 대답하고 싶었다. "내 친구들이 나를 데리고 날아가고 있는데, 너희들이 무슨 상관이냐. 이 멍청한 녀석들아!" 그 때 마침 아주 빠른 속도로 오리들은 거북이를 데리고 베나레스의 왕궁 위로 날아가고 있었다. 거북이는 말을 하고 싶어하는 나머지 막대기를 물고 있던 입을 벌리게 되었고, 그 순간 왕궁의 정원에 떨어져 두 동강이가 나게 되었다.

거북이가 하늘에서 떨어져 조각이 났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왕은 보살을 데리고 거북이가 떨어진 장소를 방문했다. 떨어져 죽은 거북이를 보며 왕은 보살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여 거북이가 하늘에서 떨어져 죽었을까?" 보살은 이번 기회에 왕의 수다를 고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말했다. "위대한 왕이시여! 끝없이 지껄이는 수다 상자는 이런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왕이 거북이가 자신을 의미하느냐고 묻자 보살은 정직하게 말했다.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이든, 다른 사람이든 정도를 넘어선 말을 하는 자는 누구든지 거북이와 같이 비참한 종말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왕은 그 이후로 말을 삼가게 되고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말만하게 되었다.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불필요한 말을 하게 되면 생명까지도 잃게된다는 거북이의 이야기는 인도뿐만 아니라 유럽, 중동아시아 등 여러 나라에 알려져 있다. 그 만큼 말이 가지고 있는 위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널리 회자되었던 것이다. 어떤 상황에 적합한 말은 큰 힘을 발휘하며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 수도 있다. 반면에 적절하지 않은 말은 오해나 갈등을 야기한다. 대개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내뱉은 말은 후자에 속하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붓다는 오계 중 불망어계(거짓말을 하지 마라)를 가르치고 10선업 중에선 다시 구업을 세분하여 불망어, 불양설(이간질시키는 말을 하지 말라), 불악구(욕설을 하지 마라), 불기어(꾸며대는 말을 하지 마라)를 가르치고 있다.

말이라는 것은 입으로 내뱉어진 것을 일반적으로 의미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머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생각도 말이다. 머리 속에서 생겨난 생각이 입으로 표현된 것이 일반적인 말이라고 한다면 이런 일반적인 말의 이면에는 머리 속의 생각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불필요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붓다는 법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려면 침묵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법에 대해서 생각하고 말하는 것 이외의 말들은 불필요한 수다인 셈이다. 불법 이외의 것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수다쟁이 상자 (말만 지껄이는 상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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