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가 갖추어야 하는 다섯 가지 덕목 -신심,
건강, 진지함, 노력, 지혜- 김재성
스님
/ 불교대학 선학과 강사
초기의
부처님의 말씀을 보면 정진하는 수행자가
지녀야 하는 다섯 가지 덕목이 제시되어
있다. 이 덕목은 팔리어로 빠다니야앙가(padhaniyangani)라고
하는데 출가/재가의 수행자들이 지녀야
하는 덕목으로 제시되었다. (『증지부』
AN III, 65; 『장부』 DN III, 237)
다섯
가지는 신심(saddha), 건강(appabadha),
진지함(asatho), 노력(viriya), 지혜(panna)를
말한다.
첫째,
믿음이란 불법승 삼보에 대한 믿음, 특히
자신이 선택한 수행법에 대한 믿음을 말한다.
삼보에 대한 믿음의 가장 바탕이 되는
것은 부처님의 깨달음에 대한 믿음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셨고, 모든 괴로움을 소멸시키셨다는
믿음이다. 그리고 그 분의 가르침은 바로
괴로움의 소멸을 지향하고 있다는 믿음이
법에 대한 믿음이다. 법을 듣고 수행을
해서 자신의 괴로움을 소멸시킨 고귀한
제자들인 승가에 대한 믿음이 승보에 대한
믿음이다. 수행자는 이와 같이 삼보에
대한 믿음과 수행법에 대한 믿음을 지녀야
한다.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한 믿음은 그
길을 제대로 가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다.
둘째,
건강이란 신체적 정신적인 건강을 말하는데
노력할 수 있는 정도의 심신의 건강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마음의 향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육체적인 건강과 함께 정신적인
건강도 전제가 되어야 한다.
셋째,
진지함이란 자신의 수행에 대한 솔직함과
곧은 자세이다. 자신이 경험하고 이해한
것을 있는 그대로 지혜를 갖춘 스승이나
수행 동료에게 솔직하고 진지하게 드러내야
수행은 향상될 수 있다. 상상이나 추측,
철학적 분석 등은 직접적인 수행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이 경험하고 발견한 수행체험을
솔직하게 이야기 할 때 수행지도를 받을
수 있다.
넷째,
노력이란 괴로움의 소멸을 이루는데 이롭지
못한 행위[不善法]들은 없애고, 이로운
행위[善法]는 갖추려고 노력 정진하는
것을 말한다. 즉 수행자는 네 가지 정진[四正勤]을
갖추어야 한다.
다섯
째, 지혜란 고귀하며, 옳고 그름을 분명히
결정하고, 올바르게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게
하는, 현상들의 생멸에 대한 체험적인
이해를 말한다.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기 위해서는 오온(五蘊)이나
십이처(十二處)라는 심신의 모든 현상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달리 말하면, 모든 현상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무상(無常)에 대한
체험적인 이해가 있을 때 괴로움의 소멸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수행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이미 믿음과 정신적,
육체적인 건강이 전제가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수행을 시작하는 이가 믿음도
없고 건강하지도 않다면, 이 두 가지 덕목을
미리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부처님의 깨달음에 대한 믿음은 불교의
수행을 선택하는 이에게는 관문이 되는
만큼 자신의 믿음을 살펴보아야 한다.
불교의 수행에 대하여 믿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하더라도 적어도 부처님이 오직 법을
듣는 사람들을 위해서 가르침을 주셨다는
인간적인 신뢰만이라도 있다면 수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지속적이며 강한 노력을
하지 못한다. 마음의 건강도 마찬가지이다.
이 때, 완전한 건강 상태라기보다는 추위나
더위, 음식을 소화시킬 수 있는 정도의
육체적인 건강과 자신의 마음을 조절하여
수행에 집중할 수 있는 정도의 정신적
건강이 갖추어지면 된다.
수행자는
수행 도중에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되는
데, 이 경험한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스승이나
동료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경험하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서 이야기한다거나,
남의 경험을 마치 자신의 경험처럼 이야기한다면,
수행은 제대로 진행될 수 없을 것이다.
길 안내를 받으려면 자신이 서 있는 곳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수행을
하다보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몸은 익숙하지 않은
자세 때문에 여기저기서 통증이 생겨나며,
마음은 쉬지 않고 피어나는 생각들 때문에
수행의 대상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정진의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 몸의 통증은 수행을 시작해서 3-4일
정도 지나면 조금씩 덜어지게 되므로 그리
걱정할 것은 아니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생각들도 수행을 열심히 하는 수행자에게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가라앉게 된다.
이처럼
노력을 해나가면,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의 무상한 본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관찰하지 않아도 우리는 우리의
경험이 무상하고,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수행을 통해서 파악되는
생멸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우리는 현상에
매몰되지 않고 그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하게 된다. 경험하는
현상을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우리는
현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괴로움의 소멸이라는 열반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수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수행자가 지녀야
할 다섯 가지 덕목을 지니고 훌륭한 안내자인
선지식과 함께 간다면 반드시 스스로 그
결실을 거두게 된다. 부처님이 제시해주신
법은 잘 설해져 있으며, 스스로 검증할
수 있고,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그 결과를
맛볼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신심, 건강, 진지함, 노력, 지혜라는 다섯
가지의 덕목을 스스로 갖추어 한 가지
법의 맛인 괴로움의 소멸을 이루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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