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다!
법기 스님 / 천불사 전등원

참 좋다! 언젠가부터 이 말을 참 좋아하게 됐습니다. 너무나도 흔하게 쓰는 말입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이 표현보다 더 좋은 표현은 없을 겁니다.

자주 쓰는 말이지만 항상 생각해 봅니다. ‘참 좋다!’ 맛이 참 좋다, 경치가 참 좋다, 보기에 참 좋다, 기분이 참 좋다.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살아가면서 이런 말만하면서 살면 정말 좋을 것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좋고, 부처님 법을 만나서 좋고, 부처님 말씀을 들을 수 있어서 좋고...

아침에 일어나서 예불을 모시고 나서 그 느낌이며, 푸르른 대 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 마시며 일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며 너무나도 좋은 것 들 뿐입니다.

좋은 경계를 만나면 좋은 기분이라서 좋은 것이고, 힘들거나 어려운 경계를 만나면 나를 공부시켜 주는 것이라서 좋고, 다가오는 경계들이 모두 좋은 것 들 뿐입니다.

순간순간 주인공자리 살피면서 일체 모든 것을 주인공 자리에 맡기고 나면 그 역시 좋은 것 들 뿐입니다.

담아도 담아도 넘치지 않고, 나누고 또 나눠도 모자라지 않는 그 풍요로운 주인공자리 또한 너무나도 좋은 것입니다.

우리들은 좋은 마음, 싫은 마음, 괴로운 마음, 힘들다 느껴지는 마음 이 모든 마음들에 끄달려 너무나도 어리석게 살아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러한 마음들은 한순간이지 영원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끌려 다니기만 합니다. 내가 찍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하고 마냥 조연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좋은 마음이 일어나면 좋다는 것에 헤메이고, 나쁜 마음이 일어나면 나쁘다는 것에 헤메이고 기쁘다, 슬프다, 즐겁다, 괴롭다 하는 마음 따라 헤메이고.... 정작 고요한 내 마음은 보지도 못하고 그러한 마음들에만 끄달려 살아갑니다. 그 모든 마음들을 모두 주인공에게 맡겨 보면 언제나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한 존재들, 사람으로 태어나서도 부처님을 만나지 못한 존재들, 부처님 법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좋은 말씀들을 듣지 못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들은 참으로 복 받은 사람들입니다.

스스로에게 감사 할 줄 알고, 모든 것을 주인공 자리에 믿고 맏겨 보세요. 우리의 삶이 좀더 풍요롭고 여유로워질 것입니다. 늦은 밤 이 글을 쓰는 이 마음 참 좋다라는 느낌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습니다. .

하루하루 살아가며 기도하고 수행하는 불자님들의 모습에서 부처님을 뵙게 됩니다. 조석으로 예불을 모시며 생활 속에서 절 수행이라든지 염불수행이라든지 독경 수행이라든지 참 다양한 모습으로 수행을 하게 됩니다.

6년 전 청년회 법회에 다닐 때 법사스님께서 하시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우리들은 살면서 우리들 마음속 부처님 주인공을 찾고자 간절한 마음으로 수행을 하며 살고 있단다. 그 수행 속에서 주인공 자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수행이 생활이 되어선 안 된다. 수행이 삶이 되어버린다는 건 수행자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장애일 것이다.”

그땐 그 말씀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지 못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스님께서 말씀하신 수행이 생활이 되어선 안 된다는 그 말씀이 너무나도 마음속에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수행이 생활이 된다는 말은 수행에 진전이 없음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매일같이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니를 채우고, 밤이 되면 잠을 자고, 새벽이 되면 예불을 모시고, 출근시간이 되면 출근을 하고, 학교에 가면 공부를 하고......생활 속에서 수행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처음 마음먹었던 것을 잊은 채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급급해 하고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가 되었으니까 밥을 먹고, 일을 해야할 시간이 되었다고 일을 하는 것. 이런 생활을 하다보면 당연히 수행은 점점 멀어지기만 하고 수행 자체가 생활이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순간 순간에 주인공자리를 바라보며 온전하게 자신의 마음자리를 들어다보며 좋은 마음 나쁜 마음들을 놓고 가야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수행이 생활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들의 생활 자체가 수행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밥을 먹을 때도 주인공을 찾는 마음을 내야하고, 일을 할 때도 주인공 찾는 마음을 내고, 신문을 보거나 화장실에 가서도 주인공을 관(觀)해야 할 것입니다. 때가 되어 하는 것이 아닌 매순간 주인공 자리를 관(觀)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끊이지 않고 두들겨야만 우리는 주인공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주인공을 만나야만 우리들의 삶이 더욱 여유롭고 지혜로워질 수 있는 것입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마냥 쓸쓸하기만 합니다. 다가오는 겨울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아침저녁 쌀쌀한 날씨에 몸 건강히 정진하시길 바라고, 순간순간 각자의 마음자리 잘 살펴 이 글을 함께 하시는 모든 불자님들이 대 자유인의 길을 걸어가시길 부처님 전에 두 손 모아 간절히 간절히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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