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불자의 1일 출가수행 8관재계
최법혜 스님 / 경주 정각원장

재가 불자가 받는 계(戒)에는 5계와 8재계(齋戒)가 있다. 8재계는 8관재계(關齋戒)라고도 한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여 오계를 받고 우바새(남자신도) 우바이(여자신도) 즉 불교신도가 되어 부처님을 가까이 하고 승단을 보호한다. 그리고 더욱 신심이 돈독한 신도는 월 6회(8. 14. 15. 23. 29. 30)의 6재일에 사찰에 출가하여 8계를 받고 1일(日) 1야(夜) 즉 하루 낮 하루 밤 동안을 스님들과 똑같은 수행을 하는 것을 8재계 혹은 팔관재계라고 한다. 여기에서 ‘관(關)’이란 ‘금하고 막는다’는 뜻으로 여덟 가지를 금하고 막는다는 말이며, ‘재(齋)’란 오후에는 음식물을 먹지 않는 등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하여 8재계를 지키는 일을 돕는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수행의 목적은 몸과 말과 마음의 3업(業)을 잘 가다듬어 몸(身)에는 부정(不淨)이 없고 입(口)에는 허물이 없으며 마음(意)에는 번뇌가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8재계는 계를 설하는 포살(布薩) 의식을 통하여 행하게 된다. 율장에 따라 8계의 순서와 내용이 약간은 다르게 전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조계종의 『수계의범』(1984. 동곡일타 편역)에 의하여 그 내용을 약간 쉽게 번역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8재계의 계의 내용은 재가 5계인 불살생(不殺生), 불투도(不偸盜), 불사음(不邪淫), 불망어(不妄語), 불음주(不飮酒)에 3계를 추가한 것인데 다만 재가 5계 가운데 제3의 ‘불사음’계를 ‘불음(不淫)’의 계로 바꾸어 받아 하루 동안은 부부가 별거하여 수행하게 된다.


[8재계]

첫째, 모든 부처님께서는 수명이 다 하도록 살생을 하지 않으셨습니다(不殺生). 저희들은 비록 하루 낮 하루 밤 동안이지만 살생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 계를 지키겠습니다.

둘째, 모든 부처님께서는 수명이 다 하도록 주지 않는 것을 훔치지 아니 하셨습니다(不偸盜). 저희들은 비록 하루 낮 하루 밤 동안이지만 도적질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 계를 지키겠습니다.

셋째, 모든 부처님께서는 수명이 다 하도록 음욕을 하지 않으셨습니다(不?). 저희들은 비록 하루 낮 하루 밤 동안이지만 음욕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 계를 지키겠습니다.

넷째, 모든 부처님께서는 수명이 다 하도록 거짓말을 하지 않으셨습니다(不妄語). 저희들은 비록 하루 낮 하루 밤 동안이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 계를 지키겠습니다.

다섯째, 모든 부처님께서는 수명이 다 하도록 술을 마시지 않으셨습니다(不飮酒). 저희들은 비록 하루 낮 하루 밤 동안이지만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이 계를 지키겠습니다.

 여섯째, 모든 부처님께서는 수명이 다 하도록 꽃다발(花?)이나 장신구(瓔珞: 액세서리)로 몸을 꾸미지 않고 그리고 향수 등으로 화장을 하지 않으셨습니다(不着花?瓔珞香油塗身). 저희들은 비록 하루 낮 하루 밤 동안이지만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 계를 지키겠습니다.

 일곱째, 모든 부처님께서는 수명이 다 하도록 높고 좋은 침상이나 와구(臥具)를 쓰지 않으셨으며 또한 노래하고 춤추고 기악(器樂)하는 것을 보고 듣지도 않으셨습니다(離高廣大床 離歌舞觀聽). 저희들은 비록 하루 낮 하루 밤 동안이지만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 계를 지키겠습니다.

 여덟째, 모든 부처님께서는 수명이 다 하도록 때가 아닌 때에 먹지 않으셨습니다(不非時食). 저희들은 비록 하루 낮 하루 밤 동안이지만 오후에는 먹지 않겠습니다. 이 계를 지키겠습니다.


라고 맹세를 하고 깨끗한 하루를 보낸다. 8재계를 받은 사람을 성자인 아라한의 근처에 산다는 뜻으로 ‘근주(近住)’라고 하고 또한 선근공덕을 증장하고 양육한다는 뜻으로 ‘장양(長養)’이라고 한다.

그러나 비록 하루 동안이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려고 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가정을 떠나 모든 시설이 불편한 사찰에서 하루 낮과 밤을 보낸다고 하는 것은 부처님께 가까이 가려고 하는 선근(善根)의 믿음이 아니고는 불가능 한 일이다. 얼굴에 아무런 화장도 못하고 귀고리 등 아무런 액세서리도 착용하지 못하고 오후가 되면 음료수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그리고 밤에는 침대가 아닌 방바닥에서 잠을 자야만 한다. 왜 무엇 때문에 이러한 고행을 해보려고 하는가? 우리들은 세속에서 가정을 이루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애욕의 인연에 얽히어 자신을 돌아 볼 기회가 없었다. 단 하루만이라도 자신을 비롯한 모든 관계의 인연들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바라 볼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즉 짧은 하루이지만 일생을 수행하는 수행자처럼 세속적인 가치관을 출세간적으로 전환하여 지혜의 안목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그리고 삶에 대한 올바른 목표를 세워야 한다.

현대인들은 풍요로운 물질 속에 살면서도 감사와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더욱 빈곤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그것은 마음의 안정 즉 안심입명(安心立命)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정윤리가 무너지고 사회도덕이 타락하는 것은 물질을 마음 앞에 두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생활고에 못 이겨 노숙생활을 하고 또한 자살을 한다. 조금 넉넉한 사람들은 건강을 위하여 또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하여 스포츠 센터를 찾고 노래학원을 찾는다. 그러나 그러한 삶의 포기나 건강의 노력들은 소위 세속적인 방법이며 마음에 안정을 가져오는 출세간적인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월 6회의 재일에는 갈 수 없지만 월 1회 혹은 1년에 한번이라도 부부간 혹은 가족의 구성원들이 차례를 정하여 1일 출가의 팔관재계를 받는다면 그 가족들은 매우 행복하고 서로를 존경하는 행복한 가정이 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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