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을 바라보며
법장 스님 / 백양암 스님

우리나라의 불국정토인 남산에서 부처님께 조석으로 茶올리며 香올리고 계향(戒香), 정향(定香), 혜향(慧香), 해탈향(解脫香), 해탈지견향(解脫知見香) 하면서 예불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무한한 행복이며 즐거움이다.

 이 좋은 佛國土 부처님 동산인 경주 남산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금생(今生)만의 나의 염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무엇인들 금생(今生)만의 염원으로 성취되는 것이 있겠는가. 세세 생생의 인연과 업 그리고 발원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수행의 길목에서 매일 매일 반복되는 같은 일과에 허송(虛送)으로 보낸 아까운 시간은 없었나 돌아보면 새삼 새롭고, 그럴 때마다 남산 부처님 앞에 합장하는 그것만으로도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반겨주시는 남산의 부처님이시다. 흔히 부모님 은혜는 바다 같고 하늘같다고 하지만 승속(僧俗)을 막론하고 육신을 낳아준 부모도 바쁜 생활 속에 본의 아니게 소홀하면 서운해하고 서글퍼한다. 남산부처님의 如如하시고 푸근함은 세상에 견줄 곳이 없다. 新羅千年이래 변치 않는 그 따뜻함이시다. 항상하신 그 모습 그리워 묵향 빌어 그 은혜 찬탄하니 옛 도반들 함께 찬탄하고 칭송한다.

 남산에서 부처님과 함께 하니 명예도 학문도 그리고 구하는 것 적어지고, 마음도 풍요롭다. 남산의 부처님과 같은 하늘 바라보며 같은 달을 바라보니 이것이 바로 극락정토이다.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이런 환희(歡喜)와 평온(平穩)이 있다면 그야말로 世界一花이다.  

 

 세상에는 이름 없는 좋은 꽃도 많건마는 너도나도 똑같이 그 꽃을 찍으려하고 그리려하니 그 꽃을 사진에 담으려는 이는 카메라가 중요한지 꽃이 중요한지 구별 못하고, 화폭에 담으려는 이는 종이가 우선인지 꽃이 우선인지 서로 앞을 다투다가 꽃만 꺾여 진다.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작은 꽃의 미소는 쳐다보려 하지 않고 오히려 밟고 있으니, 작지만 그 나름대로 가슴 활짝 펴고 밝게 웃는 모습은 오히려 초연하기까지 하다. 마음에 담는 것이 가장 오래 가는 것인데 개인의 욕망에 자연은 파괴된다.

 그와같이 인간들은 누군가가 유명하다고 하면 그 유명한 것을 좋아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하면 내용, 의미, 작가의 철학은 전혀 생각지도 않고 우선 CD를 사서 듣지만 자연의 소리인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산새소리를 들으려는 마음은 온데 간데 없다. 그렇게 유명한 CD를 듣고 사는 이들이 교향곡을 전혀 모르는 이보다 정서는 더 불안하다. 금방 전화하고 다시 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회답이 즉각 안 오면 안절부절 못 한다. 지식인들은 앞을 다투어 더 야단이다. 그래야만 세상과 이야기가 통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연의 교향곡이 유명 CD 보다 아름답고, 사진이나 그림보다 자연이 더욱 숭고한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가치관이나 세상의 흐름에 맞추어 자연까지 판단하려 하니 웃지 못할 일이다.  

 

 세계는 인터넷으로 모두 연결되어있고 세계는 하나, 지구촌 그리고 글로벌이라고 까지 표면적으로는 근사하게 이야기 하지만, 강대국이면 강대국일수록 핵은 다 가지고 있으면서 남이 더 갖을까 두려워한다. 이런 탁악세상(濁惡世上)이지만 그래도 좋은 인연이 더 많고 세상에는 좋은 일이 더 많다.

 오늘도 다만 경주 남산 바라보며 부처님 전에 수일우조천리(守一隅照千里)를 다짐하면서 경주 남산의 아름다움을 함께 기뻐하며 부처님 찬탄하는 이 있으면 같이 찬탄하려한다. 욕심내어 탐낸들 무엇하리요. 사람이 하루에 물 마셔야 얼마나 마시며 하루에 필요한 양식 얼마나 된다고... 다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을 부처님께 감사 드리며 보현행원(普賢行願)을 잊지 않는 신라인의 마음이 세계인의 마음이라면 전쟁도 없고 평화 가득 하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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