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생태학의 추진 방향
박경준 / 불교학과 교수

이 글에서 '불교생태학'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개념으로 쓰인다.

첫째, 협의의 불교생태학(Ecobuddhology 또는 Buddhist Ecology 또는 The Buddhist Studies of Ecology)이다. 이것은 환경 생태의 문제를 불교사상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응용불교학의 한 분과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광의의 불교생태학(The Interdiscip

linary Research in Buddhism and Ecology)이다. 이것은 '불교와 생태학의 이념을 바탕으로 유기적인 학제간 연구를 통해 이루어지는 통합적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불교생태학 프로그램 안에서 이루어지는 전반적인 학문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향후 동국대학교에서 추진할 이러한 불교생태학의 프로그램에는 다음과 같은 사업들이 포할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연구부문의 사업으로는, 1)Eco Forum의 운영, 2)불교생태학연구부 신설, 3)저널 및 단행본의 발행, 4)학술세미나 개최, 5)국제생태학회 참여, 6)특강 및 해외교수 초빙, 7)연구논문지원사업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교육부문의 사업으로는, 1)불교생태학 협동과정의 개설, 2)생태학관련 강좌운영 및 학과 신설, 3)시민 환경대학 운영을 고려해 봄직하다.

셋째, 사회 문화 부문의 사업으로는, 1)교내 환경동아리 활동 지원, 2)청소년 불교생태학교, 3)국내외 환경운동단체와의 교류 협력, 4)생태관련 문화이벤트의 수시 개최, 5)개교100주년 기념 특별 문화이벤트 등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지면 관계상, 이들 중 세 가지 사업의 기본방향에 대해서만 간략히 언급해 보기로 한다.

첫째, '불교생태학연구부 신설'사업이다. 불교생태학연구부는 본교 불교문화연구원 소속으로 하면 좋을 것이고, 이 연구부에서는 생태와 관련 있는 경전과 내용을 수집하여 자료집을 발간하고, 초기불교 아비달마 선 화엄 유식 중관 천태 밀교 등의 다양한 불교사상과 생태학의 접목을 시도하도록 한다. 또한 동서양의 생태철학이나 다른 종교 생태사상들과의 비교연구도 수행하도록 한다. 그리고 불교종단과의 긴밀한 협력 하에 사찰환경 문제와 환경윤리를 연구함은 물론, 그 윤리 지침까지도 개발하도록 한다.

둘째, '불교생태학 협동과정의 개설'사업이다. 생태학은 '학제간 연구'가 필요한 통합적 학문으로서 일찍부터 주목받고 있었음에도, 현재 타 대학에 이 협동과정이 개설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동국대학교로서는 의미있는 출발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입학할 우수한 학생들을 상대로 무모한 실험을 하지 않으려면 철저한 준비와 차분한 접근이 필요하다. 불교생태학 협동과정이 개설된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 본교 내에서 참여가능한 분야들로는 불교학, 선학, 인도철학, 철학, 문학,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법학, 행정학, 윤리학, 체육학, 연극영화, 건축토목, 미술, 음악, 생물학, 교육학, 농학, 조경학 등의 분야들을 들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공학 등 보다 실용적인 학문분야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할 것이다.

셋째, 'Eco Forum'의 운영이다. 이것은 정기적인 독서 토론그룹으로서 학제간 연구의 기초를 다진다. 학제간 연구는 여러 이질적인 분과학문들이 서로 결합하여 공동으로 학문활동을 수행하므로 단순히 학문내용적 문제보다도 오히려 학문공동체 구성원간의 상호이해라고 하는 문화적 요소가 더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다. 에코포럼은 연구참여자들의 상호이해라는 바탕 위에서 실제연구(공부)를 해나가면서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고 연구 및 협동과정 등 교육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도출하게 될 것이다. 그 구성원은 불교생태학에 관심과 조예가 있는 교내 교수진과 내용적으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교외의 학자 및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10명 내외로 구성한다. 또한 에코포럼은 앞으로 독립된 연구과제를 정하여 학술진흥재단 등의 연구과제사업에도 참여한다. 그리고 이 포럼의 주요활동들을 공개적으로 운영하여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토론 그룹으로 만들어간다.

필자는 불교 종립학교인 동국대학교가 '불교생태학 프로그램'을 추진해 간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떤 사업들을 계획해 볼 수 있을까 하는 취지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보았다. 다소 광범위해 보이는 위의 사업계획들 중 가장 중요한 계획은 역시 불교문화연구원에 불교생태학연구부를 신설하여 협의의 불교생태학 연구를 체계적으로 심화시켜 나가는 것과, 대학원에 불교생태학 협동과정을 신설하여 불교와 생태학의 이념을 중심으로 한 학제간 연구를 발전시켜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학교와 불교계의 분위기 조성이 필수적이다. 또한 불교생태학 프로그램은 그 근본 성격상 학문적 성취에만 만족하거나 안주할 수 없고, 궁극적으로는 '대량생산-대량소비'체제에 바탕을 둔 현대물질문명의 흐름을 불교적 '열반문명'(nirvana-civilization) 또는 '심성문화'(spiritual culture)로 바꾸어가는 문명사적 전환을 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친화적이고 생태지향적인 문화운동과 실천운동이 지속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사회 문화부문 사업도 중요하게 인식하여 비중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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