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 불자를 위한 수행
-보시, 지계, 천상 그리고 위빠사나-

김재성 / 불교대학 선학과 강사

재가 불자에게 제시된 수행법을 초기경전을 통해서 살펴보면서 현대의 우리들이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 되새겨본다.

부처님은 출가제자나 재가제자를 지도하실 때 법을 듣는 사람의 능력과 성향에 맞게 수행법을 가르치셨다. 재가자에게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실천법을 제시하셨는데, 이른바 시계천(施戒天)의 가르침이다. 즉, 보시와 5계 또는 8계의 실천, 그리고 천상에 태어나기 위한 수행을 재가 불자의 수행법으로 제시하신 것이다.

이 세 가지 실천법은 재가자가 일상생활을 꾸려나가면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貪瞋癡)이라는 근본 번뇌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되었다. 보시를 통해서는 탐심(貪心)을 다스리고, 5계 내지 8계를 통해서는 성내는 마음(瞋心)과 탐심을 다스리며, 천상에 태어나기 위한 수행을 하면 탐심과 진심 그리고 어느 정도의 어리석음이 극복된다. 세 가지 실천법을 좀 더 살펴보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타인에게 베푸는 보시에는 세 가지가 있다. 보통 재가자의 경우에는 바른 생계를 통해 획득한 깨끗한 재물(淨財)을 출가제자나 어려운 이와 나누는 행위인 재시(財施)를 자주 실천하라고 부처님은 가르치셨다. 이는 마음속의 욕망을 다스리는 방법의 한 가지이다. 따뜻한 마음과 말, 행동을 통해 남을 편하게 해주는 것도 보시이다. 이러한 보시를 무외시(無畏施)라고 한다. 자비심을 가지고 언제 어디서나 실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진리를 함께 나누는 보시인 법시(法施)가 있다. 자신이 들은 가르침, 수행법, 수행을 통해 얻는 결실을 남에게 글이나 말을 통해서 나누어주는 행위가 법시이다. 보시는 양이 아니라 질 즉 보시의 동기가 중요하다. 보시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보시에 의해 생긴 공덕을 자신의 행복과 뭇 존재의 행복으로 회향하는 마음을 지닐 때 보시는 완성된다.

 

5계를 지키는 일은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삼가는 정신에 근거하고 있으며, 자신의 마음을 깨끗이 하는 실천법이다. 살생, 도둑질, 삿된 음행, 거짓말, 음주는 탐진치에 물든 마음으로 몸과 입을 통해서 저지르는 해로운 행위이다. 항상 자신의 마음을 살피지 않으면 몸과 입으로 이러한 악행을 저지르게 된다. 최소한 이 5계를 지킬 때 우리는 인간의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천상에 태어나기 위한 수행으로 부처님은 네 가지 고귀한 마음가짐인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사무량심(四無量心)을 자주 가르치셨다.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인 자심(慈心), 고통 받는 존재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비심(悲心), 다른 존재들의 선행이나 공덕을 더불어 기뻐하는 희심(喜心), 모든 존재들은 자신의 업에 의해서 삶을 살아간다는 지혜에 바탕을 둔, 치우치지 않는 사심(捨心)을 닦을 때 우리는 범천이라는 천상에 태어날 수 있음을 부처님은 출가재자는 물론 재가제자에게도 강조해서 가르치셨다. 네 가지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인 사무량심의 실천은 각박한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시계천(施戒天)의 세 가지 실천법을 일상생활에서 닦아나가면서 좀더 진지하게 자신의 탐진치를 근원적으로 치유하고자 하는 재가 불자는 마음집중(定)과 지혜(慧)를 닦아야 한다. 선정과 지혜라는 두 가지 수행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괴로움이 소멸한 열반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는 출가와 재가의 구분이 없다. 부처님이 보증한 선정과 지혜 수행의 결실인 최상의 행복(涅槃)을 스스로 거두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하는 것이 출가, 재가를 막론하고 진정한 불제자의 마음가짐이다.

10여년 전부터 우리에게 소개되어 온 위빠사나 수행은 남방불교권에서 출가자는 물론 재가자들도 널리 수행하고 있는 수행법이다. 위빠사나 수행은 지금 이 순간에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현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수행법이며, 초기경전 가운데 『대념처경』(長部, 22경)을 소의경전으로 하고 있다. (위빠사나 수행법은 정각도량 80호 2003년 6월호 참조)

위빠사나 수행은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상황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늘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또는 몇 달 동안 집중적으로 수행하면 깨달음의 일곱 요인(七覺支)등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날카로운 통찰의 힘과 내적인 평온을 동시에 기를 수 있다. 내적인 평온은 자애심으로 이어지며, 지혜는 자애로운 마음(慈心)과 조화를 이루면서 향상되어 나간다. 이것이 위빠사나 수행의 또 한 가지 특징이다.

수행이 안 된 마음은 안정되어 있지 않고 부정적인 것들이 많이 있다. 이는 탐진치라는 번뇌가 마음의 주인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위빠사나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기 때문에 마음에 번뇌가 일어날 틈을 주지 않는다. 설령 일어나더라도 관찰해서 즉시 끊어버린다. 투철한 관찰의 힘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꿰뚫어 보는 위빠사나 수행자의 마음은 번뇌에서 자유롭고 평화롭다.

부처님의 제자라면 항상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힘으로 마음속에 스며드는 번뇌를 다스려야 한다. 위빠사나는 바로 자신을 관찰하는 방법이며 번뇌를 끊는 지혜이다. 부처님은 초기경전에서 이러한 자기 관찰을 거듭 말씀하셨다.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 재가 불자도 번뇌를 다스린 성인(聖人)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위빠사나 수행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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