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 불자들의 사이버 신행과 포교
김성철 / 불교대학 강사

대승 불교가 흥기한 원천 중의 하나로 재가 불자들의 활약을 꼽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비록 그들이 대승 불교의 교리와 교단을 성립시킨 것은 아닐지라도, 불탑 신앙 등을 통해 대승 불교의 종교적 측면을 형성하는데는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이다.

대승 경전에서 설하는 반주삼매(부처님이 직접 삼매 속에 나타나 수행자를 격려하고 교법을 설하는 삼매, 관불삼매)는 이러한 불탑 신앙을 배경으로 한다. 불탑 앞에서 오체투지를 수백 수천 번 되풀이 하는 것은 현재에도 붓다가야의 티벳인 순례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 주변의 사찰에서도 너무나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 아닌가.

오로지 부처님을 염하면서 이러한 고행적인 예배를 반복하는 동안 마음은 삼매에 든다. 그 삼매 중에 그토록 염하는 부처님이 직접 나타난다. 삼매 중에 자기 마음에서 현현하는 부처님을 직접 본다고 하는 종교 체험은 자신이 곧 보살이며 자신의 마음과 부처가 둘이 아니라는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대승 불교에 대한 정교한 교학적 체계화는 전문적인 학승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그 배경에는 이러한 종교 체험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한켠에는 부처님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재가 불자의 종교 활동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재가 불자의 역할과 지위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일정하지 않다. 대승 불교 형성의 한 축을 담당했을 정도로 그 역할이 컸을 때가 있었던가 하면, 출가 교단의 외호를 담당하는 정도로 축소되었을 때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현재 서구처럼 출가 교단이 없는 곳에서 불법의 연구와 포교가 재가 불자를 중심으로 하는 곳도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할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우리의 재가 불자가 세계 어느 나라 재가 불자 못지 않게 불법의 연구와 포교 그리고 신행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적극성은 역시 세계 1위를 다투는 환경이 구축된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만나면서 다양한 형태로 표출하고 있다. 정보의 교류와 공유가 자유로운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십분 활용하여, 일반 불자나 소장학자들을 중심으로 해서, 수동적으로 불법을 받아들이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이해한 불교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활동으로 우선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에 자리잡은 사이버 신행 공동체를 들 수 있다. 다음(www.daum.net)에 개설된 불교 카페는 3천여 개를 헤아리고 프리챌(ww.freechal.com)에 개설된 컴뮤니티도 이에 못지 않다. 이러한 공동체들은 오프라인 모임을 온라인 상으로 확대해서 이루어진 동호회 성격의 모임부터 전문적인 수행 모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곳에 개설된 카페나 커뮤니티가 신행 공동체적인 성격이 강한 반면, 개인이 직접 개설하여 운영하는 사이트는 경전 연구나 자료제공, 그리고 포교의 성격이 강하다.

사찰이나 단체, 혹은 스님 개인이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를 제외하면, 재가 불자로서 이러한 활동의 선구주자로서 불교학당(www.mirrk.org)을 들 수 있다. 웹 뿐 아니라 뉴스 그룹(han.soc.religion.buddhism)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불교학당 홈페이지는, 오랜 운영 기간을 증명하듯(1998-2003), 각종 강의와 경전 자료실, 멀티미디어 자료를 방대하게 갖추고 있는 사이트이다.

이재윤 불자가 운영하는 불교 교양 강좌(www.studybud.buddhism.org)는 1999년 이후 47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사이트의 특징은 불교관련 사이트로는 드물게 웹진을 발행하는 것이다. 웹진이란 웹과 메거진을 합성한 말로서 기존의 잡지 형태를 이메일로 발행하는 것이다. 현재 대중 불교라는 제목의 웹진이 102호째 발행되었고 불교 교양 강좌라는 제목의 웹진이 95호째 발행되고 있다.

이에 못지 않은 인기 사이트가 서재영 불자가 2001년부터 개설하여 운영하는 불교 기초 교리 강좌(www.buruna.org)이다. 이 사이트도 역시 4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이미 잘 알려진 사이트이다. 깔끔한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테마별로 정리한 불경과 라닥 취재기 코너 등이 방문자를 맞이한다.

이와 같이 베테랑급의 운영자가 운영하는 인기 사이트가 있는가 하면,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한 활동을 보이는 사이트도 있다. 인터넷 불교 학교를 표방하는 석영넷(www.stoneyoung.com)이 그것이다. 교법사를 꿈꾸는 전문 웹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석영넷 사이트에는, 직접 작성한 강의록과 온라인 불교 사전 등이 눈에 띈다.

위에서 언급한 사이트들이 다양한 컨텐츠를 구비한 포털 사이트의 성격을 가진 백화점이라면, 티벳 불교 전문가인 양승규 불자가 운영하는 티벳 불교 정보(www.tibetbuddhism.pe.kr)는 하나의 상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문점이라 할 수 있다. 티벳 불교사와 티벳 불교의 근간을 이루는 보리도차제론에 관한 내용으로만 깔끔하게 구성된 티벳 불교 정보는 티벳 불교 이해에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다른 특색있는 사이트로서는 불교학계에서 드물게 여성주의적인 시각으로 불교를 연구하는 조승미 불자의 마음을 밝히는 공간(www.ibuddhist.net)이 있다. 뛰어난 디자인 감각을 자랑하는 이 사이트는, 아직도 가부장적인 전통이 뿌리깊은 한국 불교계에 여성주의 불교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려 하고 있다.

몇몇 사이트를 둘러보면 한두 가지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기초 교리 강좌와 경전 자료 제공 등 다소 단조롭고 일률적인 컨텐츠로 채워져 다른 사이트와 다른 고유한 특색을 못살려 내거나, 개인이 직접 제작하고 운영하는 탓에 디자인 등 기술적인 측면이 떨어지는 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초창기인 인터넷 포교 환경을 고려하면 이러한 점은 오래지 않아 극복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상에서 활약하는 재가 불자들의 활동에서, 과거 대승 불교 발흥기의 재가 보살이 겹쳐 보이고, 새로운 대승 불교 운동의 기운을 느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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