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기원과 음주의 해악 안양규 / 불교문화대
불교학과 교수
이
이야기는 붓다가 제타바나(Jetavana)에
머물고 있을 때 독한 술을 먹고 취한 5백명의
여인에 관한 것이다. 술 축제가 사밧티(Savatthi)에서
개최되었다. 5백명의 여자들은 그들의
남편에게 술시중을 들고난 뒤 생각했다.
"우리도 술 축제를 가지자."
그들은 모두 비사카(Visakha) 부인에게
가서 자신들의 의도를 말했지만 비사카는
참여하지 않겠노라고 대답한다. 그들은
술 축제를 열었고, 비사카는 그들과 헤어져
부처님께 가서 많은 아름다운 꽃을 공양하고
설법을 들었다. 비사카가 조용히 앉아
법을 듣고 있을 때 술 취한 여인들 중
일부는 부처님 전에서 춤을 추고, 또 어떤
여자는 노래를 부르고, 또 어떤 이는 손발로
불쾌한 동작을 하고, 또 일부는 서로 크게
싸웠다. 이에 붓다는 이 여인들을 교화시켰다.
비사카가
사람의 명예와 양심을 파괴시키는 술 축제가
언제부터 발생했는지 묻자 붓다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주
먼 옛날에 브라흐마닷타(Brahma
datta)가
베나레스(Benares)를 다스리고 있을 때,
수라(Sura)라는 임부가 카시(Kasi)국에서
히말라야산으로 상품이 될 만한 것을 찾으러
들어갔다. 사람 키 크기 만한 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의 중앙에 술병 만한 구멍이 하나
있고 그 안은 빗물로 채워져 있었다. 그
주위에 자라고 있던 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져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근처에 자생한
벼가 있었는데 참새가 벼이삭을 물고 날아와
구멍이 있는 나무에 앉았다. 먹던 중 몇
톨이 구멍 속으로 떨어졌다. 태양의 열을
받아 구멍에 든 물은 발효가 되어 붉은
색을 띠게 되었다. 더운 여름날 목이 말랐던
새들이 구멍에 든 물을 마시고 나무 밑에
떨어져 잠이 들었다가 기분 좋게 다시
날아갔다. 이와 같은 일이 원숭이 등 다른
동물에게도 일어났다. 이 광경을 목격한
임부는 생각했다. "만약 이것이 독이라면
그들은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잠시 잔
후 즐겁게 돌아다녔다. 이것은 독이 아니다."
그는 그것을 마시고, 취하자 고기를 먹고
싶은 욕망을 느끼고 나무 밑에 떨어진
새들을 잡아 숯불에 구워먹었다. 술과
고기를 먹으며 그 곳에서 며칠을 보냈다.
수라가
머물던 근처에 바루나(Varuna)라는 고행자가
살고 있었다. 수라는 바루나에게 술을
공양하고 싶었다. 수라는 술과 고기를
바루나에게 가지고 가서, 둘은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었다. 그들은 술을 이웃 마을에
가지고 가서 왕에게 바쳤다. 왕은 술을
마시고 나서 더 마시고 싶어졌다. 그들은
히말라야산에 가서 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관찰하고 마을로 돌아와 본 대로 술을
만들었다. 도시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게을러지고 사악해졌다. 도시는 마치 버려진
것 같았다.
수라와
바루나는 베나레스에 가서 술을 팔았고,
사람들은 술을 먹고 방종해져 도시는 폐허가
되어버렸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여러
도시에서 술을 만들어 팔고, 그 도시는
술 때문에 망하게 되었다. 그들은 마침내
사밧티에 도착했다. 그 때 삽바밋타(Sabbamitta)라는
왕이 다스리고 있었다. 왕은 수라와 바루나를
관대하게 대하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었다.
수라와 바루나는 술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곡물을 얻어 술을 만들고 술항아리를
지키도록 고양이를 각 항아리에 묶어두었다.
항아리에 흘러나온 술을 먹고 고양이들은
취해 잠이 들었고, 쥐들이 나타나 고양이의
귀, 코 등을 물어뜯었다. 신하가 이 광경을
보고 고양이들이 술을 먹고 죽었다고 왕에게
보고했다. 왕은 그들이 독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사형시켰다. 그들은 죽으면서도
술을 원했다.
술기운이
가시자 고양이들은 일어나 돌아다니며
놀았다. 독이 아닌 것을 안 왕과 사람들은
술 축제를 시행하기로 하였다. 왕은 도시를
꾸미게 하고, 궁전에 천막을 치게 하고,
왕좌에 앉아 궁녀들에 둘러싸여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신의 왕인 제석천(Sakka)이
이 모습을 보고 '만약 이 왕이 술을 마시면,
모든 인도는 멸망할 것이다.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여 브라흐민으로
변장하여 왕에게 나타나 술의 해로움과
위험을 깨우쳐 주었다. 술 취한 자는 더러운
구덩이에 빠지기도 하며, 옷을 벗은 채
돌아다니기도 하며, 꼭두각시처럼 손발을
흔들며, 시야가 흐려지며, 소리를 크게
지르며, 부모형제를 때리기도 하며, 처자를
경멸하기도 한다고 일깨워주었다. 음주가
초래하는 해악을 들은 왕은 술을 먹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술을
마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상의
이야기는 술의 발생 기원과 음주의 위험에
관한 것이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던 술을
보고 만든 자는 결국 자신이 만든 술 때문에
죽임을 당했다. 술이 도시, 나라 전체를
파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술은
여러 가지 위험을 가져오지만 무엇보다도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는 점에서 붓다는
음주에 대한 계율을 만들었다. 정신이
혼미하면 행동은 따라서 나쁜 일을 하게
마련이다. 오계 중 불음주계가 있는 것은
"정신을 맑게 유지하라"라는
붓다의 가르침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음주가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그러나 술을 마시지
않아도 제대로 맑은 정신을 지니지 못하는데
술을 마시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술에
취하지 아니하고, 생각에 취하지 아니하고,
감정에 취하지 않는 것이 불음주계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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