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불교 신도가 받는 재가 오계(五戒)
최법혜 스님 / 경주캠퍼스 정각원장

불교신도가 되려면 먼저 사찰에 입교원서를 제출하고 오계를 수지(受持)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잘 모르는 분들은 절에 가서 가족의 축원을 기록하고 불공을 올리면 그때부터 불교 신도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절에 나가지는 않아도 서적을 통하여 불교의 교리를 의지하고 살아가면 이것 역시 불교신도라고 믿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마음속의 믿음을 바탕으로 따져보면 이러한 경우 모두가 신도라고 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법과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는 현실에서는 신도가 되는 절차와 의식이 필요합니다.

요즈음 조계종 총무원의 신도교육의 지침을 보면 소정의 예비 교육을 마치고  삼귀의계(三歸依戒)와 재가오계와 불명(佛名)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다니는 소속사찰을 지정하여 신도등록을 하도록 권장하고, 신도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절차는 재가신도의 믿음과 그 실천으로서의 신행(信行)을 지도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불교신도는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오계를 지키며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을 의지하여 올바른 윤리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신도가 되는 오계는 불교도의 근본 윤리규범으로서 비구계를 받은 스님을 비구(비구니)라고 부르는 것과 같이 이 오계를 받은 남녀 신도를 우바새(청신사) 우바이(청신여)라고 부릅니다. 그 의미는 부처님을 가까이 하며 그 가르침을 의지하며 그리고 불교의 교단을 옹호한다는 것입니다.

오계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산 목숨을 죽이지 말라(불살생 不殺生)
2. 주지 않는 것을 훔치지 말라(불투도 不偸盜)
3. 삿된 음행을 하지 말라(불사음 不邪?)
4. 거짓말하지 말라(불망어 不妄語)
5. 술 마시지 말라(불음주 不飮酒)

이 가운데 3.의 불사음계는 부정한 성관계를 금하는 것인데 출가 수행자에게 있어서는 모든 성관계를 끊어야 하므로 불음행(不?行)의 계가 설해집니다.

이 오계는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모든 계율의 기본이 되며 수계자 자신과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윤리도덕이기 때문에 불교신자는 물론 온 인류가 지켜야할 근본윤리 강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1. 살생하지 말라는 계는 생명의 존중, 그리고 고통에 허덕이는 생명들의 구제를 말합니다. 생명을 경시하면 살인 폭력이 난무하며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생태계를 파계하고 불량식품 불량의약품을 생산하게 됩니다. 그리고 세계는 전쟁의 불안으로부터 벗어 날 수가 없습니다.

2. 주지 않는 것을 훔치지 말라 함은 소유물에 대한 거래 질서의 청정을 의미합니다. 강도 절도 사기 도박 등은 물론 은혜를 등진 배은 망덕한 행동도 절도의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과 사의 물건을 구별하여 질서를 범하지 않고 서로 손해를 보려고 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물질로 마음으로 베푸는 마음들은 보살들이 사는 세계라고 하였습니다.

3. 삿된 음행을 하지 말라는 계는 남녀 성관계의 질서의 청정을 말합니다. 결혼전의 순결과 결혼 후의 부부의 청정한 믿음은 가정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만약 이와 반대로 책임을 지지 못할 혼전의 불장난이라든지, 남편이 외도를 하고, 아내가 부정한 행동을 하게되면 가정은 파탄이 오고 자녀는 매우 불행하게 됩니다. 우리사회의 수많은 그늘진 곳에는 미혼모의 슬픔이 있고 외국에 입양되어 가는 아이들의 불행은 전쟁에서만 오는 비극이 아닐 것입니다. 치정에 얽힌 살인 강간 내지 성희롱 등은 인간의 성에 대한 무질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4.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계는 언어의 청정한 질서를 말합니다. 불교에서는 말을 중요한 행위(口業)로 규정을 하고 이 말의 종류를 거짓말, 아첨하는 말, 이간질하는 말, 포악한 말 등의 네 가지로 나누고 있습니다. 이것을 대표하여 거짓말을 계의 조목으로 정한 것입니다. 가정에서 부부가 서로 정직하고 성실하고 자애(慈愛)스러운 말을 사용하면 가정이 더욱 화목하고 행복이 넘칠 것입니다. 만일 그와 반대로 부부가 서로 속이고 난폭하고 저속한 말들만을 사용한다면 자녀의 교육에도 물론 대인관계에서도 존경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5. 술을 마시지 말라 함은 청정한 정신질서를 말합니다. 술 그 자체는 물질이기 때문에 아무런 과오가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마시는 사람이 그 적당한 양을 잘 지키지 못하여 허물을 일으키고 건강을 해치고 또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술로 인한 범죄로는 음주운전을 비롯하여 살인 폭행 등 많은 비행이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재산의 손실은 물론 정신이 흐려지고 판단력이 부족하게 되어 개인의 건강의 문제로부터 가정의 파탄과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되어집니다.

이 오계를 받아 지키려는 근본 정신은 본래 다섯 가지 악행(惡行)으로부터 멀리 하려는 자발적인 마음가짐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오계는 재가 신도에 있어서는 남녀 구별 없이 지켜야 할 계로 되어 있지만 이를 범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처벌의 규정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자율적으로 지키려는 결의만이 기대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오계를 지키는 불자들은 현세에서나 내세에서나 한량없는 큰 복락을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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