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바쁠수록 혼자서 명상을
청화 큰 스님 / 조계종 원로의원, 곡성 성륜사 조실

불교계 큰 어른인 전남 곡성 성륜사 조실 청화(淸華) 스님은 광주 인근에 있는 토굴에서 수행 정진 중이다. 스님은 1947년 백양사에서 출가한 후 주지 한 번 맡지 않고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수행에만 몰두해 온 수행승이다. 지리산 상무주암, 백장암, 두륜산 상원암, 남미륵암, 진불암, 남해 보리암, 월출산 상견성암 등 20여 곳을 옮겨다니며 수행했고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르는 일이 없었다.

스님은 불교 조계종 원로 회의 의원, 남원 실상사 조실 등으로 추대됐지만 "나는 아직 공부하는 사람"이라며 한사코 이를 마다해 왔다. 청화 스님의 가장 큰 특징은 '합리적'이라는 점이다. 출가 전 광주사범을 졸업하고 일본에 유학한 경력이 말해주 듯, 스님은 근대 지식과 세상의 변화에 밝고, 불교에 대해 쉽게 가르쳐준다. 또 제자나 신도에게 말을 낮추지 않는 겸손한 인품도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시골 작은 절에 머물고 있는 노스님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청화 스님을 통해 수행의 길을 묻는다.

  세상은 점점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불교는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까?

"과학 기술의 진보와 기계 문명은 좋은 것이고 물질적 풍요는 인간에게 필요합니다. 하지만 올바른 인생관과 세계관이 없이 그 속에 빠지면 불행이 초래되지요. 세상이 발전할수록 하나의 관점에서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대총상 법문(大總相 法門)'이 있어야 해요. 그런 점에서 천지 우주가 부처님이 아님이 없다고 가르치는 화엄경의 '일진법계(一眞法界)' 이론 등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다른 종교들에 대한 이해도 깊은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세계가 하나로 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종교를 알아야 합니다. 특히 종교 간 갈등은 무서운 결과를 낳기 때문에 종교관 대화와 화해 문제는 중요하지요. 내 종교나 수행법만 최고라는 법집(法執)은 버려야 해요. 하지만 나는 일신론(一神論)은 범신론(汎神論)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완전한 신이라면 우주를 완전하게 만들었겠지요. 에리우게나, 아퀴나스, 에크하르트 등 중세의 위대한 신학자들은 모두 범신론자들이었어요."

  최근에는 불교계 일각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원시 불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려는 정신은 좋지만 불교의 역사적 전개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대승 불교가 나온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법화경, 화엄경, 열반경 등 대승 경전은 부처님 가르침을 발전시켜 불교를 완성한 것입니다. 대승 불교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소승 불교의 좋은 점을 접수하려는 자세가 바람직합니다."

  속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수행을 할 수 있습니까?

"일상 생활을 하면서 수행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버릇 붙이기에 달렸습니다. 우선 도덕적으로 잘못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불살생, 불망어, 불사음 등 기초적인 계율을 지켜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정기적으로 참선과 명상에 잠길 것을 권합니다. 세상사에 바쁠수록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위대한 인물들은 모두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수행법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는 염불선(念佛禪)을 강조하지요. 한국 불교가 대부분 택하고 있는 간화선(看話禪)을 따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신앙은 기본적으로 대상을 믿는 것입니다. 데카르트가 말한 '방법적 회의'는 필요하지만 원래 신앙은 의심이 없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화두(話頭)를 잡고 의문을 던지는 간화선 일변도는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간화, 염불, 묵조(默照) 등 여러 수행법이 두루 활용됐던 선불교 초기의 순수선(純粹禪)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지요. 은사이신 금타(金陀) 스님께서는 늘 자기 마음을 관조하는 관법을 강조하셨고 저는 그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청화스님은 그러나 자신의 수행담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스스로 "아직 확철대오(廓徹大悟)한 도인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좌불와(長坐不臥, 오래 앉아서 생활하고 눕지 않음), 일중식(日中食, 정오에 하루 한끼만 먹음)을 수십년 동안 실천해 오고 있지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가끔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스님은 누구나 따를 수 있는 가르침을 하나 청하자 "음식을 많이 먹으면 나 같은 늙은이가 이렇게 꼿꼿이 앉아서 이야기 하지 못할 것"이라며 "소식(少食)이야말로 건강과 수행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 목차 |
 

| 월간정각도량 | 편집자에게 | 편집후기 |
Copyright 2001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