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금상) 축원문
조연수 / 대학원 반도체학과

부처님, 제게는 소중한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부모님이 계시고, 늘 걱정해주시고 쓰다듬어주시는 외할아버지 할머니, 동생, 학교 선 후배들, 친구들, 절의 법우님들, 교수님, 지도법사스님 등등 이루 다 헤아릴 수도 없지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작은 몸짓 하나, 마음 씀 하나 하나가 부족한 저를 온전히 해주고 있고 저를 여기에 이렇게 존재하게 합니다. 언제나 모두 생각하면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이 듭니다.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제게 싫어하는 사람, 원망스러운 사람이 생겼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잘 지냈지만 지내다 보니 언제인가부터 그 언니가 싫어지고, 대하기 불편해지고, 그 언니로 인해 괴로워지고, 또 그런 내 모습을 보며 괴로워졌습니다. 전 예의를 다해 대했는데 그 언니는 오히려 제게 함부로 대하고, 상처받을 만한 말도 거침없이 했습니다. 그런 생각 때문에 무척이나 오래 괴로워하고 힘들어했습니다. 잘 지내던 때에는 그 언니에 대한 기도도 했던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져 가고, 또 나의 잘못도 깨달아 가고 있지만, 아직은 온전히 그 언니를 바라볼 수 없습니다. 미워하지 않으려고,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지만 아직도 그 언니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기도 하고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제가 싫어하게 된 그 사람을 축원해 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싫어했던 만큼 더 많이 축원해서 그 언니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고, 이 기회를 통해 반성하고 뉘우쳐 저의 그 마음을 거듭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참으로 괴로운 일이니까요.

 며칠 전에 그 언니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눈에 뜨이지 않게 법당 끝 쪽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자비수참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간절히 읽으며 기도하던 모습을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저 사람도 괴로워하고 있구나. 그러면서 한편으로 저렇게 참회하려는 간절한 마음이 있구나. 본래 악한 사람이 아니었구나. 설령 악한 사람이다 할지라도 사람은 누구나 저렇게 선해지려는 본성이 있구나......'

 그 모습에 감동 받았고, 불성을 가진 존귀한 존재를 함부로 미워하거나 싫어해서는 안 되겠다 하는 생각에 많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가엾어지기도 했고요.

 부처님. 비록 지금은 그 언니가 성격이 급해 직설적인 언어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본 모습이 아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 언니의 깊은 곳에 자리한 불성을 깊이 보아 언제나 이해하려 하고 감싸 안으려 하겠습니다. 언니도 기도도 하며 참회하고,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부디 부처님께서 그 언니에게 힘을 주시어 언니의 소원, 언니를 지켜보는 우리 모두의 소원을 들어주세요.

 또한 예민한 성격 탓에 몸이 아픈 날이 많은데 몸도 건강하게 해 주시고, 언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시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재취업 준비를 하며 적잖이 방황을 했었습니다. 그런 언니에게 이제는 기회를 주세요. 그래서 스스로 자신을 당당히 여기도록, 나약한 마음 없앨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언니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언니를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언니 곁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도 알지 못하는 언니의 그 외로움을 걷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도 예전처럼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를 포함해 언니를 미워했던 사람들 모두 참회하여 언니의 진정한 벗, 도반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주세요.

 언니에게 늘 좋은 일만, 좋은 마음만 생기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모든 존재들, 알거나 알지 못하거나,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거나, 사람이거나 혹은 식물, 동물의 모든 존재들이 언제나 태평하고 안락하고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부모님과 가족. 친지, 또 사랑하는 사람은 항시 저를 챙겨주고 걱정해주고 있고, 여러 친구들, 선후배들은 제가 외롭지 않게 또는 학업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늘 곁에서 도와주고 있답니다. 교수님, 스님들 모두 저를 반듯하게 자랄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고 계십니다. 또한 학교에 피어있는, 집의 화분에 있는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모두 그 모습만으로도 지친 마음 달래어 주고 열린 마음 가질 수 있게 하는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저는 이런 모든 고마운 존재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 한 번 표현해 본 적 없고, 그들처럼 몸과 마음으로 잘 챙겨주거나 헤아리지 못해 늘 마음에 걸리었는데,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이렇게나마 마음속에서 펼쳐내서 축원하여 봅니다.

모든 존재들이 항상 태평하고 안락하고 행복하여 지이다. 부처님 되어 지이다......

수련화 두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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