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상) 축원문
이도연 / 국어국문학과 3학년

27살에 남편을 교통사고로 갑자기 잃고 난 후, 어머니는 두 아이의 부모 역할을 혼자서 해 내야 했습니다.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살림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더욱더 가난해졌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회사에 다니시던 어머니는 도시락을 싸 줄 여유조차 없으셨고, 그런 어머니에게 큰아들은 배고프다는 말도 못했다고... 소풍가는 날이면 색색이 풍성한 도시락들 사이에서 조금은 초라한 도시락을 볼 때만 해도, 큰아들은 가난한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가정환경 조사를 할 때면 아들은 늘 손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 손이 부끄럽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지만, 친구들의 시선은 늘 조금은 애처로운 빛이었다고 회상합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가서도 그리고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는 동안 아들은 한번도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는 장학금을 준다는 학교를 선택했고, 대학 역시 장학금을 받는 국립대학을 선택했습니다. 아들의 선택 안에는 늘 어머니가 들어있었고, 동생이 들어있었습니다.

가난이 뭔지 잘 모르고 자라온 나로서는 아들의 그런 이야기들이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늘 함께였기에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 아들의 가난했던 시절에 대해서 기억하지 못합니다. 한번도 그 아들이 가난한 아이라는 걸 느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중심에서 늘 밝게 웃던 아이, 비굴한 빛을 보이기보다, 당당함으로 사람을 대하던 아이. 나의 기억 속에 그 아들은 늘 그런 존재입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합니다.

그 아들을 그늘 없이 자라게 해준 것은 환경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사랑, 그것이 아들로 하여금 가난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게 했으며,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게 서도록 하는 힘이 되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 아들을 나는 사랑하지만, 그 아들을 낳아주고 길러주신, 어머니... 그 어머니를 더 존경합니다. 어머니께서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힘들게 벌지 않아도 될 만큼 아들들은 장성했고, 그들이 그들 몫을 해 낼 수 있기를 나는 기원합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조금은 편하게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셨으면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어머니.

그 사랑이 어느새 다른 감정으로 변한다 할지라도 어머니에 대한 나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을 나는 믿습니다.

남녀의 사랑이 앞서기 이전에 나는 그 어머니를 여자로서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거칠어진 손과 주름진 얼굴 속에 아름다운 미소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그 얼굴에 행복만이 가득할 수 있게 해 주시기를, 힘들게 살아온 시간만큼 더 행복한 시간들이 펼쳐지기를,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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