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상) 뵙고싶은 어머님께
김양원 /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어머니, 오늘은 날씨가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이 낮게 내려 앉아있습니다. 어느새 계절은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이 다 떨어지고, 녹음이 생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계셨다면 올 봄엔 어머니와 팔짱을 끼고 윤중로를 걷고 싶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께서도 이 봄 하늘을 보고 계시겠지요? 제가 보고 있는 저 하늘, 같은 하늘을 보고 계시겠지요?

올해로 어머니께서 그 먼 곳으로 떠나신 지 벌써 여섯 해를 맞게 됩니다.

어머니, 당신 생전의 모습이나 가시는 길을 뵙지 못했지만, 당신의 아들이 지닌 사진 속에서, 그 사람의 눈 속에서 늘 어머니를 뵐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암 환자 얘기를 보다가,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중년 여인의 뒷모습을 보다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어머니의 얼굴을 당신의 아들은 기억하고 그의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물을 글썽였고, 저도 그 사람을 통해 어머니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 그 사람은 어머니와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어루만져 주시던 따스한 손길, 어렸을 때 어머니와 시장에 다니며 오르내리던 계단, 먼 곳으로 가시기 몇 달 전 마지막 모습들……. 그 사람은 이제 말합니다. 어머니께서 곁에 계실 때 어머니 당신의 자리가 이렇게 큰 터였다는 것을 이제 깨닫게 되었다고.

어머니, 뵙고 싶습니다.

평소 어머니의 자식으로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 어머니께 공덕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 사람을 지켜봤습니다. 그래서 작년 초 그 사람이 사찰에 들러 어머니를 위한 100일 기도를 붙이는 모습은 낯익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사람을 통해 어머니를 느끼면서 어머니를 뵙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어머니, 꿈에서라도 뵙고 싶습니다.

어머니,

어머니께서 사랑해 주신 당신의 아들, 이제 그 사람과 한평생을 같이 하려고 합니다. 훗날 이 땅을 떠나 그곳에서 어머니를 뵙게 되더라도 어머니께 칭찬 받는 며느리가 될 수 있도록, 서로 많이 아끼고,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살겠습니다.

어머니, 저희가 한없는 무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을 때 바르고 슬기롭게 살도록 그 곳에서 이끌어 주세요. 그리고 성실한 사람으로, 진실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해 주시고, 저희가 올바른 생각을 하고 도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저희를 인도해 주세요.

어머니, 저희들 마음 속에 늘 자리하시는 것처럼 항상 그곳에서 지켜봐 주세요.

어머니,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가끔 그 사람의 가슴에 찬 공기가 들어 올 때면, 그 사람의 눈가는 어머니 생각으로 가득 고입니다. 그럴 때면 어머니 당신의 품이 그리워 마음이 방황을 합니다. 아마도 그 사람은 당신의 품이 그리운 어머니의 영원한 어린 막내아들인가 봅니다.

오늘은 제가 예비 며느리로써 하늘을 향해 어머니와 대화를 나눕니다. 당신이 그립다고, 보고 싶다고……. 이젠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떠난 당신께 이 글을 보내며 눈시울을 적십니다. 어느덧 당신은 이 넓은 우주에서 제 그림자를 발견하곤 저의 발길에 동반자가 되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 부처님의 가피를 입어 명로에 헤매지 않고, 삼계의 고해를 벗어나 극락세계의 상품연대에 태어나시길 축원합니다.

 

2003년 4월 24일
예비 며느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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