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가지 큰 은혜(大種大恩)
최법혜 스님 / 경주캠퍼스 정각원장

『천수경』 가운데에는 오종대은 명심불망(五種大恩 銘心不忘)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 내용은 출가 수행자가 항상 마음에 새겨 잊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의 큰 은혜라는 것이다. 그 다섯 가지란 국왕, 부모, 스승, 시주(施主), 그리고 친구의 은혜를 말한다.

여기에서 시주의 은혜만을 제외하면 일반인에게도 공통으로 생각해야할 은(恩)의 윤리이기 때문에 본고에서 출가 재가가 함께 불교의 지은보은(知恩報恩)의 사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국왕의 은혜란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한 은혜를 말한다. 나라 없는 국민의 서러움은 어디에 비교할 수 없다. 과거 일본의 침략에 의한 36년 간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번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데 수많은 피를 흘려야만 했었다. 조상들이 물려준 내 조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바로 국왕의 은혜인 것이다.

둘째, 『부모은중경』에는 부모님의 은혜를 열 가지로 나누어 설하고 있다. (1) 아이를 배어서 지키고 보호해 주신 은혜(懷耽守護恩), (2) 출산할 때 고통을 받으신 은혜(臨産受苦恩), (3) 자식을 낳고 난 후 모든 근심을 잊는 은혜(生子忘憂恩), (4) 입에 쓴 음식은 삼키고 단 음식은 뱉어서 아기에게 먹여 주는 은혜(咽苦吐甘恩), (5) 마른 자리 골라 아기 눕히고 젖은 자리에는 자기가 눕는 은혜(廻乾就濕恩), (6) 젖을 먹여 기르는 은혜(乳哺養育恩), (7) 부정한 더러운 것을 세탁하는 은혜(洗濯不淨恩), (8) 자식이 먼 길을 떠나면 생각하고 염려하는 은혜(遠行憶念恩),  (9) 자식을 위해 나쁜 일을 하는 은혜(爲造惡業恩), (10) 끝까지 자식을 사랑해 준 은혜(究竟憐愍恩)이다.

부모님을 모시는 효도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물질적인 봉양은 가장 필수적이지만 여기에는 3등의 효도에 속한다. 그 이유는 아무리 물질이 기본이지만 봉양하는 자식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더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없는 형편에 빚을 내어 대접하라는 것이 아니라, 형편에 따라 올리는 찬물 한 그릇이라도 그 자식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마음이 2등의 효도가 된다. 그러면 최상의 효도는 무엇인가? 그것은 부모님을 모시고 부처님의 법문을 듣게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부모님이 성자의 진리를 듣고 마음을 수행하여 올바르게 살아가는 길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 자식이 부모님께 할 수 있는 최상의 효도라는 것이다.

셋째, 정법을 유통시켜주신 스승(師長)의 은혜이다. 특히 수행자들은 스승의 가르침이 대단히 중요하며 부모님과 같이 받들어야 한다. 옛 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하였다. 『선생경』에는 사제관계의 덕목에서 제자가 스승을 섬기는 다섯 가지의 법을 말하고 있다. (1)일어서서 예를 할 것, (2) 가까이서 모실 것, (3) 열심히 듣고자 할 것, (4) 시중들 것, (5) 삼가 학예를 배울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스승도 다음 다섯 가지 법으로 제자를 자애로 지도해야 한다고 하였다. (1) 잘 지도하고 훈육하며, (2) 습득(習得)한 것을 잘 수지(受持)시키며, (3) 모든 학예 지식을 설명하는 이가 되며, (4) 우인(友人) 붕배(朋輩) 사이에서 (그에 대하여) 자랑을 퍼트리며, (5) 여러 일에서 비호해 준다라고 하였다.

『선생경』의 내용은 일반인을 위한 윤리 덕목이다. 출가의 사제간의 윤리는 계율로 정하고 있다. 수계 후 3년 간을 스님의 곁에서 시봉을 하고 수행자가 지켜야 할 계율을 학습한다. 그리고 은사 스님의 곁을 떠나 다른 스승 아래에서 교학과 선학을 공부한다. 은사와 계사(戒師) 그리고 법사는 수행자의 3화상이다.

넷째, 시주의 은혜이다. 신도님들은 스님들에게 의복과 음식과 방사(房舍)와 약(藥)등의 네 가지의 시주를 한다. 모든 사찰은 이러한 신도님들의 4사공양의 시주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다. 그러므로 시주물은 아끼고 소중하게 다루어야 하며 낭비하거나 수행목적 외에 유용해서는 안된다. 신도님들의 물질적인 시주에 보답하는 길은 철저한 자기 수행과 원만한 사원 관리 그리고 부처님의 정법을 설교해 주는 것이다.

다섯째, 수행생활에 도움을 주고 충고를 해주는 도반, 친구들의 은혜이다. 부처님께서는 올바른 벗을 얻으면 수행의 전부를 얻는 것이라고 하였다. 부처님을 따라 수행을 하여 아라한과를 성취하며 생노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해탈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하였다. 방황, 좌절 등 기로에 서 있을 때 도반들의 탁마와 격려는 수행의 방향을 올바로 가리키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불교의 윤리에는 은혜에 대한 보은(報恩)의 윤리가 강조되고 있다. 『대방편불보은경』에는 출가 수행자의 보은에 대하여 일체 중생들이 다생의 부모이기 때문에 대비심으로 일체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바로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설하고 있다. 그리고 『우바새계경』에는 복전(福田)을 보은전(報恩田)과 공덕전(功德田)과 빈궁전(貧窮田)의 3종으로 나누어서 보은전은 부모 사장(師長) 화상(和上)을 가리키고 공덕전은 성자(聖者)와 부처님을 가리키며 빈궁전은 빈궁하고 고통받고 곤란한 사람들을 가리키고 있다.

우리들은 모두 은혜를 입고 존재하고 있다. 만일 그 은혜를 모르고 또한 갚지 못하면 빚을 진 셈이 된다. 조금이라도 갚을려고 하는 마음들이 있다면 다섯 가지 큰 은혜를 마음에 새겨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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