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코(日光)의
사당과 사원 이자랑 / 불교대학
강사
일본
도치기현(?木縣)에 있는 닛코(日光)는
자연미와 인공미가 화려하게 어우러진
경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닛코를
보지 않고 일본의 아름다움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란하게 채색된 정교한
조각품으로 뒤덮인 건축물이 울창한 숲이나
폭포와 함께 자연의 일부가 되어 숨쉬고
있다. 이 곳은 나라(奈良) 시대 말기에
쇼도쇼닌(勝道上人)이 문을 연 시혼류지(四本龍寺)와
후타라산진자(二荒山神社)를 기원지로
하여, 오랫동안 일본의 전통종교인 신도와
불교, 그리고 산악 신앙의 중심지가 되어
왔다. 지금도 신과 인간이 공존하며 신성한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는 닛코, 이 곳에는
도쇼구(東照宮)와 린노지(輪王寺), 후타라산진자(二荒山神社)와
같은 아름다운 세계 문화 유산이 존재한다.
곧 눈앞에 펼쳐질 아름다운 풍경을 위하여
닛코산(日光山)의 입구에 서서 마음을
비우고 심호흡을 해 보자.
닛코산으로
들어가려면 먼저 다이야가와(大谷川) 위에
걸려 있는 신쿄(神橋)라고 하는 붉은 칠을
한 목교를 건너야 한다. 거대한 아치 모양을
한 다리가 맑은 물위에 신비롭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데, 마치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이 선명하고 아름답다.
붉은 색에서 느껴지는 신성함 때문일까.
신들이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오가며 노니는
구름다리처럼 보인다. 이 다리는 한 영주가
이 곳에 도쿠가와 사당을 짓는다는 소문을
듣고 심혈을 기울여 건설하여 상납한 것으로,
당시에는 장군이나 칙사 이외의 통행은
금지되었다고 한다. 이 곳은 또한 닛코산을
연 쇼도쇼닌이 닛코를 향하여 오는 도중,
격류가 흐르는 강을 만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부처님께 기원하자, 두 마리의 뱀이 다리로
변하여 무사히 건널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는
전설도 지니고 있다.
이
다리를 지나면 쇼도쇼닌의 동상이 보이고,
그 뒤로 일본 천태종의 대본산인 린노지(輪王寺)가
나타난다. 경내에 있는 둘레 5. 8미터의
대형 벚나무가 4월 하순이면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이
사원의 중앙에는, 지금도 참선하는 수도승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삼불당(三佛堂)이
서 있다. 웅장한 건물 안에는 아미타여래와
천수관음, 그리고 마두(馬頭)관음이 모셔져
있다. 불교와 산악 신앙이 일체화된 상징으로,
세 개의 불상은 닛코를 둘러싸고 있는
세 개의 산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
건물을 뒤로하고 참배로를 따라 걸어올라
가다보면, 적색을 한 높이 약 34m의 5층탑을
만나게 된다. 세련되고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모습을 한 이 탑은 1층부터 4층까지는
일본의 신사 양식을 하고 있으며, 5층은
불교 양식을 하여, 신불습합, 즉 일본
전통종교인 신도와 불교의 융합이 잘 이루어진
탑으로 유명하다. 12간지가 새겨진 이
5층탑의 정면에는 도쿠가와 가문의 1 2
3대를 상징하는 동물 모양이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호랑이띠로, 발톱을 새우고
날카롭게 포효하는 듯한 한 마리의 호랑이로
상징된다.
5층탑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느 덧 눈부시게
화려한 건축물들이 시야를 가득 메우고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일본을 통일하고
에도(江戶) 막부의 기초를 확립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1543 1616)의 유해가
안치된 도쇼구(東照宮)이다. 이 곳은 닛코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많은 전각이 국보나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자신이
죽은 뒤 자신의 영혼을 닛코에 묻어 달라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유언에 따라, 시즈오카(靜岡)에서
가마에 의해 닛코로 옮겨졌다고 한다.
당시에는 소박한 건물이었으나, 3대 장군인
이에미쯔(家光)가 이에야스에 대한 열렬한
존경의 마음으로 454만 명의 인력을 동원하여
1년 5개월에 걸쳐 호화롭게 장식하여 1636년에
현재의 건축 구조로 완성되었다.
거대한
삼나무 숲에 둘러싸인 도쇼구는 정교한
조각군과 화려한 색채로 주위의 자연과
훌륭하게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극채색의
조각과 금박을 풍부하게 사용하여, 모모야마(桃山)
문화의 전통을 이은 에도 초기의 공예기술의
진수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일본의 건축은 무로마치(室町, 1338 1573)
시대 이후로 구조 중심에서 현란한 장식을
중심으로 하는 모모야마 문화로 바뀌었는데,
도쇼구는 바로 그 장식 중심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신사 건축과
사원 건축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어 독특한
양식을 보여준다.
도쇼구는
많은 건축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그 정문인 요메이몬(陽明門)은 도쇼구의
상징으로 매우 화려한 건축 양식을 하고
있다. 당시 일본의 대가들의 기술을 총동원하여
조각과 채색 등으로 호화스럽게 장식한
가장 아름다운 건축으로 꼽힌다. 그다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건축 기법이나
정교한 조각군, 그리고 풍부한 색채감으로
혼연일체를 이루어 보는 이를 압도한다.
흑색 금색 적색 군청색 연청색 황색 백색의
일곱 가지 색이 태양의 광선에 의해 시시각각으로
미묘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해 지는 줄도 모른다. 또한
문의 구석구석에는 400여 개에 이르는
조각품이 가득히 장식되어 있는데, 문이라기보다는
장식 공예품과 같은 느낌이다. 이 문은
무늬가 가득히 새겨진 12개의 둥근 기둥이
받치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뒤쪽의 기둥
하나 만이 무늬가 아래로 향하고 있어
다른 것들과 반대로 되어 있다. 이것은
'마제(魔除)의 역주(逆柱)'라고 불리는
것으로, 요메이몬의 완벽함에 악마가 시기하지
않도록 미리 방지하는 주술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완성 후에는 붕괴밖에 없으므로,
미완성의 부분을 남겨 이 건물의 영원을
기원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어쩌면
당시 막대한 재산과 많은 인력을 동원하여
이 건물을 지어 올린 도쿠가와 막부의
염원이었는지도 모른다.
도쇼구의
화려한 건축물을 돌아보며 황홀해 하고
있노라면, 그 서쪽으로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는 후타라산진자가 보인다.
산악 신앙의 중심지로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은근한 정취가 느껴지는 곳이다.
오늘도 많은 일본인들은 이 곳을 찾으며
간절한 염원을 남기고 있다.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신성한 공간인 닛코.
눈을 감고 있으면 삼나무를 스쳐 가는
바람결에 신과 인간의 대화가 들려 오는
듯하다. 예나 지금이나 일본인들의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 곳에는 평화와
행복을 갈망하는 일본인들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닛코를 찾는 수많은 발걸음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고향인 시즈오카
대신 닛코에 묻히기를 원했던 이유를 어렴풋이
나마 짐작해 본다. 죽은 후에도 일본의
변방을 지키는 신이 되어, 영원히 이 아름다운
극락 세계에 머물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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