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들과 함께 보내는 삶
이석언 /부산 금정중학교 교법사, 불교문화대학원 석사과정

내가 본격적으로 불교와 인연을 맺은 것은 제2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경주에서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교실에 들어와 종교 써클을 소개하는 선배의 말에 끌려 불교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고 활동을 하게 되었다. 절에 매일 나가기는 어려웠지만 주말에 꼭 절에 나가 법회를 보았다. 당시 "경주불교학생회"는 영남에서는 상당한 활동을 하는 학생회로 선배들의 신행 지도가 무척 엄했다. 주말을 이용해 자주 철야 용맹정진을 하고, 남산 칠불암에 올라 밤 기도도 올리고, 석굴암에서 1080배를 하기도 하였다. 또, 해마다 경주 박물관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4시간을 걸어서 석굴암에 올라 새해의 일출을 맞기도 하였다. 지금 그렇게 공부하라면 하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불교 공부를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장자를 잃은 슬픔이 화가 되어 할아버지 마저 일년 후 화병으로 돌아가셨다. 슬픔이 채 가시기 전에 이번엔 숙부가 갑자기 돌아가시어 2년 안에 초상을 새 번 치뤘다. 세 분의 죽음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정말 인생이 무상함을 느꼈다.

그 때 출가를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외동아들에다 할머니와 어머니, 어린 동생들을 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또 집안의 종손이라는 큰 책임이 나에게 부여되어 있어 그 생각을 접고 다시 마음을 잡아 공부를 하여 동국대학교에 입학하였다. 대학에서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방송국 요원이 되어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내 보내면서 학우들이 부처님의 그늘에서 편안히 공부하기를 기원했다. 국문과이면서 불교학과 강의를 교양 선택으로 많이 들었고 각종 수련회에도 자주 참여하였다. 또한 법장사, 불국사 학생회 지도교사로도 활동하였다. 졸업이 가까워 오면서 진로로 갈등을 겪게 되었을 때 월산 큰스님을 뵙고 말씀드렸더니 출가만이 능사가 아니라 하시면서 재가에 살면서도 얼마든지 많은 사람들을 교화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교사가 되기를 권유하셨다. 그리고 선망 부모의 업보를 녹이기 위해서 항상 남을 위한 수행의 삶을 살라고 강조하셨다.

졸업 후 대학에서 조교를 하다가 범어사 재단 불교 종립 학교인 금정중학교에 부임하게 되면서 그 꿈이 이루어졌다. 인연이 새삼 소중함을 느끼는 것은 대학교 때 우연히 동료들과 부산범어사에 놀러 왔다가 우연히 보제루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이 법회를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보제루 법당이 하도 크고 시원하여 이런 곳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부임하는 해에 범어사에서 중학생회를 창립했으니 염원이 이루어짐 셈이 아닌가!

이렇게 시작된 학교에서의 선재들과의 만남은 이후 13년 째 계속 이어져 있으며, 98년도에는 교법사라는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았다.

학교 내 교직원과 학생들의 교화를 맡으면서 항상 부족함을 느꼈다. 그래서 1999년도에 교원대학교에서 전문상담교사 교육을 받아 자격을 취득하였으며, 2000년도에 서울대학교 종교학과에서 양성하는 종교교사 양성소에서 일년간 부산에서 매주 서울을 오르내리며 공부를 하여 종교교사 자격을 취득하였다. 이 때가 가장 힘들었다. 금요일 밤차로 올라가 토요일 강의를 듣고 다시 밤차로 내려오기를 1년 하였더니 몸도 많이 상했고, 비용도 많이 들었지만 범어사에서 고맙게도 일부 지원을 해 주어 어려운 가운데에도 보람이 있었다. 특히 다른 이웃 종교 성직자들을 만나 서로의 종교를 비교 해 보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어 좋았다. 지금도 종교시간에 자료가 필요하면 연락해서 서로 도움을 주고 있다.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는 너무 종교성을 강조해서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이웃 종교 학생은 종교 수업 시간에 굉장히 거부감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은 그 학생을 지도한 성직자가 너무 자기 종교를 독선적으로 강조했을 때 나타난다. 그래서 본인은 종교 수업 시간에 먼저 종교간의 예의에 대해 강의를 하고, 다음으로 우리민족의 전통문화에 대해 강의를 하고, 비로소 불교에 대한 강의를 한다. 지금은 대다수의 학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종교시간을 맞이하고 합장도 잘 한다.

예전에는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도덕, 국사교육과 예 체능 과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과목이 줄어서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을 종교 수업 시간에 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본교는 인근의 다른 학교 보다 학생들의 기초질서나 인성이 우수한데 이 모두가 부처님 그늘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교육은 어느 한쪽만 노력해서는 안 된다. 학생과 학부모, 학생 이 삼자가 서로 협조해야 잘 이루어지는데 작금의 교육은 학교를 불신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는 겨우 인성교육의 전당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일요일이라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연을 벗하고 또래 학생들과 어울려야 하는데도 현재의 대다수의 학생들은 주말에 더 학원에 매여 아무 것도 못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자기 중심적 본위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컴퓨터 게임이라든지, 락 계통의 강한 음악들과 폭력성 영화들이 학생들의 정신을 흐리게 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인성 자체가 무너지는 것은 이런 여러 가지 좋지 못한 습성들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

학생들의 심성을 바르게 다듬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우리의 미래는 바로 그들에 달려 있고 그들은 언제나 변화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선재들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교법사로서 선재들과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인연들에 항상 고마움을 느끼며 본교 법당 반야원에서 부처님 전에 향을 사른다.  나무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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