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의
첫걸음 도순분 /미국 소아과 원장,
불교문화대학원 석사과정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이 궁해진다.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굳이 말한다면 영적성장을
위해 산다고 해야 할지...
미국
시카고로 공부하러 간 1973년 성철스님께서
편지를 보내셨다. 정신과 의사(Ian Stevenson)가
쓴 『20 Cases of Reinca
rnation』이란
책을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후에도
큰스님의 편지를 3번 더 받았고, (그 중
하나는 지리산 성철스님 생가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 윤회가 과학적이란 그
책을 읽고는 불교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외 많은 불교 관련서를 통해서 나는
채식주의자로 변하게 되었다. 『수능엄경』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고기
먹으면서 삼매를 얻은 자는 나찰권속이
되고, 마늘 등 5신채를 먹는 자가 삼매를
얻으면 마왕권속이 된다" 고 하였다.
성철스님 법문에도 "고기 먹고는
절대 성불할 수 없다" 고 하셨다.
어느 책에선가 동체대비사상에 관한 얘기
중에 추어탕 속에 미꾸라지가, "너도
펄펄 끊는 물에 산채로 삶겨 보아라. 얼마나
괴로운지" 하며 입을 끊는 물, 수면
밖으로 종긋종긋하며 죽어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1977년 어느 봄날에는 냉동실에
있던 스테이크, 젓갈, 김치와 멸치 등을
모두 일시에 버렸다.
세속에
살면서 고기 안 먹는 것으로 성불하기를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먹고 싶은 것을
참아 탐욕심을 좀 줄여보자는 의도에서
시작한 것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자나 호랑이는 육식을 하지만, 소나
토끼는 풀이 아니고는 음식으로 여기지
않는 것처럼 먹지 않는 것이 되었다.
귀국하던
1978년 가을, 꿈에 그리던 성철스님을
친견했다. 진찰해 드릴 수 있는 복된 시간도
가졌는데, 청진기가 몸에 닿는 순간 큰스님의
따뜻한 기가 온 몸으로 전달되어 왔다.
확실히 우리와는 다른 분이라 생각했다.
'일체중생
행복하여지이다' 하고 부처님 앞에 절을
하라고 하셨다. 일체는 한 뿌리라는 연기사상
때문이란 사실은 나중에 알 수 있었다.
그 간 수십 번의 3천배 기도를 올렸고
만 배도 한 번 했었다. 매일 아침 일과로
예불 참회 3백배를 드리고 있다. 7년 전
해인사 백련암의 아비라기도를 멋모르고
시작했다가 현기증과 함께 세 번 졸도했었다.
그 창피를 당하고도 이듬해 다시 도전해서
반야심경의 '색증시공 공즉시색'의
맛을 체험할 수 있었다.
성철스님의
수행자 5계를 살펴보면, 1)4시간 이상
잠자지 말라 2)책 많이 보지 말라 3)간식
과식하지 말라 4)말 많이 하지 말라 5)돌아다니지
말라인데, 이것만 지킬 수 있다면 도를
이루기 쉽다고 하셨다. 물론 나는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부처님께서
깨치시고 중도선언과 함께 일체중생이
부처님과 똑같은 지혜덕상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공헌이라고 큰스님께서는 찬탄해 마지
않으셨다. 그리고 부처님의 진리를 잘
전하기 위해 제자 3명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성불한 자, 원전 번역가, 윤회증명 가능자
셋이라고 하셨다.
다시
미국에 가서 최면의학을 공부해올까 하던
때, 마침 서울에 최면학회를 이끄는 김영우
정신과 의사가 있음을 알고, 열심히 세미나에
참석하여 이론과 방법을 익히게 되었다.
최면은
최면의학이라는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인위적 삼매에 들게 해서 무의식을 일깨워
전생역사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최면을
통해 알게된 사실은 성별 직업 인종 국가
등을 바꿔가며 태어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영성을 성장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확실한
인과응보로 선인선과 악인악과를 확인시켜
주었기에 금생에 살아 갈 좌표를 분명하게
해 주었다. 죄값은 우주원리로 자연스럽게
받고 갚게 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로
인해 사형폐지론자가 된 셈이다.
다른
사람을 최면시키는 과정에서 극적장면이
나타났다. 어느 여교사가, 부처님 시대의
한 제자로 곁에서 본 부처님 모습을 묘사했는데,
장대하고 인자하신 모습에서 금빛 찬란한
광명을 발한다고 했다. 듣는 순간 너무
기쁜 나머지 감동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속가
제자로 받아주신 해인사 금강굴 불필스님께서,
"참선공부하며 사는 것이 제일 멋진
삶이며, 화두가 하루 20시간 이상 잡혀야
공부인이라 할 수 있는 데 하루 몇 시간
좌선하느냐?" 하신 말씀에, 주변생활을
가능한 단순화시키며 근무시간과 먹고
잠자는 시간외에는 좌선하는 생활로 바꿨다.
원택스님이
주석하시는 해인사 백련암의 4째 토요
철야 참선회에 나가면서, 차츰 죽 끊던
망상과 앉으면 졸던 시절은 지나고, 생활
속으로 화두가 이어져 가고 있다. 어느덧
화두와 함께 새벽잠에서 깨어나는 부처님의
신도가 되었다.
배워
아는 만큼 믿음이 커지는 듯해서 지난해
봄부터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문화대학원에
나가 불교학을 배우는 중이다. 동국대학
마당 풀 한 포기까지도 사랑스럽기만 하고,
화장극락세계가 따로 없는 듯하다.
끝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우리 다함께 큰배를 타고 피안의
언덕으로 힘차게 노 저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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