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사공의 어리석음
안양규 /불교문화대 불교학과 교수

붓다가 제타바나(Jetavana)에 머물고 있을 때 어떤 뱃사공에 관하여 말씀하신 이야기이다. 삼보에 귀의하지도 않고 성질이 난폭한 뱃사공이 있었다. 어느 날 한 비구가 붓다를 친견하기 위해 저녁 즈음에 나루터에 도착했다. 비구는 뱃사공에게 배로 강을 건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뱃사공은 시간이 너무 늦었다며 건네주지 않으려고 하였다. 비구가 이곳 강가에서 머물 수 없으니 건네 달라고 재차 부탁하고 뱃사공은 마지못해 화를 내며 비구를 배에 타게 했다. 뱃사공이 매우 거칠게 노를 젓는 바람에 배를 탄 비구의 옷은 모두 젖게 되었다. 비구가 붓다가 계신 사원에 도착했지만, 그 날 붓다를 친견할 수는 없었다. 다음날에야 비구는 붓다를 친견할 수 있게 되었다. 붓다가 비구에게 언제 도착했는지 묻자, 비구는 어제 일어난 일을 자세하게 말씀드렸다. 이에 붓다는 지금의 뱃사공은 과거 전생에도 난폭하게 수행자들을 괴롭혔던 일을 이야기 해 주었다.

 

아주 먼 옛날에 보살은 브라흐만 가문에 태어났다. 성장하여 탁카실라(Takkasila)에서 학예를 익히고 수행자가 되었다. 히말라야 산에서 다년간 수행을 한 후, 소금과 식초를 얻기 위해 베나레스(Benares)에 이르렀다. 수행자는 왕실 소유의 공원에 머물다가 음식을 구하기 위해 시내로 들어갔다. 때마침 왕은 수행자를 발견하고 그의 품위에 매료되어 그를 초청하여 음식을 공양했다. 그리고 왕은 수행자를 위하여 처소를 마련해 주고 존경하였다. 보살은 왕에게 가르쳤다.

"위대한 왕이시여! 왕은 반드시 정의로 백성을 다루어야 합니다. 사악한 일을 하지 않고 늘 인내, 친절, 사랑으로 마음을 가득 채워야 합니다."

수행자는 특히 왕에게 다음의 가르침을 매일 실천하라고 가르쳤다.

"전사의 왕이시여! 화내지 마시오. 결코 화내지 마시오. 지상의 군주여! 분노에 분노로써 대응하지 마시오. 이렇게 하면 왕은 존경받을 것이오. 마을에서도, 숲에서도, 해변에서도, 강가에서도 결코 화내지 마시오. 전사의 왕이시여! 이것이 나의 영원한 가르침이라네."

보살은 이상의 게송을 왕에게 매일 가르쳤다. 왕은 수행자의 가르침에 즐거워하며 그에게 부유한 마을을 바치려고 하였지만 보살은 거절하였다. 이런 식으로 보살은 12년간 머물렀다. 보살은 이곳에 너무 오래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전국을 유행하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고자 하였다. 왕에게 직접 알리지 않고 정원사에게만 알리고 떠났다.

갠지즈(Ganges)강을 건너기 위해 나루터에 도달했다. 거기에는 아바리야피타(Ayariyapita)라는 뱃사공이 있었다. 그는 선한 사람의 덕도 알지 못했고, 자기 자신의 손익도 제대로 분간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강의 저편으로 건네 준 뒤 뱃삯을 요구하였다. 돈은 주지 않으려는 사람들과 심하게 싸우는 일이 자주 있었다. 심한 욕설과 주먹이 오고 갔지만 뱃사공은 얻는 것이 많지 않았다. 어리석게도 뱃사공은 계속 이렇게 살고 있었다.

보살이 이 뱃사공에게 다가와 강을 건네 달라고 말했다. 뱃사공은 물었다. "얼마나 나에게 뱃삯으로 지불할 것인가?" "나는 그대에게 당신의 재산을 늘일 수 있는 방법과 당신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알려줄 것이오." 뱃사공은 이 여행객이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를 강 저편으로 건네주었다.

건네 준 뒤 뱃사공은 뱃삯을 지불해달라고 요구했다. 보살은 먼저 재산을 늘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쳤다. "도착해서가 아니라 강을 건네기 전 뱃삯을 요구하시오. 사람들의 마음은 도착하기 전과 후에 변하고 만다." 사공은 생각했다. "이것은 단지 나를 위한 충고일 뿐이다. 이제 뱃삯을 주겠지." 그러나 보살은 말했다. "벗이여! 이제 그대는 어떻게 하면 재산을 늘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이제 그대가 싸우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겠네."

보살은 왕에게 가르쳤던 것을 알려주었다.

"마을에서도, 숲에서도, 해변에서도, 강가에서도 결코 화내지 마라. 사공이여! 이것이 나의 영원한 가르침이라네." 사공은 이상의 가르침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물었다. "이 노래 따위가 당신이 나에게 주는 뱃삯인가?" 보살이 그렇다고 하자 사공은 그런 충고는 나에게 소용이 없으니 다른 것을 달라고 요구했다.

달리 줄 것이 없다라는 말을 듣자 사공은 왜 그럼 나의 배를 탔느냐며 고함을 지르며 보살을 강둑으로 던져버렸다. 사공은 보살에게 달려가 가슴 위에 앉아 얼굴을 구타했다. 이 때 사공의 아내가 도시락을 주려고 왔다가 이 광경을 보고 말했다. "부군이여! 이분은 왕이 모시던 수행자입니다. 구타하지 마세요." 사공은 아내의 충고로 더 화가 나서 아내마저 때려 눕혔다. 음식을 담은 그릇은 땅에 떨어져 깨어지고 아내는 유산까지 하게 되었다.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공을 사악한 살인자라고 비난하며 왕에게 끌고 갔다. 왕은 그를 엄하게 처벌했다.

 

똑같은 가르침을 왕에게 베풀었을 땐 왕이 부유한 마을을 보시하려고 했는데, 어리석은 뱃사공에게 베풀었을 땐 그로부터 매질을 받게 되는 것을 붓다는 한탄하고 있다. 그리고 분노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신의 자식마저도 해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집착해 있는 사람들에겐 부처님의 소중한 가르침은 그냥 시끄러운 잔소리로 들린다. 그러나 좀 더 멀리 넓은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부처님의 가르침만큼 소중하고 값진 것은 없다. 인쇄술과 복사기의 발달 등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서적은 주위에 가득 차 있다. 너무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의 깊게 귀 기울이지 않고 있는지 한 번쯤 반성해 볼 일이다. 이 전생담은 불법을 뱃사공처럼 현재의 물질적인 이익에 집착하여 소홀히 대하지 말고, 소중하게 받들어 실천할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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