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에 대한 부처님 말씀
이법산 스님/불교대학 선학과 교수

장아함경(長阿含經) 제 2권 제 1분 유행경(遊行經)에 있는 부처님의 말씀이다. 부처님 당시 마가다국의 아사세왕이 이웃나라의 발지국을 쳐들어가려고 했다. 발지국 사람들은 스스로 현명하고 용맹스럽고 건장하여 부강한 나라이지만 당시 인도의 대국인 마가다국에 순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침공하려 했다. 아사세왕은 전쟁에 앞서 당시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세존이신 부처님께 가르침을 받고자 대신(大臣) 우사를 보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제자 아난(阿難)과 쉬고 계시다가 우사의 말을 듣고 발지국을 칠 수 없는 7가지를 들어 말씀하셨다.

첫째, 발지국 사람들은 자주 모임을 가져 서로 바른 일을 의논한다.

둘째. 발지국의 임금과 신하는 서로 화순하고 윗사람 아랫사람이 서로 공경한다고 한다.

셋째, 발지국 사람들이 법을 받들어 금기(禁忌)할 바를 알고 예도(禮度)를 어기지 않는다

넷째, 발지국 사람들은 부모를 효로써 섬기고 어른들을 공경하여 순종한다.

다섯째, 발지국 사람들은 종묘(宗廟)를 공경하여 조상의 제사를 정성스럽게 모신다.

여섯째, 발지국 사람들은 가정의 여자들이 바르고 참되며, 깨끗하고 더러움이 없어 비록 웃고 농담하는데 있어서도 그 말이 음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곱째, 발지국 사람들은 사문을 높여 섬기고 계(戒)를 가지는 사람을 존경하여 보호하고 공양하기에 게으른 일이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어른과 아이들은 서로 화순(和順)하여 갈수록 더 왕성할 것이므로 그 나라는 언제나 평화로워 누구의 침노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다.

이와 같은 말씀을 들은 우사는 발지국 백성들이 비록 한 가지의 법만을 행하더라도 침략을 도모할 수 없을 것인데, 하물며 일곱 가지를 다 올바르게 지켜나가고 있어 어떻게 방도를 찾을 수 없겠기에 부처님께 예배만 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마가다국의 아사세왕 역시 우사의 보고를 받고 발지국의 침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것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국가평화 7대원칙이라 할 수 있으며, 이것을 다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의회정치가 잘되어 토론문화가 정착되어 있다는 것은 국민 누구나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의논하여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이해를 통한 상생 화합의 생활문화가 형성되어 신뢰하는 인간관계가 보편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정치가 안정되어 있다는 것은 정치인이 투명하여 부정부패가 없으며, 사행심이 없는 국민 대중을 위한 정치를 하므로 국민이 편안한 마음으로 정부를 믿고 따른다는 것이다.

셋째, 국민들의 준법정신과 예절과 윤리가 잘 지켜지고 있다는 것은 국민 스스로가 준법정신이 투철하여 질서를 잘 유지하고, 자신 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보살정신이 생활화되어 있으므로 서로를 공경하고 아끼는 상부상존의 윤리정신이 잘 실천되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효도사상과 도덕정신이 살아있다는 것은 노인과 부모는 젊은이와 자식의 생명선이다. 부모가 없이 자식이 있을 수 없다. 노부모에 대한 효도는 자기 생명의 보존이며, 자손으로 이어지는 미래세계의 활성이다. 효도사상과 도덕정신이 살아 있으므로 가정의 행복과 자손의 번창을 약속할 수 있다.

다섯째, 민족전통을 잇는 조상숭배정신은 어떤 종족이나 민족에게 전통성의 계승은 그 생명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그 민족의 전통문화는 대단히 귀중한 것으로 지켜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조상의 얼을 받들어 섬겨야 한다. 자녀교육에서 민족전통문화와 조상숭배정신은 그 민족의 생명이므로 반드시 선행되어야 민족의 긍지를 갖게 된다.

여섯째, 참되고 깨끗한 여성상이란 여성은 생명의 산실이요, 보금자리이므로 여성의 가정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한 것이므로 여성의 몸과 마음은 청정하고 진실되게 지켜져야 된다는 것이다.

일곱째, 청정한 종교수행자를 존경한다는 것은 종교인은 국민의 정신적 의지처이며, 사람의 양심, 즉 진실한 본심을 드러내어 신뢰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안정된 사회풍토를 조성하는 성스러운 지도자이므로 종교인이 존경받는 사회는 정신적 안온과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발지국이 비록 약소국가이지만 국민들이 바른 법을 존중하고 국가경영자인 임금이 국민들의 의중을 잘 읽고 국민들이 스스로 의논하여 모든 일을 자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자유와 평화가 잘 보전된 나라였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안정된 나라는 국력이 왕성하여 자국을 잘 지킬 수 있는 국민적 단합과 준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쉽게 침공할 수도 없지만, 또 어떤 의미에서든 남의 나라를 침공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팔만대장경에 담긴 그 많은 글 속에서 남을 침공하거나 전쟁을 한다는 것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부처님은 절대 평화주의자이다. 부처님의 제자들이 지켜야할 제일의 계(戒)가 "산 목숨을 죽이지 말라"는 것이다. 전쟁은 남을 죽이고 남의 것을 빼앗는 잔인 무도한 생명적 패륜행위이다.

부처님 경전의 말씀을 잘 상기하며 각자가 선 자리에서 자기 몫을 다하고 서로를 신뢰하고 의논하며 국가와 사회와 민족 내지 인류와 자연 생명을 위하여 노력한다면 이 지구촌은 아름다운 평화의 낙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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