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길과 중도 사상
김영종 / 법정대 행정학과 교수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신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준비가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한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이 내정되는가 하면 신정부의 정책방향도 대충 짐작할 수 있는 조치나 발표들이 단계적으로 선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정부는 민주당정권을 발판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전의 한나라당 정권은 물론이고 김대중 정부와도 상당히 차별화 되는 일면을 보일 것 같다. 구체적 정책방향도 그러하거니와 인재를 골라 쓰는 활용기준을 보아도 그런 면모를 여러 측면에서 엿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출발도 하기 전에 이런 판단을 내리는 것이 오류의 위험을 크게 하지만 지난 정권들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흔적은 적지 않게 눈에 띄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필자는 ‘제3의 길’에 대하여 신정부의 정치엘리트와 정책관료들이 깊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제3의 길은 앤터니 기든스에 의하여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몇 개 국가들에 의하여 실천방법이 현실적으로 실험되고 있는 정치사상과 기술이다. 앤터니 기든스의 역저인 ‘제3의 길’은 좌우 이념대립의 역사가 끝나면서 공허해진 지식인과 독자들의 마음에 새로운 비전에 관한 상상력과 자극을 제공하고 있다. 구식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신자유주의 물결이 드세게 몰아치는 가운데 시장경제의 논리와 시민연대 및 사회정의를 기술적으로 결합하고자 하는 것이 제3의 길이 추구하고 있는 기본적 지향점이다.

제3의 길은 범세계화, 개인주의, 좌파와 우파의 대립 등 몇 가지의 딜레마를 지혜롭게 극복하여 평등, 약자보호, 자율성으로서의 자유, 권리에 대한 책임의 부가, 민주주의적 권위, 범세계적 다원주의, 철학적 보수주의 등의 몇 가지 중요한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프로그램으로서 중도적 개혁, 적이 없는 국가, 활발한 시민사회, 민주적 가족, 신 혼합경제, 포용으로서의 평등, 적극적 복지, 사회투자구가, 세계주의적 민족, 세계적 민주주의 등을 중시하고 있다.   

이런 정책프로그램 중에서 노무현 정부의 구성과정과 정치행정의 초기단계에서 특히 관심을 가질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새로운 민주국가로서의 적이 없는 국가를 이룩하기 위하여 필요한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구체적 프로그램이다. 권력의 지방이양, 이중 민주화, 공공영역의 쇄신과 투명성제고, 행정의 효율성 제고, 국민참여의 증대를 통한 직접민주주의 매커니즘의 정착, 그리고 위험관리자로서의 유능한 정부 등이 그것들인데, 이들 중 몇 가지는 노무현당선자가 이미 정부구성과 정책검토과정에서 상당히 수용하고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지방분권특별법과 지방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거나 국민참여센터를 제도화하고 대통령비서실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이 바로 그러하다는 것이다.

제3의 길에 대하여 이렇게 비교적 분명한 가치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그 개념은 아직 분명하게 통일되어 있지는 않고, 다양한 정의가 내려지고 있다. 그러나 제3의 길을 규정하는 가장 평범한 방법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쌍방 부정의 방법이다.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것, 자본주의도 아니고 사회주의도 아닌 것,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것, 개인주의도 아니고 집단주의도 아닌 것 등이 그 예이다. 이런 방법이 아니면 전혀 반대의 방법을 사용할 수 도 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이것과 저것의 좋은 점을 뽑아서 좋은 점을 절충시키는 방법으로 제3의 길을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든 제3의 길이 학문적 담론으로서나 현실적 정치원리로서 생명력을 가지고 성공하자면 쌍방부정이나 단순한 절충주의를 넘어 그것을 이끌어 가는 일관된 철학과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철학과 원칙을 그러면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새로운 정부가 출발함에 따라 역사적 대 타협이 필요한 시점에서 나는 중용의 철학과 불교의 중도사상에서 그런 것들을 탐색하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생각한다. 중용의 지혜와 불교의 중도사상은 양극단을 피하면서도 이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포용하는 것이다. 중용과 중도는 국민들의 공론과 합리적 토론을 전제로 사회구성원의 상호공존과 행복을 추구한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신정부의 요직에 들어서는 사람이나 영향력 있는 정책관료,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은 국민들이 ‘제3의 길’이라는 저서와 불교의 중도사상에 대하여 새로운 가치와 정치이념을 정립하고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신중하게 탐색하여야 하는 지금 누구나 깊은 관심을 한번 가져 주기를 바란다.

 

 | 목차 |
 

| 월간정각도량 | 편집자에게 | 편집후기 |
Copyright 2001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