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보살 기도
이법산 스님 / 선학과 교수

문수보살(文殊菩薩)은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이다. 지혜를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은 문수보살 기도를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권능을 상징할 때 왼쪽은 지혜(智慧)를 상징하는 문수보살, 오른쪽은 행원(行願)을 상징하는 보현보살을 표상한다. 더욱 알기 쉽게 표현하기 위하여 문수는 짐승 중에 가장 지혜롭다는 사자를 타고, 보현은 꾸준히 실천 실행하는 코끼리를 타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본래 지혜와 실천이 둘이 아니지만 지혜로운 삶의 방법을 설명하여 즐거운 생활을 하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렇게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문수보살 기도는 관세음보살이나 지장보살 기도처럼 널리 신행(信行)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일정한 도량을 중심으로 꾸준히 그 신행이 계승되어 오고 있다. 문수보살이 상주하는 도량은 청량산(淸겆山)이며, 중국의 청량산이 동서남북과 중앙의 다섯 봉우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오대산이라 하며, 우리나라의 오대산도 이와 같은 의미를 가진 문수도량이라고 한다. 또한 문수사(文殊寺)·문수암(文殊庵)·문수원(文殊院)이라는 절 이름도 모두 문수도량을 상징하여 명명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문수도량은 강원도 평창 오대산에 있는 상원사다. 물론 오대산 자체가 문수도량이라는 의미지만 오대산 중대(中臺)를 사자암(獅子庵)이라 한 연유는, 사자는 문수보살이 타고 있는 동물로서 지혜를 상징하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하시는 법음(法音)을 사자후(獅子吼)라 하여 지혜의 외침이라 하고, 앉은 좌석을 사자좌(獅子座)라 한다. 사자는 짐승 가운데 가장 용맹스럽고 지혜로우며 그 소리가 우렁차기 때문에 동물의 왕이라고 한다. 중생을 깨우치는 설법을 하면서 이해를 돕기 위한 방편으로 상징이나 예를 제시함에 이와 같이 비유한 것이다.

문수보살은 금색세계(金色世界)의 오봉(五峰)의 성주(聖主)라고 하였으니 금색세계는 진리의 본체를 의미하며, 오봉은 다섯 봉우리를 말하는데, 즉 오대(五臺)를 말하고, 성주는 오대산의 성스러운 어른이라는 뜻이며, 또 칠불(七佛)의 조사(祖師)라고 하는데 과거 제1 비바시불, 제2 시기불, 제3 비사부불, 제4 현재구류손불, 제5 구나함모니불, 제6 가섭불, 제7 석가모니불의 조사라는 뜻은 선가(禪家)에서 조사선의 법통을 세우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불지(佛智)를 상징하는 당체적 의미에서 이해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석문의범(釋門儀範)』의 대예참문(大禮懺文)에는 “오랜 겁 전에 일찍 정각을 이루시고 한량없는 세계에서 중생의 어리석음을 교화하시며, 이미 용(龍)의 종자로 존경을 받고 다시 진리의 왕자로 불리어져 당체는 법계에 두루하고 신통은 사유하기 어려웁네. 교화는 무량 국토에 가득하여 삼세(三世)의 불모(佛母)이고 7불의 조사로세. 사바세계의 성스러운 가람에 확연히 두루 하고, 눈에 가득 문수 만나 대화하니 말끝에 활짝 열린 눈을 알지 못하고, 머리 돌려 다만 옛 산의 바위를 보네. 크게 성스러운 문수사리보살.(塵墨劫前 早成正覺 恒沙界內 誘化群迷 已稱龍種之尊 復號法王之子 體周法界 通變難思 化滿塵邦 三世佛母 五峰聖主 七佛祖師 廓周沙界聖伽藍 滿目文殊接話談 言下不知開豁眼 回頭只見舊山巖 大聖文殊舍利菩薩)”이라고 찬탄하고 있다.

용의 종자라고 함은 어리석은 중생에게 상서러운 부처님의 씨앗을 뿌려 깨달음으로 이끄는 스승으로 존경받는다는 뜻이며, 삼세의 불모란 과거·현재·미래에 중생을 깨우쳐 부처님을 탄생시키는 어머니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이것은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 “반야바라밀이 깨달음의 어머니(般若波羅密是佛母)다”라는 것과 같은 의미다.

또, 『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제24칙에 “설산에서 별을 보자 도를 깨달으시고, 이 법이 아직 미진함을 알고 10달 넘어 다니다가 진귀조사(眞歸祖師)를 찾아서 비로소 현극(玄極)한 종지(宗旨)를 전해 받았으니, 이것이 교(敎) 외에 따로 전한 마음이다”라고 하였다. 이것은 중국의 조사선(祖師禪)이 수승하다는 입장에서 그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조작된 이론이라고 보여지지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깨달음을 증득하시고 진귀조사에게서 인가(印可)를 받았다는 설이다. 물론 조작된 이론이라 하더라도 진귀(眞歸)는 진리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본래 면목인 마음의 밝고 명랑한 지혜의 근본자리를 뜻하며, 지혜의 상징은 문수보살이므로 과거의 7대 부처님의 깨달음에도 이와 같은 지혜를 체득하였기 때문에 문수보살이 7대의 조사(祖師)라 한다. 반야, 즉 지혜바라밀의 성취는 곧 깨달음의 어머니가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문수도량인 오대산 상원사의 문수보살 기도에 대한 영험은 조선조 세조대왕이 문수보살의 현전가피(現前加被)로 창병(瘡病)이 나았고, 그 화현(化現)의 문수동자상과 일화가 남아 참배하는 이의 신심을 새롭게 하고 있다. 상원사는 옛부터 선원(禪院)으로 많은 선지식의 선불장(選佛場)이 되어 성불로 가는 길목이 되고 있다.

문수의 지혜는 어느 누구나 성취하면 곧 부처가 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수보살 기도는 지혜를 성취하는 기도라고 본다. 기도와 선정으로 지혜를 성취하면 마음이 맑고 밝아 항상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도 잘하고, 시험도 우수하게 치려지고, 장사도 잘되고 사업도 잘하며, 대인 관계가 원만하여 모든 사람에게 희망과 기쁨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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