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관점에서 바라본 바람직한 CEO
박철희/ 경영학 전공 4학년

미국 기업인 엔론이 지난해 10월 회계 부정이 폭로되었으며 그 여파로 인하여 파산한 충격은 여간 큰 것이 아니었다. 이를 필두로 미국 주식 시장이 연일 주가 폭락 사태를 유발했고 우리 나라도 불황에 빠져드는 듯한 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회계 부정을 알면서도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진실을 은폐한 일부 CEO가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모럴 헤저드’(moral hazard)에 빠진 그들이 진정한 경영의 도를 찾도록 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CEO를 비롯한 현대의 기업들이 윤리 의식을 되찾을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은 없을까? 붓다의 가르침을 통해 그 해법을 모색해 보자.

모든 것은 변한다[諸行無常]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므로 현재의 상태가 좋다고 해서 그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그것은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변화의 속도가 빠른 곳이 바로 경영 현장이다. 따라서 항상 적극적으로, 유연하게 변신을 도모해야 하는 곳이 기업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업의 역사를 보면 번창하다가 적시에 변화하지 못하여 쇠퇴한 기업이 많다.

그러면 이러한 제행무상의 원리가 오늘의 기업 경영에 주는 큰 시사점은 무엇인가? 기업의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과거의 경험이 오히려 기업에게 부담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새로운 기술, 변해 가는 소비자 행동 등에 대하여 과거에 해 오던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수많은 회사들이 이러한 시장의 변화가 경쟁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과거의 방식으로만 대처하려고 한다. 이것은 많은 CEO들이 과거의 전략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의 포로이다. 이제까지의 성공이 변화를 가로막는 것이다. 따라서 잘되고 있는 회사일수록 환경의 변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면 CEO는 어떻게 하면 회사가 ‘과거 경험의 포로’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회사를 열린 분위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경영 방식에 대한 건설적 비판이 허용되는 분위기, 새로운 아이디어나 발상이 회사 안에서 논의, 채택되는 분위기의 조성이 위에서 얘기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CEO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듯이 자신의 경험도 비판적으로, 겸허하게 돌아볼 수 있는 아량과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緣起法]

모든 것은 반드시 어떤 인연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변하며, 소멸하게 된다는 것이 연기론의 핵심이다. 즉 모든 존재는 상호 연관되어 있고 변해 간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연기법이 현대의 기업 경영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기업의 모든 구성원이 기업 경영을 전체적으로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여러 개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기업·사회·개인은 서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기업은 사회와 개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기업은 그것의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잘 관리하지 않고서는 번창할 수 없다.

CEO가 연기법을 바탕으로 모든 구성원에게 기업 경영을 전체적으로 보는 시각을 길러 준다면, 그러한 회사의 기업 문화는 높은 고객 지향 정신과 사회적 책임감 그리고 서로 돕는 직장 분위기로 특징 지워질 것이다. 그런 회사가 막강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모든 중생은 붓다가 될 수 있다[一切衆生 悉有佛性]

현대 경영학에서 “기업은 최소한 하나 이상의 전략적 경쟁 우위를 갖춰야만 장기적으로 살아 남을 수 있다.”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붓다가 될 수 있다는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즉 모든 중생이 붓다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종업원 개개인이 무한한 잠재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확신을 가지면, 그들의 그러한 능력을 꾸준히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이 기업이 독특한 경쟁 우위를 갖추는 가장 확실한 길일지도 모른다. 즉 회사의 보배는 종업원들이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그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종업원들이 주인 의식과 애사심을 갖고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는, 그래서 그들의 엄청난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CEO가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 기업을 경영하는 데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앞서 말한 분식 회계 등 기업과 CEO들의 도덕적 해이를 치유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사항부터 붓다의 지혜를 적용하여 실천한다면, 기업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업의 경영을 총괄하는 CEO가 솔선 수범한다면 그 효과는 더욱 증대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가르침은 불교가 기업뿐만 아니라 치열하게 현실과 맞부딪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중생에게도 깨달음과 여유를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종교로 다가온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누구든지 서구 중심의 편협한 눈으로만 불교를 바라보지 않는다면, 보다 편견 없이 불교를 볼 수 있는 넓은 안목의 지평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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