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는 현대판 최고 경영자인가
차용주/ 경영대 1학년

불교와 관련된 것으로 처음 접했던 책은 법정 스님의 수필집 『무소유』였다. 그 이후에 불교 책을 접한 것은 현각 스님의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로서, 이 두 권이 내가 읽은 불교 관련 서적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에 붓다의 삶을 그린 『고타마 붓다의 생애』를 읽고서 조금이나마 붓다의 가르침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붓다가 깨달음을 얻고 나서 설법으로 중생들을 교화시켜 나가는 모습에서 큰 인상을 받았다. 중생들을 설득하여 자기 세력을 점차 확장시켜 나가는 모습이 마치 현대 경제 사회에서 부각되고 있는 최고 경영자(CEO)의 진정한 면모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고타마 붓다라는 인물과 한 기업의 최고 경영자 사이에는 서로 비교할 수 없는 요인이 존재한다. 그 인물들이 살아 온 시대적인 배경도 다르고,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도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또한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에 있어서도 현격한 차이점이 있다. 붓다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중생들에게 일깨워 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반면에, 최고 경영자는 경쟁 사회에서 다른 기업보다 좋은 위치에 서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이러한 점을 모두 감안하여 두 인물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첫째로, 리더십을 들 수가 있다. 깨달음을 얻은 붓다는 해탈의 기쁨을 중생들에게 일깨워 주기 위해 자비심을 베푼다. 그 과정에서, 붓다를 따르는 제자들의 수도 점점 늘어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한다. 삶이라는 세속적인 굴레에서 허덕이는 중생들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주고서 자신을 따르게 만든다는 것은 그만한 통솔력, 즉 리더십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고 경영자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21세기형 리더십의 조건 중 하나로, 리더는 기업의 실질적 주인인 주주들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충실한 집사(steward) 이상의 역할, 즉 혁명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서 시행되는 새로운 경영 기법을 모든 회사 직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최고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볼 때, 붓다나 최고 경영자에게 있어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 요인인가를 엿볼 수 있다.

둘째로, 결단성 있는 추진력이다. 붓다의 생애 중에서 여기 해당할 만한 일화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 붓다가 히말라야 산중의 코살라국에서 홀로 명상을 하고 있을 때의 일을 들어 보자.

그 때 붓다는 ‘남을 괴롭히지도 않고, 정복하거나 정복되지도 않으면서, 올바르게 나라를 다스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였다.

이 말을 들은 사악한 마라가 말한다.

“붓다가 왕이 되어 다스리소서. 붓다가 남을 괴롭히거나 … 남을 슬프게 하지도 않으면서, 올바르게 다스리소서.”

그러자 붓다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괴로움의 근본을 안다면,

거기에 온 세상이 묶여 있음을 안다면,

현명한 자는 그 속박을 끊으려 할 것이다.

 

붓다는 속세에서 집착하는 삶이 바로 갈애로 괴로움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그런 집착을 없앰으로써 모든 번뇌에서 해탈할 수 있다고 붓다는 생각했기에 마라의 유혹을 물리칠 수가 있었다. 이처럼 아무리 누군가가 자기의 생각을 혼란스럽게 할지라도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면 끝까지 밀고 나가려는 결단력 있는 자세, 그 자세야말로 고금을 막론하고 한 인간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일 것이다.

최고 경영자에게도 결단성 있는 추진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슘페터(J. A. Schumpeter, 1883∼1950년)가 주장하는 경제 발전의 이론에서의 핵심은 바로 혁신이다. 그는 이러한 혁신을 담당하는 것이 기업가의 당연한 임무이며, 그렇지 않은 기업가는 단순한 생산 관리자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경영자의 추진력 없이는 혁신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만큼 최고 경영자가 결단성 있는 추진력을 발휘할 때에 비로소 기업이 존속할 수 있고 거듭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셋째로, 새로운 가치 창출을 들 수 있다. 붓다는 생멸, 변화하는 모든 것에 집착하는 것이 괴로움이라고 했다. 붓다의 가르침은 삶 속에서 고통의 존재인 인간이 자유롭고  행복한 세계, 즉 열반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 주었다. 붓다의 이런 가르침이야말로 삶에 집착하는 중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최고 경영자에게도 새로운 가치 창출은 중요하다. 경영자는 가치 창출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기업을 제대로 이끌어 나갈 수 없으며 오래 못 가서 그 기업은 도태해 버릴 것이다.

분명히 붓다와 최고 경영자 사이에는 다른 점이 많다. 만약, 붓다가 지금의 최고 경영자를 바라본다면 분명히 불쌍한 중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경영자의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붓다 자신이 생각하는 진리에 거의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 경영자가 붓다를 바라볼 때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다름 속에 유사함이 있다. 자신을 믿고 따라올 수 있게 하는 능력이나 역경을 거침없이 헤쳐 나가는 모습,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견해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점이 나에게는 공통점으로 받아들여진다. 한 인물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배울 점을 찾는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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