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상인
안양규/ 불교문화대학 교수

붓다는 사견(邪見)을 믿고 지니고 있는 사람에게 닥치는 해악과 정견(正見)을 수지하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오는 이익에 대해 다음의 본생담을 이야기한다.

전생에 상인의 아들로 보살은 태어났다. 보살은 자라서 500대의 수레를 거느리는 대상이 되어 여러 지역으로 장사를 하러 다녔다. 그런데 그때 그 나라엔 어리석은 젊은 상인이 있었다. 그는 수레에 값있는 상품을 가득 싣고 먼저 길을 떠났다. 사막은 도둑과 맹수, 물 부족, 귀신의 출현, 곡물의 부족 등으로 황폐화되어 있었다.

어리석은 젊은 상인과 그의 부하들이 사막의 중간에 이르게 되었을 때, 거기에 살고 있던 귀신은 그들로 하여금 물을 버리게 하고, 그들이 지칠 때 한 명씩 한 명씩 잡아먹기로 하였다. 그래서 귀신은 하얀 황소가 끌고 있는 수레를 만들고 꽃으로 장식하였다. 귀신은 자신의 머리와 옷이 모두 젖은 것으로 보이게 하고, 수레바퀴엔 진흙이 묻어 있게 했다. 그의 부하들도 마찬가지로 젖게 하고, 연꽃의 뿌리를 먹게 하였다.

귀신은 어리석은 상인에게 다가가서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상인은

“우리는 베나레스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젖어 있고 연꽃의 줄기를 먹고 있습니다. 당신이 오던 길에 비가 내렸습니까? 연꽃으로 가득한 호수가 있었습니까?”

“조금가면 푸른 숲이 나오고 거기부터는 어디나 물이 풍부합니다. 언제나 비가 오고, 연못은 가득 차 있고, 연꽃이 여기저기 가득합니다.”

라고 대답한 귀신은 수레들을 훑어보면서 수레에 무엇이 실려 있는지 물었다. 물을 싣고 있다는 말을 들고 귀신은 이제부터 물이 풍부하니 지금까지 힘들게 가지고 온 물을 버려도 괜찮다고 유혹했다. 어리석은 상인과 그의 무리들은 물을 실은 항아리를 모두 내팽개쳤다. 짐을 덜었다는 기분으로 즐겁게 출발했다. 곧 지치게 되었다. 그러나 물은 한 방울도 없었다. 물이 없었으므로, 밥을 지을 수도 없었고, 소들은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그들이 지쳐서 잠이 들 때, 귀신들이 돌아와서 상인들과 소들을 모두 잡아먹었다. 그들의 뼈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버렸고 수레는 길에 방치되었다.

어리석은 상인이 출발한지 한달 보름 뒤 보살은 떠났다. 사막의 입구에 이르러 물을 가득 담은 항아리를 수레에 싣고 난 뒤 상인들에게 말했다.

“나의 허락 없이는 한 방울의 물도 낭비하지 마라. 사막엔 해로운 나무가 있으니, 나의 허락 없이는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잎이나 꽃이나 열매를 먹지 말라.”

5백대의 수레와 상인이 사막 한 중앙에 도달했을 때, 귀신이 허겁지겁 상인으로 변장하여 보살에게 나타났다. 어리석은 상인에게 했던 것처럼 보살을 속이려고 했다. 귀신이 떠난 뒤 상인들은 보살에게 간청했다.

“저들에 의하면, 조금만 가면 푸른 숲이 나오고 거기서부터는 늘 비가 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온갖 종류의 연꽃을 가지고 있었고, 연의 줄기를 먹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물 항아리를 버려 수레의 짐을 가볍게 하면 좀더 빨리 갈 수 있습니다.” 보살은 상인들에게 되물었다.

“이 사막에 연못이나 호수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느냐?”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푸른 숲 너머에는 비가 온다고 하였는데 비바람이나 비구름의 징조를 보았는가?” “어느 누구도 보지 못했습니다.”

“조금 전 그대들이 본 사람은 귀신들이다. 우리들을 잡아먹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먼저 출발했던 어리석은 상인과 그의 부하들은 그들의 거짓말에 넘어가 희생되고 말았을 것이다. 조금의 물도 버리지 말고 가자.”

길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수레들이 내팽개쳐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보살은 수레를 서로 엮어 원형으로 외곽에 배치하고 사람과 소들에게 충분한 음식을 공급하고, 소들은 사람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거리에 눕혔다. 그리고 보살은 칼을 뽑아 들고 온 밤을 경계하며 보냈다. 날이 밝자 보살은 먼저 상인이 버렸던 것들 중 튼튼한 수레와 값진 물건들을 가지고, 값어치가 없는 것은 버렸다. 목적지인 시장에 도착하여 제조 비용의 2∼3배의 높은 가격으로 물건들을 모두 팔고 자기의 고향으로 안전하게 되돌아갔다.

이상의 전생담을 말한 뒤 붓다는 덧붙였다. “제자들이여! 옛적에 자신의 사고만 믿고 의지한 사람들은 모두 희생당했고 반면에 진실을 지니던 사람들은 귀신들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가고자 했던 목적지에 가서 물건을 팔고 안전하게 자신의 고향으로 되돌아갔다.”

꾸며낸 모습과 그럴듯한 말에 쉽게 넘어가 심한 고통을 당하는 일을 자주 목격한다. 붓다의 말씀은 항상 진실이므로 그것을 받아들이면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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