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선(禪)
화랑 스님/ 불교대학 강사

창밖에 보름달이 둥글고 밝게 밤하늘을 밝히고 있습니다.

“달을 가리키면 그 달을 바로 보아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달은 보지 못하고 그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인 평소의 습관(업)에 걸려서 달은 잊어버리고 있음을 지적하는 말입니다.

벽암록(碧巖錄) 19칙에 구지일수일지(俱狙一竪一指)에, 구지화상은 누구든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손가락 한 개를 세워 보였다고 합니다. 한 손가락을 세우는 원조(元祖)는 구지일지두(俱狙一指頭)선사의 스승인 천룡스님입니다. 그러나 구지스님이 스승의 흉내를 내기 좋아하는 어린 동자의 손가락을 칼로 잘랐다는 일화로 더 유명해졌습니다. 만약 동자의 손가락을 자르지 않았다면 그 동자는 평생 흉내만 내고 스승이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본래의 뜻을 알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스승인 구지선사는 자비스럽게도 동자의 손가락(습관, 업)을 잘라서 원숭이처럼 흉내만 내는 것에 머물지 않게 동자로 하여금 바로 깨달음에 이르도록 가르쳤습니다.

이처럼 손가락 또는 손짓의 가르침이 하나 더 생각납니다.

 선방 수좌스님 한 분이 도심에 포교당을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스님이 하시는 포교당이 잘 된다는 소문을 들은 수좌스님 한 분이 그 스님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방 해제하는 날 포교당을 찾았습니다만, 마침 포교당 스님도 오랜만에 볼일이 생겨서 나가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포교당을 지킬 사람이 없어 고민하던 스님은 마침 포교당 절 문 앞에서 매일 호떡장사를 하는 대머리 아저씨가 생각이 났습니다. ‘옳지 저 아저씨가 장삼을 입으면 스님 같을 거야?’

그래서 스님은 호떡장수 아저씨에게 부탁을 했지요.

아! 스님의 부탁이라면 무엇인들 못 들어 드리겠습니까? 하고 호떡장수는 절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듯이 호떡장수는 스님의 장삼을 입고 신도들이 오면 무슨 말을 하지? 하며 중얼거리며 도량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이때 선방 수좌스님이 도착하자 호떡장수는 큰 일이 났습니다.

일반 신도라면 어떻게 해 보겠는데 스님이 오셨으니 막막하다 싶다가 꾀를 하나 생각했습니다. 마침 벽에 걸려있는 묵언(默言)패를 목에다 얼른 걸었습니다.

설마 묵언 중인 스님에게 말을 걸지는 않겠지 하고는 속으로 조마조마 했습니다.

선방수좌 스님은 공손히 합장을 하고는 “객승 문안 인사입니다. 스님 묵언 중이시군요.

저는 오늘 스님과 대화를(법거량)하려고 왔는데 묵언 중이시니 수화로 질문을 여쭐 테니 스님께서도 수화로 대답해 주시지요.“

하더니, 선방 수좌스님이 가슴에 두 손을 모아서 동그랗게 원을 만들고는 “스님의 마음은 어떠합니까?”라는 무언의 질문을 하자, 호떡 장사는 자기가 지금 처한 상황은 잊어버린 채 생각하기를, “너희 집 호떡은 자그마하지?”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해서 호떡장사는 얼른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려 동그랗고 크게 원을 그렸습니다.

“아니 우리 집 호떡은 이렇게 큽니다”하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수좌스님은, ‘아하! 스님의 마음은 온 세상을 다 포용할 정도로 크다는 말이군’ 하고는 다시 손으로 두 손의 손가락 10개를 펴서 “시방세계는 어떠합니까?” 하니, 호떡장사는 “호떡 10장에 얼마요?” 하고 받아들이고는 손가락 5개를 펴 보였습니다.

“10장에 5000원입니다.”

그러자 스님은 깜짝 놀라며, “오온개공(五蘊皆空)”이라는 반야심경의 도리인가? 오온이 다 공하면 일체고액을 떠나게 된다는 가르침으로 이 세상을 설명하는가. 아니면 5계를 잘 지키면 이 세상을 잘 살 수 있다는 말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스님은 손가락 3개를 세워 보였습니다. “3계, 즉 욕계·색계·무색계는 어떠합니까?” 라는 질문에 호떡장사는 얼른 두 눈 사이에 손가락 한 개를 세우고는 눈을 깜빡이는 겁니다. 속으로는 “흥, 삼천 원이야. 한 푼도 깎아 줄 수 없다”고 대답을 합니다. 스님은 삼계는 찰라 사이에 눈 한번 깜짝 할 사이, 즉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로 이해하겠습니다.

스님은 합장을 공손히 하고는 “앞으로 한 십 년은 더 열심히 정진해야 스님의 발 밑에 미치겠습니다. 법문 잘 듣고 갑니다” 하고 인사를 하고는 돌아갔습니다.

그 때 호떡장사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고 겨우 위기를 넘겼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주지스님이 돌아와서는 호떡장사의 이야기를 듣고는 무릎을 치며 탄식을 했지요.

호떡장사는 호떡을 파는 이야기를 하고, “수좌는 법거량을 하니 이 또한 묘한 도리로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세상사 이치를 배울 수 있고 부처님 법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가락의 가리킴은 다양한 상징을 나타냅니다.

매일 매일의 흔적이 우리의 업을 결정짓고 있습니다. 우리는 잠잘 때 자명종을 맞추어 놓고 잠을 잡니다. 종종 자명종이 울기도 전에 일어날 시간을 감지합니다. 선은 이런 점에서 자명종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항상 창 밖의 보름달처럼 우리의 삶이 윤회의 업장에서 벗어나 자신 속의 밝은 자신을 찾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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