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왕가(西往歌)
이임수 / 인문과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나도 이럴망정   /세상에 인자(人子)러니

무상을 생각하니 /다 거즛 것이로쇠

부모의 기친 얼골        /죽은 후에 속절없다

져근 덧 생각하야        /세사(世事)를 후리치고

부모께 하직하고         /단표자(單瓢子) 일납의(一衲衣)로

청여장 빗기들고 /명산을 차자들어

선지식을 친견(親見)하야 /이 마음을 발키리라

                 ‥‥‥‥‥‥‥‥‥

이 보시소 어로신내      /권하노니 종제선근(種諸善根) 심으소서

금생애 하온 공덕        /후생에 수(受)하노니

백년 탐물(貪物)은       /하로 아    듯글(티끌)이오

삼일하온 염불은         /백천만겁에 다함업산 보배로쇠

                 ‥‥‥‥‥‥‥‥‥

어와 슬프다     /우리도 인간애 나왔다가

염불 말고 어이 할고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나옹화상(懶翁和尙) 작

한해 동안, 향찰이나 한글로 쓰여진 신라의 불교서정시 향가작품들과 조선 초의 서사시 월인천강지곡을 살펴보았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학형식인 가사문학 중 불교가사 한 편을 엿보기로 하자.

불교가사는 회심가, 염불가 등 지금까지 70여 편이 발굴되었는데, 위에 옮겨본 서왕가는 고려말 나옹선사의 작품으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보권문(普勸文) 부록에 실려 있다. 그리고 이두형태로 전하는 승원가(僧元歌)와 구전으로 전하는 심우가(尋牛歌), 낙도가(樂道歌) 등도 나옹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인생의 무상을 깨닫고 불도에 귀의하여 탐욕을 버리고 선업을 쌓으며 청정한 마음으로 염불하며 살고자 하는 내용의 대표적인 불교포교가사이다. 학자들은 서왕가를 가사문학의 효시(嚆矢, 첫)작품으로 추정하는데 아직 형식이 불완전하다. 불가에서는 지금도 한 행이 4음보로 구송되는 가사형식의 염불이 전하고 있고, 비문 등에서도 가사형식이 꽤나 사용되고 있다. 일상에서도 탐욕과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겸손한 중생으로 살아가야 하는 불자의 삶은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 한가지인 셈이다. 모든 이웃들에게 따뜻한 세모(歲暮)와 행복한 새해가 되기를 부처님께 기원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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