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향
이법산 스님/ 서울캠퍼스 정각원장

되돌리는 마음, 베풀어주는 마음, 더불어 사는 세상은 삭막한 세상, 외로운 현실을 아름답고 즐거운 현실로 만들어 간다. 사람이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느끼며 분노와 희열을 나누는 시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바라보면 긴 듯하지만 지나고 보면 한 순간이다. 찰나간에 끝나 버릴 수 있는 짧은 인생이건만 순간의 욕망과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허둥대며 하루, 한달, 일년을 보내고 있다.

불교의 목적은 회향이다. 회향은 자기가 닦은 공덕을 남이나 중생에게 되돌려 주어 모두 함께 부처님의 진리를 깨달아 성불하는 것으로,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보리회향(菩提淚向)으로 일체지심(一切智心)을 일으켜 구하고 자기가 닦은 일체선법을 회향하여 보리, 즉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일체 공덕의 종자를 심는 것이다.

둘째, 중생회향(衆生淚向)으로 깊이 중생을 염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중생을 염하기 때문에 자기가 닦은 일체 선법을 중생들에게 회향함으로써 다른 사람과 더불어 하는 서원을 가지는 것이다.

셋째, 실제회향(實際淚向)으로 이것은 유위(有爲)를 싫어하고 실다움을 구하는 마음, 유위를 멸하고 무위(無爲)로 실제에 나아가기를 구하기 위하여 자기가 선근을 닦아 회향하며 평등하고 여실한 법성을 구하는 것이다.

『화엄경(華嚴經)』 십회향품에 “보살이 보리심을 내어 모든 선근을 회향하는 것은 한 중생을 위해서도 아니고, 한 불국토를 정화하기 위해서도 아니며, 한 부처님을 믿기 위해서도 아니고, 한 부처님의 법을 듣기 위해서도 아니다. 보살은 오로지 중생을 구호하기 위해서 온갖 선근을 회향하는 것이다. 모든 불국토를 정화하고 모든 부처님을 믿고 받들어 공양하며, 모든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바른 법을 듣기 위해 온갖 선근을 최상의 깨달음에 회향한다”라고 하였다.

중생이 부처님을 믿고 진리를 배우고 실천하여 선근을 쌓아 그 공덕으로 깨달음을 얻되 자기만의 이익이나 해탈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생과 더불어 수행해야 하며, 어떠한 상(相)을 나타내거나 아만을 갖거나 분별심을 갖지 말고 무위(無爲)의 마음으로 실제로 평등한 대자유의 정토를 실현하는 회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또 『화엄경』 십회향품에 “보살은 이와 같이 회향하며 집착하는 데가 없다. 중생이나 세계의 모양에도 집착하지 않고 말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보살은 오로지 중생들에게 진실한 법을 깨우쳐 주기 위해 회향하고, 일체 중생은 평등하다는 생각으로 회향하며, 아집을 버리고 모든 선근을 살펴 회향한다. 보살은 이와 같은 선근 회향으로 모든 허물을 떠나 부처님의 찬탄을 받는다”라고 하였다.

불교에서의 수행의 목적은 깨달음이다. 이 깨달음은 반드시 공덕에 의해서 성취되는 것이며 공덕의 회향은 자신이 아닌 모든 이웃이다. 이웃이란 나 아닌 남을 의미하며 남이란 모든 생명이다. 불교를 신행하는 사람은 반드시 수행의 방편인 기도와 참선을 해야 한다. 일정기간 기도나 참선을 하고는 회향이나 해제를 하는데, 이때 그동안 정진한 공덕은 다른 생명에게 돌려주어서 함께 기쁨을 누리도록 한다.

불교는 공동체적 삶이다. 온 생명이 모두 즐거울 때 참된 기쁨을 갖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교의 최종 목표는 일체 중생이 다함께 성불하는 것이다. 내가 한 일이라고 자랑하거나 으스대고 뽐내면 상(相)에 집착한 공덕으로 크게 칭찬 받을 일이 못된다.

양(梁)나라 무제(武帝)도 달마대사 앞에 자기가 불사(佛事)하고 스님들께 공양한 것을 자랑하다가 “아무 공덕이 없다”는 달마대사의 질책을 받고도 알아차리지 못하여 달마는 양자강을 건너 소림굴로 가버린 일화가 있다. 정말 부처님에게서 칭찬을 받고 싶으면 내가 어떤 공덕을 지었는가도 몰라야 된다. 도인이 자신이 도인이라고 하면 도인이 아닌 것과 같다.

또, 『화엄경』 보현행원품에는 “처음 예배 공경으로부터 중생의 뜻을 수순하기까지 그 공덕을 온 법계 허공계에 있는 일체 중생에게 돌려주어 중생들로 하여금 항상 편안하고 즐겁고 병고가 없게 한다. 나쁜 짓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고 착한 일은 모두 이루어지며, 온갖 나쁜 길의 문은 닫아버리고 열반에 이르는 바른 길은 활짝 열어 보인다.

중생들이 쌓아온 나쁜 업으로 말미암아 받게되는 무거운 고통의 여러 가지 과보를 내가 대신 받으며, 그 중생들이 모두 다 해탈을 얻고 마침내는 더없이 훌륭한 보리를 성취하도록 힘쓴다”라고 하였으니, 부처님께 예배 공양 공경하고 일체 중생을 공경하고 그들의 하고 싶은 일들이 다 이루어지게 하여 그들이 기뻐함이 곧 나의 기쁨이 되고 그들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임을 깨달아야 한다.

하루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나고 연말을 맞으며, 또는 일정한 임기를 마치거나 어떤 일을 끝냈을 때 인간은 실망하거나 자만할 수 있다. 보조스님께서는 어떤 경우든 “실망하거나 자만하지 말라(不自屈 不自恃)”고 당부하였다. 잘못되었을 때 참회하고 부끄러워하며 새롭게 다짐할 것이며, 좋은 결과나 업적에 대해서는 겸손하고 사양하는 마음으로 그 공덕을 대중에게 돌려주어야 더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주어지게 된다.

올해는 더 다사다난한 한 해고, 또 크고 많은 일이 얼마 남지 않은 짧은 시일 안에 이루어지려 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을 회향하는 마음으로 정리하고, 보듬어 싸안고, 많은 욕심 과감히 버리는 각오로 작고 큰 일 다툼이 없어야겠다. 연말 서로 보시하고, 또 보시하고, 또 보시합시다. 아무리 많이 보시해도 넘치지 않는 것이 보시입니다.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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