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되는 불교의 진리
고산 큰스님/ 전 조계종 총무원장, 쌍계사 조실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마음의 병도 다 다스리시고, 모든 중생을 바르게 제도하신 분이십니다. 『화엄경(華嚴經)』에서 부처님은 이렇게 제도하는 가운데 중생의 생각의 그물 속에 들어가 있지만 항상 일체 집착하는 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불교를 믿는 데 있어 불교를 선(禪)과 교(敎)로 나누어서 보기도 하는데, 본래 둘이 아니거든요. 참선이라고 하는 것은 부처님 마음이요, 일체 모든 팔만대장경의 경이라는 것은 부처님 말씀입니다. 또 모든 율장의 계라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부처님의 행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마음, 부처님의 말씀, 부처님의 행이 어찌 다를 수가 있겠습니까? 모두 한 분의 마음에서 행도 있고 말씀도 있는 것입니다. 오직 하나이다 이겁니다.

그런데도 선하는 사람들은 선이 가장 제일이라 하고, 교를 하는 사람들은 교가 제일이라 하고, 율을 지키는 사람은 율이 제일이라 합니다. 자기 하는 것만 제일이라  하는 것은 항상 중생마다 자기 집착성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그 테두리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팔만 사천 법문은 당신의 마음에서 우러난 말씀인 동시에 팔만 사천 가지 여러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 모두 제도할 수 있도록 다 총괄하여 설하셨습니다. 그래서 팔만 대장경에는 오직 한 마음 깨달아서 나와 같은 부처님이 되라는 내용이지 다른 말씀이 없습니다. 또한 일체 모든 경전이나 모든 조사님들의 어구나 또 스님들 배우는 학설들을 다 본다면 전체가 오직 한마음을 깨달아 가지고 성불하라는 내용이지 다른 말씀 없다는 것입니다.

중생이니 보살이니 모든 것이 다 이 한 마음으로 짓는 것이지 마음 밖에는 한 물건도 없다는 것이 부처님 말씀이고 불교의 진리인 것입니다. 일체만사가 다 오직 마음으로 건립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옥이나 천당도 역시 마음으로 짓는 것이기 때문에 내 마음이 슬플 때는 지옥이요, 내 마음이 즐거울 때는 극락이 됩니다. 모든 행복과 불행도 내 마음 가운데 있는 것인데 우리의 모든 중생들은 항상 밖으로만 구하는 것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항상 스스로 노력해서 행복과 부귀공명을 찾을 생각해야지, 부처님에게 무조건 내게 행복을 주세요, 부귀공명을 주세요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에요.

부처님께서는 내가 지어서 내가 받는 것이지, 절대로 다른 사람이 지어서 나에게 전가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반성하고 고치면서 복을 짓도록 노력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자기가 한 복덕 종자가 되돌아 와서 결국 복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이 마음에서 우러나야 되는 것이지 뭘 그냥 하고자 해서 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남이 하라해서 되는 것도 아니죠.

일체만사는 오직 마음으로써 짓는 바이기 때문에 참 자기가 자기 분수에 맞게끔 신앙생활도 가지고 해야 됩니다. 왜냐면 나는 가난하면서도 다른 사람 부자 흉내를 내려고 한다면 돈을 많이 써야 하니 수입에 안 맞을 것이고, 내가 배움이 적은 데도 다른 교수나 박사 흉내를 따라서 한다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한계를 느껴 결국 망신당할 수도 있게 됩니다. 그저 내가 조금씩 자꾸 전진 해나가다 보면 결국에는 목표한 바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덧붙여 배우면 배울수록 하심(下心)을 해야 되지 자기가 안다고 고개를 쳐들면 오히려 안 되는 것입니다. 자꾸 배우면 배울수록 하심을 해서 다른 사람에게 존경을 받고 소중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분수라는 말이 나와서 또 말씀드리겠는데, 옛날 어떤 분이 공작새를 한 마리 키웠는데 얼마나 공작새가 아름답고 보기가 좋던지 이 아름다운 공작에게 머리에 금관을 씌우면 더 아름답겠구나 싶어서 금은방에 가서 공작새 머리에 맞춘 금관을 하나 사서 씌워놓았습니다. 주인은 참 좋아하며 혼자 손뼉을 치고 웃었어요. 그런데 공중에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다니다 새우리 안에 번쩍번쩍 빛나는 것을 보고 공작새에게 가서 공작새의 금관을 한 번만 빌려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까마귀는 공중에서 금관을 쓰고 날고 있었는데, 밑에서 화살이 하나 날라 와서 까마귀를 정통으로 맞춰 죽였데요. 마침 지나가던 사냥꾼이 공중을 쳐다보니 번쩍번쩍하니까 희귀한 동물이다 싶어 냅다 화살을 쏜 것이었죠. 이 이야기에서는 분수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하면 자기 생명까지도 위태로워 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래서 항상 역대 조사들께서도 분수에 맞게끔 살아가라 비유를 들어 말씀합니다.

여러분들에게 불교를 믿는 것이 어떤 것이냐 물으면 다들 대답을 잘 못하더시더라구요. 그렇다면 어떤 것이 믿는 것일까요. 우선 믿는 다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마치 부부가 서로 믿듯이, 부모 자식간 믿듯이 그런 것입니다. 옛날에 맹자어머니가 베틀에서 베를 짜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맹자 어머니! 맹자 어머니! 당신 아들이 살인을 지어 끌려오고 있소”이러거든요. “내아들은 그런 아들 아니야.” 그리고 베만 계속 짜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어 두 번째 어떤 사람이 와서 또 그랬어요. 내 아들은 그런 아들이 절대 아니야라고 맹자어머니가 다시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연이어 세 번째 다른 이가 와서 그와 같이 말하고, 결국 네 번째 똑같은 얘기를 들었을 때 맹자 어머니는 결국 의심하길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베틀에서 나와서 대문간에서 정말 내아들이 끌려오나 살펴보았데요. 살피니 끌려가는 사람은 아들을 닮은 사람이고, 뒤에서 아들이 “어머니, 정말 저 닮은 사람이 저리 끌려가네요. 다른 사람들이 제가 그런 줄 압니다.”이러거든요. 그럼 그렇지 내아들이 그럴 리가 없지 하고 맹자어머니는 다시 돌아도 안보고 베를 짰다고 합니다. 의심하지 않는 것이 바로 믿는 것입니다.

현대는 과학 시대라고 합니다. 이 과학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컴퓨터는 바로 사람두뇌를 연구해서 만든 것입니다. 우리 사람의 지식능력은 무한대로 입력이 되고도 남는 것인데 가만히 두면 녹이 슬어요. 그런데 자꾸 게으름을 피우고 그러니까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와 같이 우리가 현대세상에 살아나가면서 과학시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식을 쌓는 일,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해요.

여러 가지를 통합해서 본다면 결국은 일치점은 하나여서, 우리가 자세히 살펴보고 또 자세히 보고 그 가운데서 자기가 취하고 싶은 것을 취해야 합니다. 역시 모든 종교들 또한 기준점이 하나이기 때문에 목적지에 가면 다 한데 만나게 되 있어요. 그러나 걸어다니는 길이 다른 것을 서로 몰라 가지고 서로 비방을 하고 심지어 다투기까지 하기도 합니다.

내가 다른 종교인들을 찾아가 만나서 대화를 해본 적이 있어요. 절대로 우리 종교인들이 중생을 교화를 해야 한다고 나아가야 되지 다른 종교인들과 서로 헐뜯고 다투는 일에 힘써서 되겠느냐 하고 말하니까 상대방들도 다 그 말이 옳다고 해요. 모든 종교인이 서로 평화롭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요.

옛말에 한 마음에 의심만 하게 되면 땅기운이 와서 나를 얽매어 버리고 그래서 내가 멍청해져 버릴 수 있다고 합니다. 또 한 마음에 사랑만 하게 되면 사랑이라는 것은 물기운에서 오는 것이어서 눈이고 코이고 물이 줄줄 나오게 된답니다. 그 다음에 화내는 마음만 내면 불기운이 와서 여기저기 나의 몸을 태운다고 비유합니다.  그리고 너무 기쁜 마음은 바람이 와서 나를 나부끼게 한다고 해요. 이런 점을 우리가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세상에 잘 살아가려면 마음 속 모든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생활해야 되는 것입니다. 더불어 불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들이 다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는 하나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내 본래 청정한 마음이 부처이거든요. 모두들 다 착한 마음 내셔서 그렇게 잘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