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불교학 정보의 한계
울만 파트리크 /UCLA 캘리포니아 대학 강사

한국은 인터넷 사용율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각분야에서 인터넷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말한다. 불교학에 종사하는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사찰, 수행단체, 박물관 등은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유익한 정보를 올리며, 누구나 이를 쉽게 열람하거나 내려 받을 수 있게 한다. 필자도 동국대학교 재학 중에 인터넷을 통해 보다 넓은 세계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미한 이후에 그렇게 즐겨 찾았던 사이버 세계는 사이비 세계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즉 인터넷을 통해서 접한 정보들에 의해 구축된 해외의 불교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은 빙산의 일각이거나, 심지어 왜곡된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우선 한국에 비하여 대학원생이나 교수들의 인터넷사용 시간이 훨씬 짧고, 인터넷을 정보의 취재도구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시 말하면 학술적인 지식을 추구함에 있어서 인터넷이 적당하지 않다는 말이 된다. 구미의 대학이나 연구기관들은 대부분 전문 사서를 고용하여 사계의 도서, 학술지, 원전, 논문집을 구입하고 미비된 자료를 신속히 입수할 수 있도록 타 대학 도서관과 계약을 맺고, 연구자가 원하는 모든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상당한 노력과 재력을 투자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을 접할 기회는 도서관에 있는 자료를 구하기 위한 분류 번호를 찾을 때에 한한다.

그러나 한국의 실정은 판이하다. 적어도 불교학의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도서관의 열악한 자료 보유율 때문에 간혹 수도권의 여러 대학 도서관에 왕래한 후 운이 좋으면 원하는 자료를 구할 수 있으며, 운이 없을 때는 사비로 해당 자료를 유학 중인 동료나 해외 서점에서 주문해야 한다. 해외 불교학술지를 창간호부터 구비하고 있는 도서관이 과연 몇 군데가 있을까. 국내의 불교대학들은 불교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과연 얼마만큼의 노력과 재정적 지원을 할애하고 있는지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인터넷이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소논문들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고, 도서관에 없는 신간이나 고판본 도서의 존재를 알리며 이를 원하면 구입할 수도 있다.

반대로, 여기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 국제 학계에서 호평받을 만한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정해진 연구대상에 대한 기존의 모든 중요한 연구성과물을 읽었거나 적어도 이들의 존재를 알아야 하는 것이 외국 학계의 상식이다. 그러나 전산화되지 않은 학술지의 내부제목이나 도서목록이 부지기수인 현황은 인터넷을 통한 자료 수집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본인이 자주 이용한 “불교 디지털 도서관 및 박물관”(Digital Buddhist Library and Museum, http://ccbs.ntu.edu.tw/

DBLM/index.htm)에서 학자명이나 단어 검색을 통하여 불교 소논문을 찾을 수 있지만, 전산화되지 않은 것도 많다.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지속적으로 증가될 전망이지만, 이들이 점차 유료화 되는 추세이므로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특정인이나 특정 연구기관을 제외한 정보 공유는 감소될 것이다.

해외의 불교학자들은 인터넷을 정보의 원천으로 보기 보다는 상호간의 신속한 메시지 교환 또는 토론 그룹(discussion group)위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의 상당수가 H-Buddhism (Buddhist Scholars Information Network)에 가입하여 정보를 교환한다. H-Buddhism 홈페이지(http://www2.h-net.msu.

edu/~buddhism)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지만, 글을 올리거나 토론그룹에 참여하는 것은 등록자에게만 주어지는 권리이며, 등록 자격은 대학원 재학생, 석박사 학위 소유자 및 교수에게 한정된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기가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와 관련된 정보나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과 교수들의 활발한 정보교환망이 구축되고 있다. 구성원의 대부분이 미국에 있지만, 유럽이나 일본 등지로 확산돼 가고 있다.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이다.

그러나 H-Buddhism에서 구미 불교학자들이 필요한 모든 학술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다고 하면 과대평가일 것이다. 미국의 대학에서 한 교수가 학기당 가르치는 수업은 대개 학부 수업 한 과목이며, 대학원 세미나 한 과목 정도이다. 따라서 자기 연구시간이 많으므로 자기 전공분야에 관련된 정보를 굳이 인터넷을 통해서 얻을 필요가 없다. 또한 대학원생들이 세미나 하나를 수강할 경우, 일정한 분야의 주요 저서를 대부분 망라하게 되므로 인터넷에 호소할 필요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

한국·일본·대만 등의 나라에서 불교는 학술적 연구 대상일 뿐만 아니라 역사와 사회적인 측면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쳤으므로 불교 종단에서 연구지원이 가능한 반면에, 구미에서는 종단적 지원이 미미하거나 존재하지 않으므로 불교는 인문학의 한 분야로서 연구대상일 뿐이다. 인문학의 제학문 분야 중에 하나에 불과한 불교학은 타 학문과의 대화를 통해서야 불교학의 중요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에, 불교학자들은 불교학에 종사하지 않는 학자와 불교학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게 비춰져야 지원과 관심을 모을 수 있다. 기존의 교학이나 철학 위주의 연구를 탈피하거나, 교학이나 철학을 연구해도 이를 역사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등의 학문이나 방법론을 도입하고 보좌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불교를 단순히 하나의 사상적 체계로 이해하기보다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 구현된 문화 현상으로 파악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때문에 구미에서 말하는 불교학(Buddhist Studies)이란 한국이나 일본보다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개념이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민간신앙·역사학·정치학에 분류되는 것을 구미 학자들은 불교와 관련이 있는 한, 불교학의 범위 내에서 처리한다. 그리고 불교에 내재하는 전통적 방법론에만 의거하여 불교를 연구하는 것 보다, 불교 이외의 방법론을 활용하거나 이를 의식하면서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불교학계 이외의 사람에게 관심을 끌게 하고 의미심장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해외의 불교학 연구동향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불교학계 내에서도 상호 연구동향을 파악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특히 일부 석학들은 아예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연구에만 몰두하기도 하므로, 국내 학자들이 인터넷에서 발견되는 정보를 불교학의 전모나 대표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류가 아닐까 한다. 한국에서는 대중매체를 잘 타야 유명하고 권위있는 학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구미의 경우 오히려 그 반대다.

때문에 인터넷 상의 표피적 정보를 해당 분야의 전모인양 중요시하기 보다는 국내외 원전, 학술지 등 연구의 기초 자료를 갖춘 시스템을 구축,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하여 연구에 심도를 더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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