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토 경주에 살면서 석광열 /
금장생활관 관리팀장
울산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초등학교 수학여행으로
경주의 불국사와 석굴암을 다녀왔다. 불국사의
여러 탑들과 석굴암의 웅장한 본존불 부처님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그때 경주는
불교문화재가 널리 흩어져 있는 유서 깊은
신라의 도읍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동국대 사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당시 나는 1학년 교양과목으로 「불교학개론」은
홍정식 교수님과 권기종 교수님에게 수강하였고,
「불교문화사」는 이재창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나는 솔직히 불교라는 종교에
관하여 아는 것이 별로 없었지만, 이때
접한 불교의 교리는 매우 흥미로웠다.
불타는
우주와 인생의 보편 타당한 진리를 깨달은
정각자이며, 인류의 정신적인 스승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열반에 들 때 제자들에게
유훈으로 남긴 말씀인 “자기 자신에게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며 남에게 귀의하지
마라. 자기 스스로를 광명으로 하고 법을
광명으로 삼아 남을 광명으로 삼지 마라.
태어나고 시작된 모든 것은 반드시 멸하고
끝나는 법이다. 그러므로 부지런히 힘써
해탈을 구하라.”는 “법등명 자등명(法燈明
自燈明)”의 가르침이 제일 감명 깊었다.
그 해 여름방학에는 이러한 기억들을 되살려
홍정식 교수님이 저술한 불교학개론 책을
다시 정독한 기억이 남는다.
사학과
안계현(安啓賢) 박사 강의시간에는 한국불교사중에서도
삼국통일을 전후한 신라의 왕경(경주)의
귀족을 중심으로 한 교종과 신라 말 지방호족의
후원으로 융성을 일으킨 선종의 역사에
관하여 상세한 강의를 들었고, 고적답사
때에는 전남 장흥에 있는 가지산 보림사에
들러 화재 후 남아있는 철조비로자나불좌상과
보조(普照)선사의 창성탑비 등을 둘러보기도
하였다. 특히 황수영(黃壽永) 박사의 불교문화재
강의시간에는 사찰발굴 후 드러난 금석자료에
따른 황룡사와 감은사의 창립설화와 경주
시내와 남산 주변에 산재한 불교문화재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귀담아 듣기도 하였다.
그
후 대학졸업과 동시에 동국대학교에 근무하면서
경주에서 살게 되었고, 동국인남산등반대회에
처음으로 참석하였다. 등산하면서 강의시간에만
들었던 남산의 산재한 불교 유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당시 고위산
천룡사지에서 용장계곡으로 용장사지를
올라서 상선암에 이르는 코스로 내려왔다.
곳곳의 폐사지에 흩어진 탑과 파손된 거북만이
남아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용장계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북쪽 산마루에 걸려있는
용장사지탑은 신라인의 불국토가 다름
아닌 이곳 남산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떠올랐다. 그때 상선암에서 삼릉계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곳곳의 바위에 새겨진
신라인의 간절한 염원이 깃들은 부처님을
보면서 불교와 경주와 동국대에 몸담고
있는 나 자신의 인연을 다시금 돌이켜보게
되었다.
그
해 이후로 주말에 시간만 나면 경주시내와
주변의 사찰을 탐방하는 현장 답사에 나섰다.
물론 『삼국유사』를 읽으면서 알게 된
폐사지였다. 시내에 소재한 황룡사지,
사천왕사지, 망덕사지, 보문사지, 황복사지
등을 답사하였으며, 보문 지역의 황룡사지와
무장사지, 남산의 동록과 서록에 위치한
폐사지를 돌아보면서 화재와 몽고침입,
임진왜란 등 전란으로 사라진 귀중한 불교문화재에
대한 애석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후 불교에 대한 역사와 교리를 좀더
알고 싶어 인도불교사, 중국불교사와 불멸
이후 전개된 부파불교, 대승불교의 전개과정을
읽기도 하였으며, 중국선종사에 등장한
조사들의 어록을 구하여 읽어보기도 하였다.
특히
불교의 핵심 기초교리인 연기법, 사성제,
삼법인, 팔정도, 윤회와 업에 대하여도
여러 서적을 구하여 비교하면서 읽어보았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때에도 부처님이
성도(成道)할 때 무엇을 깨달았는가하는
것이 매우 궁금하고 중요한 문제였다.
그 후 깨달음의 문제는 팔리어경전을 읽음으로써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되었다. 연기법은
존재의 관계성 또는 상의성의 법칙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연기를 보는 자는 법을
보는 것이요, 법을 보는 자는 곧 연기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이어서 “연기를
보는 자는 법을 본다. 법을 보는 자는
곧 나 부처를 본다.”는 이러한 말에서
연기법이 얼마나 부처님 사상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는 중요한 것인가를 이해하게
되었다.
1992년에
교내 직원불자회인 <문수회>가 창립되면서
나는 문수회 회원이 되어 불교를 책만이
아닌 실제 신앙생활과 성지순례 등으로
접목하게 되었다. 아무리 불교교리를 이해하고
독송한다고 신실(信實)한 불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자신과 가족의 생활 속에서 신(身),
구(口), 의(意)의 삼악업(三惡業)을 짓지
말며, 탐(貪), 진(瞋), 치(癡)를 멀리하고
팔정도(八正道)를 행동으로 실천에 옮겨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제아무리 불교교리를 책을
통하여 알았다한들 올바르게 실천하지
못한다면 진실한 불자가 될 수 없다는
믿음이다.
복잡다기(複雜多岐)한
현대사회에서 자비를 베풀며 이타행(利他行)을
실행하여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참모습의
자신으로 돌아가야만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일체의 모든 것은 서로의
인연에 의해 잠시 머물고 있으며 그 인연이
다하면 본래의 공으로 되돌아간다고 하였으니,
그 인연이 계속되는 한 더불어 화합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과 직장의
발전에 공헌하는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 금장생활관에 근무하면서 주변 생활환경과
여러 인연에 만족하지만, 나 자신과 직장의
발전을 위하여 매일 정진하는 것을 잊지
않고자 한다. 가끔 시간을 내어 남산을
오르내리고, 매주 금요일 생활관 법당
아침예불과 매월 정각원 법회에 참석하면서
내가 과연 지금까지 체득한 불교를 가정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어떻게
구현하고 실천하는가를 항상 화두(話頭)로
삼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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