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위력
전해주 스님/ 불교학과 교수

20세기의 유명한 인문과학자인 아서 케슬러는 그의 마지막 저서인 『야누스』에서 인류 생존의 위협적인 요인으로 언어를 들고 있다. 인간을 곤경에 빠뜨리는 치명적인 무기가 언어라는 것이다. 인간은 전염병에 감염되는 만큼이나 슬로건의 최면에 빠져들기 쉬우며, 슬로건에 의한 풍토병이 돌 때면 집단 의식이 퍼지고, 전쟁이나 대학살의 과정에서 주된 촉매는 말의 최면력이었다는 것이다. 히틀러의 말은 그 당시 가장 강력한 파괴도구였다고 케슬러는 역설하고 있다. 그것은 말의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거의 3000여 가지의 언어집단으로 갈라져 있는데, 방언을 포함한 개개의 언어는 같은 언어집단에서는 응집력으로 작용하지만 언어를 달리하는 집단 간에서는 분리력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위성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서나 소통될 수 있는 공통 언어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케슬러는 인간의 문제를 걱정스레 진단하였다.

사바세계에서 전달수단으로 힘이 강한 것에 이 언어를 들 수 있다. 『화엄경』에서는 음성이나 언어에 대해 대단히 자주 교설하고 있다. 그것은 말이 지닌 위력이 너무나 크기 때문일 것이다.

부처님의 음성은 원음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는 한 말씀으로만 하시더라도 듣는 이들은 다 각기 자기 언어로 달리 알아듣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래출현품」에서는 여래의 음성이 한량없는 음성에 두루하며, 중생들의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환희케 하며, 중생들의 믿고 이해함을 따라 다 환희케 하며, 삿되거나 굽음이 없으며, 내지 생멸함이 없다고 교설하고 있다.

따라서 보살도 또한 중생들의 근기와 욕락에 따라 한 음성에 한량없는 소리를 내어, 때에 알맞도록 설법하여 모두를 환희하게 한다.

 

보살은 바른 생각을 성취하여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견고하여 흔들리지 않으며 생각이 바르므로 세간의 모든 언어를 잘 알고 출세간법의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소리로도 보살을 산란하게 할 수 없다. 높고 큰 소리, 거칠고 탁한 소리, 사람을 몹시 두렵게 하는 소리, 마음을 기쁘게 하는 소리, 마음을 기쁘게 하지 않는 소리 등 이러한 소리를 듣더라도 보살은 잠시도 마음이 산란하지 않는다. 보살은 삼매에 들어 모든 음성을 사유 관찰하여 음성이 생기고 머물고 사라지는 모양과 그 성질을 잘 안다. 보살은 삼매를 얻어 갖가지 소리를 듣더라도 마음이 산란치 않고 삼매가 점점 더 깊어지게 한다. 그리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청정한 생각에 편안히 머물러 마침내 열반을 성취하게 한다.

 

이처럼 바른 생각을 갖고 바른 법을 들은 보살은, 중생을 기쁘게 하는 모든 언어를 잘 알고, 그 어떤 소리에도 마음이 산란하지 않는다. 그것이 어리석음과 산란함을 떠난 행, 선정바라밀행이다.

이와 같이 모든 음성을 듣기도 하고 듣지 않기도 하는 마음대로 자유로운 것이 천이통이다. 우리는 대체로 옆에서 속삭이는 말이나 자기에 대해서 하는 말에 대단히 많이 동요한다. 칭찬하는 말, 욕하는 말, 유혹하는 말에 거의 다 넘어간다. 그런데 들어도 안 들은 것과 같거나, 듣고 안 듣는 일을 자유자재로 한다면, 이는 분명 신통경계라 할 것이다.

아무튼 언어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말은 분명 좋은 말만 해야하는 것이다. 우리가 짓는 모든 행위를 몸과 말과 마음으로 짓는 업의 세 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말의 업에 다시 네 가지가 있다. 말의 업(口業)이 우리의 행복과 불행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네 가지 나쁜 말로는 거짓말(妄語), 이간하는 말(兩舌), 욕하는 말(惡口), 겉만 번드르르한 말(綺語)을 든다. 나쁜 업에는 반드시 나쁜 과보가 따른다.

 

거짓말한 죄로는 비방을 많이 받거나 남에게 속게된다. 이간하는 죄로는 권속이 뿔뿔이 흩어지고 친척들이 험악할 것이다. 욕을 한 죄로는 항상 나쁜 소리를 듣고 다투는 일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번드르르한 말을 한 죄로는 사람들이 제 말을 곧이 듣지 않고 말이 분명하지 못할 것이다.〈「십지품」〉

 

십지(재2 離坵地)에 도달한 보살은 그러한 나쁜 말을 하지 않고, 항상 성실어·화쟁어·유연어·질직어만 한다.

 

성품이 거짓말하지 않으니, 보살이 항상 진실한 말과 참된 말과 시기에 맞는 말만 하고 꿈에서라도 거짓말하지 않으며, 하려는 마음도 없다. 성품이 이간하는 말을 하지 않으니, 보살은 실제거나 실제가 아니거나 이간하는 말을 하지도 않고 이간하기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성품이 나쁜 말을 하지 않으니, 해롭게 하는 말, 거치른 말, 남을 성내게 하는 말, 비속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부드러운 말, 몸과 마음이 희열한 말만 한다. 성품이 번드르르한 말을 하지 않나니, 보살은 언제나, 법에 맞는 말만하고, 농담으로라도 항상 생각하여 의로운 말만 한다. 〈「십지품」〉

 

쉽게 하는 우리의 말 한마디가 자신이나 남의 행복과 불행을 초래하는데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우리도 좋은 말만 자유로이 사용함으로써 우리의 행복을 찾고 유지했으면 한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구법순례자 선재도 다섯 번째로 만난 선지식인 미가장자에게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중생들의 말을 분별하여 그들에게 이익을 주는 음성다라니문을 성취하여 해탈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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