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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로드, 동서양 문화의 통로

강민수/ 고려대장경연구소 출판부장

 

지금 세계는 아프가니스탄 때문에 요동을 치고 있다. 천애의 산악과 삭막한 토지로 불모지처럼 생각되는 그 곳이 세계의 주목을 끌게 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진작부터 소위 실크 로드의 요충지로 중시되었던 곳이다.

근대 이전에 오랫동안 동양과 서양을 잇는 가교였던 ‘비단의 이동로’, 즉 실크 로드는 물자의 교역로였을 뿐 아니라 거대한 문화 통로였다. 지리적으로는 중국 서부의 시안[西安]에서 시작하여 중앙아시아, 서아시아를 지나 지중해에 이르는 아주 험하고 긴 길로서, 동서양의 문명과 종교의 발생지를 모두 통과하고 있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도로이다.

동서양의 어느 문화도 이 실크 로드 없이 독자적으로 성립한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로서는 선진국이었던 중국의 상품과 기술이 이 실크 로드를 통해 아랍과 유럽에 전해졌고, 유럽과 아랍의 문물이 실크 로드를 거쳐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는 경제적인 교류에만 국한되지 않고 문화 전반에 걸친 교류로 확장되었다. 유교,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 종교간의 교류사도 실크 로드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다.

실크 로드의 역사 중에서도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불교와 관련된 부분일 것이다. 수많은 서역의 스님들이 중국으로 들어가 불교를 전파한 것도 이 실크 로드를 통해서였고, 중국, 한국, 일본의 스님들이 불법을 배우고 경전을 구하고자 서역으로 떠난 것도 이 실크 로드를 통해서였다. 실크 로드의 중국 관문인 둔황[敦煌]에는 귀중한 불교 유물과 유적이 많이 남아 있어서 우리나라 불자들의 인기 있는 성지 순례 코스이기도 하다.   

당나라 현장(玄斡) 스님의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와 신라 혜초(慧超) 스님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통해 실크 로드와 연결된 당시 서역 여러 나라의 문화와 사회상을 소상히 알 수 있다.

인터넷에서 ‘실크 로드’를 검색해 보면, 수천 건의 웹 사이트가 나오고 수많은 여행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꽤 많은 사람들이 실크 로드에 관심을 가지고 실제 여행에 나서기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사진을 곁들여 여행 일정에 따라 현지 사정을 상세히 기록한 것으로 실크 로드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크 로드를 연구하고 깊이 알고 싶은 이들에게는 이런 여행기가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크 로드 재단(Silkroad Foundation)은 인터넷에서(http://www.silk-road.com) 그러한 불만족을 해소하기에 충분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한 호기심의 총족에 그치지 않고, 실크 로드에 대한 학술적 탐구에까지 접근하는 이 곳은 실크 로드에 대한 세계사적 관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실크 로드 재단은 1996년, 중앙아시아와 실크 로드의 문화 예술을 연구하고 보존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서, 미국 캘리포니아의 사라토가(Saratoga)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이 재단은 동서양 문화 이해의 가교를 표방하며, 월례 강좌와 대규모 학술대회 행사, 연례 페스티발, 전시회, 출판 등 다양한 형태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실크 로드 재단의 홈 페이지는 방대한 양의 실크 로드 연구 결과를 수록하고 있다. 연표, 도서 목록, 논문 목록, 논문 요약, 지도 등 실크 로드 연구에 필요한 좋은 자료들을 제공한다. 이 재단의 관심은 학술뿐만 아니라, 실크 로드 관련 음악과 상세한 실크 로드 여행 정보도 제공하고 있어서, 실크 로드의 여행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필수적으로 여기를 먼저 들러 볼 만하다.

엄선된 사이트 링크와 최신 뉴스가 이 사이트의 장점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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