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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산치 대탑

상현숙 / 불교출판부 팀장

 


산치(Sanchi)는 인도 중부 마디야프라데시 주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은 얕은 구릉지대로, 농경지가 발달한 평원 지대이며 인도의 불교유적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산치의 유물들이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1818년, 영국 기병대의 한 장군에 의해서였다. 그뒤 1912년부터 본격적인 발굴작업이 시작된 뒤 두 차례의 복원 작업 끝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1989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산치에는 현재 남아 있는 3기의 탑을 비롯해서 작은 불탑들, 집회장, 아쇼카 왕 석주, 사원터를 비롯된 유적들이 여러 군데 있다. 특히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12세기까지 약 1,500여 년에 걸쳐 유지되어 온 산치 유적군은 곳곳에서 각 시대나 양식별로 차이점을 보여 주고 있어 불교미술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산치의 유적군들에는 아쇼카 왕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아쇼카가 왕이 되기 전 왕자였을 때, 웃제니 지방의 총독으로 부임해서 그곳에 머문 일이 있었다. 그때 웃제니에서 가까운 곳인 비디샤라는 곳에 장자의 딸 데비라는 처녀가 있었는데, 아쇼카는 데비를 사랑했고 둘은 서로 장래를 약속했다. 하지만 수도로 다시 돌아와 왕이 된 아쇼카는 그후 인도의 통일에 몰두하느라 데비와의 약속을 잊고 말았다. 하지만 고향에 남아 있던 데비는 아쇼카의 아들을 낳았고 아이의 이름을 마힌다라고 지어 주었다. 마힌다가 성장하자 데비는 그에게 아쇼카가 자신에게 남기고 간 표시물을 주며 아버지를 찾아가 보라고 했다. 아버지를 찾아간 마힌다는 어머니 데비의 이야기를 했고 깜짝 놀라 지난날을 떠올리게 된 아쇼카는 후회하며 데비를 다시 찾았지만 데비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아들 마힌다는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그곳에 탑을 세울 것을 소원했고 그렇게 해서 산치의 탑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힌다는 이후 출가해서 승려가 되어 스리랑카에 불법을 전파했다고 한다.

지금 볼 수 있는 산치의 세 탑 가운데 가장 큰 탑을 산치 제1스투파 또는 마하 스투파 또는 대탑(大塔)이라고 한다. 산스크리트 스투파(stupa)는 “흙을 쌓아올린 것”이라는 뜻인데, 한자로 소릿말적기하면 솔탑파(率塔婆)가 되고, 그중 가운데 글자만 따서 탑이라고도 한다.

산치의 대탑은 지름 36.5미터, 높이 16.4미터의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데, 아쇼카 왕대에 건립한 것을 후에 슝가 왕조가 본래의 모습보다 2배로 증축했다고 한다.

자, 그럼 대탑의 모양을 살펴보자. 먼저 기단(基壇) 위에 대접을 엎어 놓은 듯한 반구형 돔 형태의 복발(覆鉢)인 탑신부(塔身部)가 자리하는데 이것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하늘을 나타낸다고 한다.

탑신 꼭대기에는 기둥을 둘러 세운 듯한 사면체의 울타리가 보이는데 이것을 평두(平頭)라고 한다. 평두는 세계의 산을 의미한다.

다시 평두 위에는 기둥이 세워져 있는데 이것은 우주의 축을 상징한다. 우산 모양의 이 기둥은 기둥의 축이 되는 산간(傘竿)과 우산 모양의 산개(傘蓋)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기단부 주위로는 돌로 만든 울타리, 즉 석조난간이 있는데 이를 난순(欄楯)이라고 한다. 난순의 동서남북 사방에는 높이 10미터의 문이 하나씩 세워져 있다. 토라나(torana)라고 하는 이 문은 위로 솟은 두 개의 기둥을 가로질러 다시 세 개의 기둥이 놓여 있는데, 세로와 가로로 놓인 이 기둥들에 새겨진 조각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여기에 새겨진 부조들은 주로 부처님의 생애 이야기와 부처님의 전생담인 “자타카” 이야기들이다. 네 개의 문 가운데 남문 옆에는 아쇼카 왕의 석주가 남아 있다.

불교미술에서 부처님의 모습을 새긴 불상이 등장하는 것은 부처님이 열반에 든 한참 뒤의 일이다. 여기 이 산치 대탑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부처님의 모습을 돌이나 나무에 새기거나 만들어 세우는 일이 없었다. 이때를 무불상(無佛像) 시대라고 한다. 그래서 부처님을 표현할 때 부처님의 모습 대신 부처님을 상징하는 상징물들을 썼는데, 주로 법륜, 보리수, 코끼리, 불적(佛跡) 등이 부처님을 나타내는 기호로 쓰였다.

탑신 중앙부를 따라서는 복도식의 길이 마련되어 있어 그 길을 따라 빙 둘러가며 탑신에 예배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산치 대탑은 불탑형식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오늘날 보존되고 있는 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며, 길이 5~60센티미터, 두께 15센티미터의 벽돌들을 쌓아서 만든 것이므로 형식상으로는 전탑(塼塔)에 속한다.

산치는 아쇼카왕 시대 이후 굽타 왕조에 이르기까지 계속 번영하여 더 많은 유물들이 건립되었던 듯한데, 위에서 언급한 대로 대탑인 제1스투파 이외에도 제2스투파, 제3스투파를 비롯한 많은 유적들이 남아 있다.

제2스투파는 다른 것들보다 더 원시의 불탑 형태를 띠고 있는데, 기원전 2세기경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1850년대 이 탑이 발굴될 때 발견된 사리 용기에서는 아쇼카왕 시대의 승려 10인의 사리가 발견되었다. 제3스투파에서는 사리불과 목건련의 이름이 새겨진 사리함이 발견되었는데, 이 사리 용기는 기원전 2세기의 것이라고 추정된다.

거대한 제1, 제2, 제3 스투파가 불교 탑파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스투파를 빼곡이 장식하고 있는 조각품들이 불교 조각의 변천사를 대변해 주며, 50개도 넘는 사원과 탑파의 터가 그대로 남아 있고, 아쇼카 왕 석주의 사자상이 안치된 고고학 박물관이 있는 산치는, 그러니 가히 인도 불교 예술의 총합이라고 할 만한 곳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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