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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라에서 건져낸 최고의 불전 필사본

심재관 / 강릉대학교 철학과 강사

 


문서의 형태로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불교 문헌은 무엇이며, 언제 쓰여진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A.D. 1세기경의 간다리語로 된 法藏部의 經論書 필사본”이 될 것이다. 이 대답은 사실 비교적 최근에 확인된 것이고 아직 외국 학계에서 진행중인 연구 과제이므로, 이 필사본 해독과 연구에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워싱턴 대학의 아시아 어문학과는 브리티시 라이브러리(British Library)와 함께 불교 경전 필사본에 관한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에 관한 소식은 초기 불교 필사본 프로젝트 홈페이지(http://depts.washington.edu/ebmp)를 찾아가 볼 수 있다. 홈페이지에는 간단한 연구자들의 약력과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필요한 폰트와 프로그램을 다운 받을 수 있고, 그리고 필사본의 내용 일부를 볼 수 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내용은 다소 간략하므로, 이 밖의 필사본 연구에 얽힌 에피소드나 간다라 필사본 처리에 관한 소식은 아래의 주소로 찾아가서 얻을 수 있다.

http://www.washington.edu/alumni/columns/march97/scrolls1.html

http://www.asianart.com/articles/batton/

http://www.adobe.com/print/features/scrolls/mail.html

1. 문서의 발견과 사업

1994년 브리티시 라이브러리(British Library)는 익명의 기여자에 의해 열세개의 자작나무 필사본을 건네받는다. 이 필사본 파편들은 대부분 카로슈티(Kharoshi) 문자로 쓰여진 간다리語(北파키스탄과 東아프카니스탄에서 사용되던 고대 범어 방언)로 쓰여졌으며, 그 정확한 발굴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아마도 유사한 필사본들이 발견되었던 동아프카니스탄의 일대로 추측하고 있다. 브리티시 라이브러리 측에서 입수한 것은 이 필사본이 담겨있었던 진흙항아리의 파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간다리語의 필사본의 불경들이 아마 지금까지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불교문서가 될 것이다.

간다라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불교예술과 문화의 연구지로서 비상한 주목받아왔지만, 그곳에서 발견되는 고고학적이며 예술적 자료들에 비해서 불교문헌은 오직 한 종류만이 보고되었을 뿐이다. 그것은 소위 “간다리 다르마빠다(Gandhari Dharmapada)”라고 부르던 것으로 1962년에 보고되었던 것이다.

그 후 1994년 이와같이 희귀한 필사본을 입수한 브리티시 라이브러리는 은밀하게 이 문서를 해독할 수 있는 학자를 선별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학자로는 와싱턴 대학교의 리차드 살로몬(R. Salomon)이 선발되었다. 그는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인도 古문자학을 전공한 학자였으므로 카로슈티 문자의 쁘라끄리띠語를 읽을 수 있는 소수의 학자군에 소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해서 살로몬을 중심으로 워싱턴 대학과 브리티시 라이브러리의 협동 프로젝트가 초기 불교 필사본 프로젝트(EBMP: Early Buddhist Manuscripts Project)라는 이름으로 1996년 발족되었다. 그 목적은 브리티시 라이브러리 측이 1994년에 입수한 필사본 두루마리를 포함하여 그 외의 부가적인 필사본의 보존과 해독, 그리고 연구에 있다.  

2. 필사본의 가치

부처님 당대나 불멸 후 몇백년 안의 기록문서가 이제까지 발견된 경우는 없었지만, 이 필사본은 연대를 추정해볼 수 있는 단서를 함께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살로몬에 의하면, 이 필사본은 대략 기원후 1세기 초반의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추정할 수 있는 것은, 필사본과 그 필사본이 담겨져 있던 항아리에 명기된 고유명사의 언급, 문자와 언어학적 특징, 그리고 항아리들의 熱발광에 의한 연대 측정법(thermoluminesence) 등을 통해 추정된 것이다.

필사본의 파편 속에는 ‘지호니께 마하끄샤뜨라(jihonike mahak atra)’, 즉 ‘위대한 총독 지호니까’라는 표현이 있는데, 지호니까는 1세기 전반에 통치했던 총독으로 탁실라의 은병이나 동전에 나타난다. 또한 항아리에는 수소마(Susoma)의 아내 바사와다따(Vasavadatta)가 보시한 것이라는 글씨가 새겨져있는데, 이 수소마는 오디(Odi)의 왕이었던 세나와르만(Senavarman)의 친족이자 행정관이었다.

어쨌거나, 이와같은 여러 단서를 통해 대략 기원후 1세기경으로 추정할 수 있는 이 필사본들은 그것이 가장 오래된 불교문헌이라는 가치 뿐만 아니라, 불교사 연구에도 흥미로운 사실을 말해준다.

특히 항아리에 새겨진 銘文에는 法藏部의 스승들에게 올리는 헌사가 발견되는데, 이것은 그 문헌들이 이 학파의 사찰 도서관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실지로 이 필사본의 번역이 더 진전되면서 구체화된 사실이다. 왜냐하면, 漢譯으로 남아있는 법장부의 문헌들과 이 필사본들과의 비교를 통해 문헌간의 놀라울만한 유사성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도의 법장부 역사에 새로운 연구를 촉발시키는 단서가 나온 셈이다.

그 간다리 필사본이 법장부 문헌을 샘플링한 것으로 추정되자, 간다라 불교에 끼친 법장부의 영향은 더욱 분명한 사실이 되었다. 또한 법장부가 간다라 불교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법장부가 여러지역으로 전파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간다라는 서양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동아시아를 관통하는 문화교역 루트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불교문화의 교역의 주체들은 아마도 법장부 학파의 간다라 신도들이 아니었겠는가.

이 필사본의 발견은 譯經史의 연구에도 중요한 것인데, 전부터 학자들에 의해서 초기 중국불전들의 일부가 梵本에서 옮겨진 것이 아니라, 간다리語 불전에서 옮겨졌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었다. 필사본의 발견으로 이러한 주장은 이제 하나의 사실로 정해지는 것 같다.  

3. 프로젝트와 기술

발견된 필사본은 대략, 교훈적이며 대중적인 운문들, 本生談을 그린 아와다나(Avadana) 문헌들, 주석이 포함된 상기띠 경전들, 그리고 확인되지 않는 아비달마 주석서와 같은 몇 개의 經典群으로 나뉘어진다.

이를 대상으로 현재까지 출판된 초기 불교 필사본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1999년 살로몬이 쓴 『간다라 출토 초기 불교 필사본』과 2000년 번역한 『간다리本 코뿔소經: 브리티시 라이브러리 筆寫片 5B』 등이 나와 있다. 초기 불교 필사본 프로젝트는 주로 워싱턴 대학의 불교학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데, 인도불교 연구가로 잘 알려진 그레고리 쇼펜(G. Shopen)이나 콜레트 콕스(C. Cox)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출간 예정되는 문헌들은 다음과 같다:

『3개의 간다라本 증일아함 類型의 경전들: 브리티시 라이브러리 筆寫片 12, 14』(2001년 출판 예정), 『간다리本 法句經과 전생담: 브리티시 라이브러리 筆寫片 16, 25』(2002년 예정), 『간다리本 아비달마 문헌: 브리티시 라이브러리 筆寫片 28』(2002년 예정), 『간다리本 아나와따쁘따』(2003년 예정)

이러한 필사본의 번역과 연구물이 나오기까지는 필사본을 취급해야하는 불교학자들의 약간 ‘번다한’ 노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2천년이나 묶은 자작나무 껍질은 극도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므로, 불교학자들이 취급하는 것은 그 직접적인 필사본이 아니라, 사진과 스캔한 파일들이다. 그 전에 큐레이터들이 초음파 가습기로 접혀진 사본을 펴고 사진 촬영이 가능한 정도로 만드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사진과 스캔한 파일은 해독을 위해 해상도를 높여야하고, 필사본의 파편들의 아귀를 맞추는 일이나, 문자를 형태별로 목록화하여 문자를 판독하고 그 시대를 구분하도록 만드는 것도 불교 고문헌학자들의 몫이다. 이러한 일들은 모두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러한 과정이 모두 끝나야 비로서 해석에 들어갈 수 있다. 이것 역시 불전 전산화의 한 과정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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