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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허정화/ 불교문화대학원 1년

 


환갑이 지나고 불교학을 공부하겠다고 시작한지 3개월이 되었다.

나이가 있으니 이것 저것 공부하는데 장애가 많다. 시력이나 청력은 공부하기엔 부적절하고, 기억력도 90%정도 사라진 상태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 논문을 쓸 수 있을가는 아랑곳 않고 이 공부만은 꼭해야 한다는 고집을 버리지 못한다. 왜냐면 아버지의 영향으로 불교를 접한 어린 시절을 거쳐, 여고를 다니던 50년대부터 불교학을 공부할 것을 꿈꾸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안에서 불교학과에 진학하는 것은 반대하였다. 그리고 43년이 흘러 인생의 산과 바다와 계곡의 늪을 다 지나온 지금, 불교학을 공부하겠다는 젊은 날의 나의 꿈이 다시 점점 그 세력을 더해 와서 이제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 아이가 박사 과정에 있어 아이가 졸업한 뒤로 미루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5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고, 70세가 가까워오면 책을 읽을 시력이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아 입학을 결심하고 강행군을 하는 것이다. 나이가 많다고 제외시키지 아니하신 학교에 감사를 드린다.

60세 나이에 뭐 하러 공부하느냐?하며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셨는데 성불하려고 그럽니다.하고 말한 적이 있다. 침묵이 좋은 것이라는데 침묵하지 않고, 적당히 돌려댈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처가 되리라는 욕망을 걷어 내지 못한, 마음의 바다에 빠져 있는 부처를 아직 건져 내지 못한 초보 불자의 속마음이었는데, 그 대답을 들으신 보살님은 화를 버럭 내며 무슨 부처 할 것이라고...하면서 안절부절 하였다.

대답에 대한 그 반응이 재미있어서 묻는 사람마다 짐짓 또 침묵을 마다하고 그 진실한 대답을 하여 보았다. 그랬더니 아니 스님들이 수십 년 수백 년을 공부하고 닦고 하여도 못 이루는 부처를 어찌 이룬단 말인고?

부처 되겠다는 사람이 왜 그래?하며 어떤 사람은 그냥 두고 보겠다는 빈정대는 말투이다. 그래서 나는 부처님께서도 제바달다에게 태자로 계실 때 한번 겨루어 주셨잖아요? 저도 아직 부처를 이루기 전이라 고의로 사람 괴롭히는 인간은 끝까지 갚아 주고 싶어요.하였다.

지금도 소원을 말하라면 변함 없는 성불이고, 가족의 성불이다. 지동설을 말해서  감옥에 갇혔다가 나오는 갈릴레오가 지금도 지구는 돌고 있는데...하였던 것처럼, 아무리 나에게 핀잔을 주어도 내 대답은 그것뿐이다.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며, 어느 아승기겁에 이루더라도 꼭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중생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는 실유불성(悉有佛性)을 믿으며, 각자 자기의 노력여하에 따라서 이룰 수 있는 성불을 목표로 분명히 밝힌 것이 단지 차이점이라 본다. 이것은 또한 이 길로 같이 가자는 뜻도 된다고 생각하며, 나의 포교 방법이기도 하다.

40여년을 방황한 나의 귀일(歸一). 그 동안의 생활은 모두 불교 공부에 대한 나의 약한 의지를 강인하게 만드는 작업이었고, 불교학 공부의 전주곡이 되었다.

산골에서 28km나 떨어진 야간 불교 교양 대학을 어렵게 다니고 있던 99년에 아버지의 갑작스런 별세로 공부가 중단되었고, 나는 죽음 보다 더 깊은 잠을 잤다. 1년이란 기간을.

잠을 깨어 일어나서 시작한 것은 불교 공부 독학이었고, 8만 4천 대장경 번역판 한글 대장경의 구입하였다. 아버지의 열반이 나에게 준 의미는 성불인 것이다. 아직 10권도 못 읽었지만, 활자가 깨알 같이 작아 3만 글자 정도만 읽어도 눈이 아프다.

그리하여 2000년에 다시 시작한 것은 불교교양 대학 통신반 공부였다. 보내주시는 녹음 테이프를 듣고 공부를 하니 편리하고 시골에서도 가능하였지만, 교수님께서 칠판에 그리시는 내용이나 어려운 교리 문제에 부딪치면 이해를 못했다.

그래서 또 다시 현재 있는 집에서 통학이 가능한 대학 불교학과를 문의하니 동국대학 경주캠퍼스에 불교 대학원이 11월에 인가가 날 것이라 하여 6개월을 기다려 지원서를 내었지만 야간이라 하여 많이 망설여졌다. 그러나 나는 어려움에 부딪칠 때마다 부처님을 생각한다. 부처님이셨다면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실 가하고.

통학이 불가한 거리지만 대책도 없이 일을 저질렀다. 등록을 한 것이다. 일반 4년제 대학 졸업자에게나 입학 자격을 주는 학교문이 열렸으니, 들어가야 하고 이 용기는 부처님을 생각하면 거침없이 나온다.

부처님 말씀에 대해 공부가 되어 가는 만큼 믿음도 조금씩 더 깊어져 가고, 남은 인생을 나의 모든 것을 다하여 부처님 말씀을 세상에 펴는데 전력할 것이다. 단지 부처님 말씀을 철견한 뒤에 포교하라 하셨으니, 철견이 아니라도 질문에 답변을 자신 있게 할만큼이라도 될 그때가 기다려질 뿐이다.

젊은이들에게 젊음이 가기 전에 불교 공부 하라고, 이 말을 꼭 들려주고 싶다. 불교 공부, 부처님 말씀은 우주일체의 진리이기에.

부처님의 깨달음의 내용인 연기의 법칙을 이해하고 깨닫고 믿으면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면 어떤 고통과 괴로움도 좀 더 쉽게 수용하고 극복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와 목표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이것이 매력적이잖아요? 부처님과의 대화 어떠세요?

라일락 향이 퍼져 가는 5월의 뜰에서 2001년 불탄일을 축복하면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기의 보물인 불성(佛性)을 찾아 마음의 삼매인 해인도(海印圖)를 그려 제법(諸法)의 실상(實相), 제법의 공상(空相)을 보시기를 합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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