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재는
미리 예(預) 닦을 수(修)로서 예비적으로
수행하는 재의식(齋儀式)을 말하며, 죽기
전에 미리 7×7=49재를 지낸다는
뜻으로 생전예수재라고도 한다. 의례의
제목을 갖추어 말하면 「예수시왕생칠재(預修十王生七齋)」라고
하며, 명부전(冥府殿)에 모셔진 지장보살
휘하의 염라대왕 등 열 분의 대왕 앞에
나아가 차례로 생전에 지은 선과 악의
평가를 받는 의식을 미리 금생(今生)에
거친다는 것이다.
절에서
하는 모든 기도는 일정한 장소와 시기를
택하여 잡다한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고,
마음의 번뇌 망상을 털어 버리거나 잠재워
녹여 없애고, 본심의 청정한 모습으로
환원하는, 즉 깨달음을 앞당기는 계기를
삼는 것이 그 목적이다.
예수재는
49일 동안 「지장보살」에게 기도를 드리면서
마음을 밝고 맑게 하며, 지장기도를 하는
동안 소위 「전생빚」을 장만하여 회향할
때 그 빚을 열시왕과 판관에게 되돌려
주는 의식이다. 빚은 『금강경』과 『다라니』,
그리고 『冥府錢』으로 한다. 이 빚은
전생에 지은 업장을 대신하여 갚는다는
뜻으로 육십갑년(六十甲年)의 태어난 생년(生年)의
간지(干支)에 따라 정해져 있다.
갑자생(甲子生)은
금강경이 몇 권, 명부에 갚을 돈이 몇
관(貫) 등으로 『석문의범』 의식에 명시되어
있고, 어떤 대왕과 어떤 창고에 받치며
담당 관리자는 누구라는 등 구체적인 사례가
명시되어 있다.
예수재는
개개인의 이름과 생년을 명시한 준비물도
많지만, 법당에 설치하는 법단도 많다.
심지어는 빚 갚을 재화를 싣고 갈 마사단(馬司壇)까지
만들어야 되므로 일이 여간 많은 것이
아니다.
그러면
이렇게 복잡한 예수재는 왜 만들어졌을까?
대승불교에서
부처님의 열반 후 제정되었다고 하는데,
민속 의식을 아우르는 포교의 형식으로써
만들어진 것이라고 본다.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한국의 불교의례 전반은 대부분이
고려시대에 국민의 마음을 한 곳으로 집중하고,
민간신앙을 불교로 포용하여 단순히 형식적인
기복에 치우쳤던 의식을 불교의 교리체계에
맞게 접합시켜 국민의 의식을 고양시키는데
목적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떻게
보면 큰 탱화 그림의 부처님을 모시고
여러 가지 단을 설치하여 온갖 물품들을
진열하고, 며칠씩 의식을 집행하면서 꽹과리·징·북·장고
등 풍물을 울리고 피리를 불며 염불을
노래하듯 길게 뽑아 소리하는 모습들은
마치 무당이나 미신의 형태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의식을 집전하는 목적과 내용은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너무 형이상학적으로 정토세계
구현에 그 목적이 있고, 대비본원사상이
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재 의례의
유래와 소(疏)에 의하면 현생에 복덕과
수명이 증장하고, 다음 생에는 정토에
태어나는 발원이다.
지장기도를
하는 첫째 목적은 참회이며, 둘째는 복덕과
수명을 증장하기 위함이며, 셋째는 미래세계에는
정토에 태어남이다. 그러므로 예수재에서
지장기도를 49일간 먼저 하는 의미는 참회다.
참회는 업을 뉘우쳐 바꾸는 작업이다.
그동안
알 수 없는 지난날에 지은 잘못된 버릇을
현실에 바로 깨달아 부끄러워하며, 그
잘못된 버릇인 업(業)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서원이다.
우리가
죽어서 저승에 가면 먼저 죽음의 세상에서
생전에 지은 업(業)에 대한 재판을 받게
되는데, 49일 동안에 제 1 진광(秦廣)대왕,
제 2 초강(初江)대왕, 제 3 송제(宋帝)대왕,
제 4 오관(五官)대왕, 제 5 염라(閻羅)대왕,
제 6 변성(變成)대왕, 제 7 태산(泰山)대왕,
제 8 평등(平等)대왕, 제 9 도시(都市)대왕,
제 10 오도전륜(五道轉輪)대왕 등 열시왕의
재판을 받고, 선·악의 과보를 결정
받아 지옥·아귀·축생·극락·인간·수라
등 여섯 가지 분류에 태어나거나 모든
고통을 완전히 떠난 극락정토에 태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윤달에 예수재를 지내느냐? 꼭 윤달이어야
한다는 이유는 없다. 언제나 해도 된다.
다만, 우리는 꼭 어떤 계기를 만나야 실행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삼듯이, 윤달에 어떤
하기 어려운 일을 하면 탈이 없다는 민속적
마음의 의지를 인용한 것이다. 정초(正初)나
칠석(七夕), 또는 백중(百中) 등 어떤
의미를 주면서 ○○기도를 하듯이 윤달이라는
계기를 통함도 바로 그런 심리적 매듭을
활용하여 평소에 우리가 살아오면서 잘했는지
못했는지 선과 악의 행위에 대한 참회의
기회를 갖고 현재 지금 뉘우쳐 잘못된
업을 털어 버리면 마음이 가볍고 편안해지게
된다. 따라서 지혜로워지기 때문에 모든
일을 잘할 수 있고, 남에게 도움이 되고
기뻐할 수 있는 업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복덕과 수명이 늘어나고, 내일 모레 내지는
미래 생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 정토를
실현할 수 있다는 소원을 성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수재에서
비록 가상적이기는 하지만 일이 잘 안될
때 혹시 전생에 내가 무슨 빚을 지지는
않았는지, 혹은 무슨 죄를 지었는데 이렇게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나만 이런 괴로움을
당할까 하는 마음을 생길 때, 그 빚진
대가를 빨리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시는
빚을 지지 않겠다는 참회의 다짐을 한다면
마음이 얼마나 홀가분하고 편안해지겠는가.
설사,
가상적인 형식이지만 그것이 상징하는
의미를 마음속 깊이 새겨 진실로 내 잘못을
깨우칠 수 있다면 인간의 삶은 점점 풍요롭고
향기로워지며 즐겁고 행복해질 것이다.
생전예수재는
살아 있는 자신과 돌아가신 부모 형제의
영혼을 위한 기도이므로, 그 자비의 구름이
우주 법계에 널리 덮이어 감로 법우(法雨)가
모든 생명에 내리어 만물을 성장시키고,
아름다운 미래 세계를 꾸며 나가는 기도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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