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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문 부총장님

편집부 

 


유난히 길었던 지난겨울의 추위에 대한 기억도 계절의 변화 앞에선 무색하기만 하다. 살랑 살랑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에 벚꽃의 새하얀 꽃잎이 아스라이 날리는 광경을 보면 새삼 봄이 지나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이처럼 모든 것이 또 새로이 시작되는 교정에서 지난 3월에 취임하신 김재문 부총장님을 만나 뵈었다. 먼저 취임 전후의 달라진 점에 대하여 여쭈었다.

이전에 나는 주어진 강의 시간에 나가 수업을 하거나 연구를 하는 것이 하루 일과 전부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생각됩니다.

경주캠퍼스의 총책임자라는 보직을 맡음으로서 3시간 남짓 않던 강의마저 포기하고 완전히 적극적인 프로의 자세로서 지금 내게 주어진 지위에 맞는 일에만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시간을 내서 학교에 나와 일하고,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지역 사회 어디라도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다소 가정 생활에는 여유를 접더라도 학교에 도움이 되어진다면 그저 학교의 발전을 위해 전념을 다하는 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여깁니다.

물론 이렇게 내가 이전과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전화 통화를 통해서나 가끔씩 만날 수밖에 없어도 이해해주는 아내의 격려가 함께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총장님의 교육자로서의 지나온 삶은 어떠하셨는지 궁금해졌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하면서, 고등학교에 잠시 몸을 담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교직 생활을 한 것으로 친다면 지금까지 아마 25, 26년쯤 이 길을 걷고 있지 않나 싶군요.

지금 몸담고 있는 대학과 이전의 교직 시절과는 분명 차이점이 있습니다. 시골에서 시작했을 때, 그 당시 나는 평생 처음 갖는 직업이라는 생각에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다가 학교 사정으로 6개월만에 그곳을 떠나야만 했는데,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던 교실을 한바퀴 돌면서 나올 땐 정말 어린아이처럼 울음이 나오더군요. 처음이라 아쉬움이 컸었나 봅니다.

이후 대학에 와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법을 전공하는 저로서는 서양법이 아닌 우리 나라의 법 연구가 필요했었고, 저의 재산을 다 부어도 아깝지 않게 여겨졌습니다. 그때 학문 연구로 힘들어질 가계 형편을 생각했다면 아마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서양에서 말하던 천부인권사상이나 인간평등사상이 이미 우리 나라의 역사 속에서 존재해 있었다는 사실에 얼마나 내가 기뻤었는지, 그래서 아마 나에게는 학문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이 가장 잘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외우는 것이 아닌 찾아서 알아내는 즐거움을 안 이상 대학의 공부, 연구는 이전의 제 교직 생활과는 다른 변화된 삶을 일깨워 준 것입니다.

덧붙여 불교계도 발전해나가는 대학의 변화처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함께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제 짧은 소견입니다.

부총장님의 이러한 학문에 대한 열정은 법으로는 우리 나라 최고라는 서울 법대에서도 인정하였고, 방송사에서도 역사 속의 법고문을 요청한 적이 있다는 사실에서 이미 입증된 바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학문에 대한 열정을 이젠 대학 발전에 담으시겠다는 김 재문 부총장님의 재임 기간 중에 가장 역점을 두실 일은 무엇인지 여쭈어 보았다.

학교 전체를 경쟁력 있게 갖추기 위하여 그저 일심으로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생을 비롯하여 교수님과 직원 선생님들 모두 전문적인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 내 바램입니다. 물론 나 스스로도 그렇게 되어야 하겠지요. 그래서 모든 구성원들이 다양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총체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지금의 부총장님이 있기까지 늘 근본적인 힘이 되어준다는 불교와 인연에 관한 이야기도 덧붙여졌다.

어릴 적에 어머니께서 불심이 매우 강하셨습니다. 아버님께서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신 이후에 어머니께서 홀로 힘들게 7남매를 키워오셨는데, 언제나 관세음보살님을 찾으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섣달 그믐날 꼭 절에서 밤을 세운 기억이나, 연등행사 때 밤에 본 절의 아름다운 광경 등이 어렴풋이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청소년 시기에는 전국대학생불교연합회에 나가서 스님과 같이 발우공양도 해보고, 법회도 참석했던 일이 나에게 신심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 들어서 나는 「관세음 보문품」을 접하고 나서 스스로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생각됩니다. 그전의 어둡고 힘든 마음에서 벗어나 언제나 밝고 힘찬 기운을 얻어서 하루하루를 생활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IMF를 통해서 나 역시 고생도 하고 마음이 많이 허해졌는데, 계속 관세음보살님하니까 완전히 얼굴이 달라진 거죠. 불안이 하나도 없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불교에 귀의하는 내 삶이 즐겁고 죽는 날까지 부처님을 찾고 싶고 기원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새 학기를 맞이한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자세에 대하여 언급하셨다.

시대가 변하였기 때문에 국제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가 고급의 문화나 지식을 빨리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쉽게 뒤쳐지고 주저앉고 말 것입니다. 이에 학생들은 대학 시절부터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학문과 교양을 쌓는 장소인 대학에서 모두 용맹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바쁘신 일정 속에서도 아침마다 시간을 내시어 정각원 법당에 발길을 닿으시는 부총장님께 오늘 좋은 말씀 아끼지 않으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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