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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현재인과경

이만/ 불교문화대학장

 


소승불교의 삼장 가운데서 경장에 해당되는 것은 아함과 본연부인데, 본연은 또한 본생, 본기(本紀)라고도 하며, 여기에 속하는 것은 주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의 대표적인 것이 자타카 즉 본생경인데, 이것은 팔리어 삼장에 속하는 경전으로서 총 550편의 전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것은 한역되지는 않았으나 생경, 현우경, 잡보장경 등으로 부분적으로 번역되었으며, 육도집경, 보살본연경 및 보살본행경 등의 경전에도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이 모두를 합하면 총 20여 권에 700여 편이나 된다.

인도인들은 훌륭한 인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생에 수많은 수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위대하신 부처님이 단지 6년만의 고행으로 만고불변의 진리를 깨달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부처님이 이 세상에서 성도하기 전에 수많은 전생을 통해 코끼리, 원숭이, 왕, 장자, 심지어 도둑으로까지 태어나면서도 구도생활을 계속해왔다고 믿었던 것이다

한역경전 중의 본생경류는 대승 삼장과 소승 삼장 및 보유 잡장 등에 제각기 흩어져 있어서 정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는 이 세상에서의 일생을 이해하려 할 때에는 배제할 수 없는데, 그러한 의미에서 이 경전이 중요시된다. 이 경전은 과현인과경(過現因果經) 또는 인과경(因果經)이라고 줄여서 불리기도 하는데, 인도 출신의 학승 구나발타라가 444년부터 453년 사이에 번역한 4권으로 된 것으로서, 석존 자신이 설하신 불전이면서 과거세의 원인과 그로 인해 현재세에 있게되는 결과를 설한 경전이다.

어느 날 석존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에 여러 비구들이 석존의 과거인연을 듣고 싶어하자, 이들에게 과거 보광여래의 출세 때에 선혜 선인으로 태어나 출가 구도한 것으로부터 말씀을 시작하시어, 제3자의 입장에 서서 팔상성도를 설하시고, 마지막으로 과거에 뿌린 씨앗은 무량 겁을 지내도 마멸하지 않고 능히 현재의 일체종지를 성취케 하고, 모든 일로 나타난다고 설명하셨다. 이처럼 과거의 인연과 그 결과로서 현재에 일어나는 것을 설명하고 있으므로 이를 『과거현재인과경』이라고 했으며, 여기에서는 과거의 원인을 알려면, 현재의 결과를 보라. 미래의 결과를 알려면, 현재의 원인을 보라.고 하는 인과사상이 강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 경전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처님의 전생인 선혜 선인이 포발(布髮)하여 부처님께 공양한 일로 보광불이 수기(授記)하는 것과, 수기를 받은 일이 영겁을 지나도 멸하지 않고 현재세에 나타나 부처가 되어 마하가섭을 교화한 것까지를 설명하고 있다.

제1권에서는 석존의 본생인 선혜 선인의 출가와 보광여래의 수기로부터 도솔천에 재생하신 것, 어머니의 태에 든 것, 이 세상에 태어나신 것, 아시타 선인의 예언, 삼시전에 관한 것, 마야부인의 생천 및 학예를 익힌 것 등이 언급되어 있고, 제2권에서는 무예시합을 한 것, 태자의 관정식, 염부수 나무 아래에서의 명상, 결혼에 관한 것, 4문유관, 출가, 고행림에 들어감, 궁중생활의 슬픔 등이 그려져 있다. 제3권에서는 왕자와 대신들을 출가한 태자에게 보낸 일, 빔비사라 왕을 만남, 두 선인을 찾아 도를 물은 것, 6년간의 고행, 보리수 아래에서의 항마성도와 녹야원의 초전법륜 등이 언급되고, 제4권에서는 야사 청년의 출가, 가섭 형제의 교화, 죽림정사의 건립, 사리불과 목련의 귀의, 마하가섭의 교화 및 결문(結文)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제1권의 보광불의 출현에서 어머니의 태에 드는 부분까지는 부처님의 과거 전생의 이야기로서 서분에 해당되고, 다음의 탄생에서 마하가섭의 교화까지는 부처님의 행보로서 현재의 이야기 부분이 정종분에 해당하며, 결문 부분이 유통분에 해당된다.

현존 대장경 중에 전하는 17종의 불전이 모두 소승적인 것인데 반해, 과거현재인과경은 순수하게 소승적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승적인 것도 아니어서 대승과 소승의 사상이 조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 경전은 소승계통의 불전에 소속되지만, 과거의 본생 가운데서 육도(六度), 십지(十地) 및 일체법공설 등은 대승불교의 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한 이 경전의 중심을 이루는 내용 중에서 예컨대 태자 출가 이후의 항마성도 이야기라든가 성도 후의 12인연이나 8정도의 사유 같은 것, 그리고 빔비사라왕의 설법 같은 것도 그 구상이 마명의 불소행찬과 너무나도 일치하여 양자간에는 단지 산문과 운문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불소행찬이 부처님의 탄생에서 시작한 데 비하여 과거현재인과경은 본생부터 시작하고 있다는 차이점에서 볼 때, 이 경전은 불소행찬 이후에 성립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부처님 탄생시의 32종의 상서로움은 오직 보요경(普曜經)과 대장엄경에만 실려 있고, 가섭을 제도하는 방편으로서 삼주(三洲)로부터 삼과(三果)를 취해 온다는 내용 등은 보요경, 대장엄경 및 중본기경에만 있는 점으로 본다면, 이 경전이 불소행찬 이외에 보요경과도 특수한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경전은 문장이 매우 유창하여 석존의 전기를 아주 잘 전하고 있으며, 이후 내용이 선악인과경으로 이어져 불전으로서 다른 불전에 비해 크게 유통되었다. 특히 당 나라 때에는 그림과 함께 책으로 만들어져 일반 대중들에게 크게 유통되었으며, 인과설을 중심으로 하는 불교회화(佛敎繪畵)의 소재로서 불교미술의 발전에 관계가 깊은 경전이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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