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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선재들의 축원문

행복을 복사하는 사람

박수미/ 문예창작 전공

 


한결같음으로 믿음을 주시는 분들이여!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음으로 해서 소중함을 주는 사람들이여!

많은 사람들은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의 생활이 무력감에 빠져들게 한다고 불평불만을 늘어 놓습니다.

여기 가까운 우리의 주변에 자신의 생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데도 여유를 잃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아우성을 치며 자신들의 바쁜 일과만을 들어달라는 요구에 한번쯤 얼굴을 찌푸릴 만도 하지만 그들에게는 항상 웃는 얼굴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바쁘게 허둥대던 나의 마음은 어느덧 여유로워 집니다.

행복을 복사하는 분들이여!

명진관 복사실에서 당신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느덧 학교 생활을 삼년 넘게 하다 보니 매일 같이 얼굴을 대하게 됩니다. 오고 가며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 속에서 당신들은 밥 먹었니? 날씨가 참 좋구나!로 안부 인사를 주고 받습니다. 당신들의 웃음짓는 인사는 우리들의 마음을 참 따스하게 덥혀줍니다.

가끔 복사실의 문이 늦게 열릴 때가 있습니다. 그 일도 사람의 일인지라 지각을 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이른 아침 문이 열리고 밝은 형광등 아래에서 복사기가 착, 착 돌아가는 소리를 듣지 않으면 왠지 하루의 시작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야간 수업이 있는 늦은 저녁까지 복사실의 불은 환히 밝혀 있습니다. 고단한 저녁,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기도 하련만 복사를 원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과 같은 인자한 당신들이여!

복사실 앞에 놓여 있는 커피 자판기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네 주십니다. 그럴 때 그분들의 모습은 집에 계시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인자한 모습입니다.

복사는 단순히 종이를 반복해서 찍어내는 일이 아니라 당신들에게는 웃음을 똑같이 복사하는 일입니다. 행복을 전해주는 것입니다.

평상시도(平常時道)라는 말이 있습니다. 평상심이 곧 도라는 것입니다. 당신들의 평상적인 생활이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줍니다.

부부가 함께 있다 보면 마음이 상하고 얼굴을 찌푸릴 때가 있기도 하련만 당신들은 서로에게 일을 전가하는 일은 보기 어렵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인연(因緣)이시여!

잔정을 베풀어주신 인연을 진정 고맙게 생각합니다. 학생시절 맺어진 서로의 끈을 사회인이 된 후에도 살아가는 지침이 될 것을 고백합니다.

행복을 복사하는 전령사들이여!

종이에도 가로 세로의 결이 있듯이 당신과의 인연을 아름다운 결로 삼아 세상을 살아가렵니다.

십 년, 이십 년이 지나도 항상 그 자리에 있음으로 해서 고마운 당신들은 제 기억 속에 끝까지 함께 자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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