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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 오신날 봉축사

깨달음의 등불로 세상의 어둠을 밝히자

오녹원 큰스님/ 동국학원이사장

 


新綠의 푸른 봄빛이 온 누리에 가득하고, 따스한 미풍이 無緣 慈悲의 法門을 설하고 있는 오늘, 거룩한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모든 사부대중 여러분의 마음속에 지혜와 자비의 등불이 밝혀지기를 축원하는 바입니다.

친애하는 四部大衆 여러분!

오늘 우리는 不生 不滅한 生命의 眞理와 인간의 삶의 고귀한 意味를 밝혀주신 부처님 오신날의 참 뜻을 되새기기 위해서, 諸佛菩薩님이 강림하신 이 聖스러운 도량에 함께 모였습니다.

부처님은 본래 오고 감이 없으신 분이시나, 一大事 因緣으로 인도의 룸비니 동산에서 마야 왕비의 몸을 빌어 태어나시며, 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吾當安之라는 탄생의 게송을 읊으시었습니다. 이는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가장 존귀하도다. 三界가 다 苦痛 속에 있으니 내가 꼭 이를 平安하게 하리라는 뜻입니다. 이 탄생게는 인간의 偉大한 존엄과 無限한 可能性을 밝혀주신 祝福의 말씀이요, 다른 초월적 존재에의 예속에서 인간을 해방시킨 선언입니다. 또한 모든 중생에게 生老病死의 괴로움이 없는 寂滅의 絶代 自由의 世界로 이끌어 주시고자 하는 慈悲의 誓願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불교는 人間苦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 중심의 종교이며 인간자체를 탐구하는 인간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무엇보다도 세계의 중요한 종교들의 중심 개념이었던 創造神이나 主宰神 등의 實在性을 부정하면서, 如來는 이러한 神의 개념에서 自由로워졌다고 선언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神의 의지에 복종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달은 진리에 의지해야 함을 강조하셨던 것입니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迷惑에 빠져 있는 중생들에게 바른 깨달음을 얻게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바른 깨달음이란 宇宙의 實相과 生命의 本性을 있는 그대로 洞察하는 智慧입니다. 깨달음의 법은 항상 큰 바다와 같이 출렁거리고 있으며, 永遠한 太陽과 같이 빛나고 있습니다. 태양의 밝은 빛이 차별 없이 온 세상을 비추고 있는 것과 같이, 正覺의 빛도 역시 時空을 超越하여 스스로 存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은 본래 부처라는 것이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인 것입니다. 부처는 깨달은 인간이고 중생은 미혹하여 生死의 마음으로 사는 存在일 뿐입니다.

法華經에는 모든 법은 본래 항상 스스로 寂滅한 모습으로 있으니 佛子가 이 道를 行하면 來世에 반드시 부처를 이루리라(諸法從本來 常自寂滅相 佛子行道已 來世得作佛)라고 하시었습니다. 六祖 慧能 大師도 깨달음의 自性이 본래 맑고 淸淨하니 이 마음을 그대로 쓰면 곧 바로 부처를 이루리라(菩薩自性 本來淸淨 但用此心 直了成佛)고 하시었습니다. 「화엄경」에도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셋은 아무 다를 바가 없다(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고 설하시고 있습니다.

生命의 本性은 이와 같이 平等하여 둘이 아닌 하나인 것입니다. 다만 淸淨한 佛性의 바탕에 아직도 無明의 구름이 가리워 있기 때문에 衆生의 삶에는 生死와 苦痛이 있는 것입니다. 내가 본래 부처임을 굳게 믿고 큰 願力으로 정진하여, 부처님의 마음이 根源으로 돌아가는 데에(歸一心之源) 오늘 부처님 오신 날을 맞는 참 뜻이 있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부처님은 智慧뿐만 아니라 德과 行의 完成도 가르치셨습니다. 지혜만 있고 실천이 없으면 바른 불자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혜의 눈과 실천하는 발(知目行足)이야 말로 오늘의 불교인들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참된 佛子란 이웃과 다른 생명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慈悲를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大乘 菩薩의 자비는 모든 差別을 초월하는 평등한 사랑이며, 生命을 지닌 모든 존재의 아픔과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고 그 고통을 없애주기 위해 노력하는 수행인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보고 듣는 바와 같이, 지금 이 세계는 아직도 전쟁과 殺生, 宗敎 간의 갈등과 對立, 경제적 빈곤과 실업, 그리고 기아로 고통받는 이웃들로 가득합니다. 인간 이기주의에서 오는 三毒의 공해 때문에 환경은 갈수록 오염되고 있으며, 편리만을 추구하는 과학 기술의 무분별한 誤用으로 自然과 人間은 더욱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불교는 이러한 사회의 難題들을 해결하여 인류에게 희망을 주는 종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바르고 깊은 마음에서 샘솟는 佛心은 이 혼탁한 세상과 오염된 환경을 정화시키는 力動的인 힘이 될 것입니다.

불기 2545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면서 우리 불자들은 그 동안 부처님의 자비 정신을 이 현실사회 속에서 실천하는데 소홀히 했음을 반성하고, 보다 적극적인 利他行을 통하여 正法의 종소리로 이 세계를 淨土로 만들어야 할 사명을 다시 굳게 다짐해야 할 것입니다.

거룩하신 부처님의 크신 가피 아래 사부대중 여러분의 소원이 모두 성취되고, 성스러운 부처님의 뜨락에 걸려 있는 五色의 밝은 등불처럼, 온 세상 모든 생명들에게 平和와 安樂이 가득하기를 祝願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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