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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 오신날 봉축사

불성의 빛을 사회에 회향하자

송석구/ 동국대학교 총장

 


친애하는 동국인 여러분!

오늘 푸른 봄빛과 함께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지혜와 자비의 빛이 온 세계를 밝히기를 기원합니다.

부처님은 본래 오고 감이 없으신 존재입니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화신으로 출현하신 이유는 『妙法蓮華經』에서 설하고 있는 바와 같이, 모든 중생들에게 깨달음을 열어 보여주고, 깨닫게 하고, 그 길에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開示悟入).

부처님은 인간 모두가 이미 깨달은 존재이며 일체 중생이 곧 불성이라는 축복을 주시러 오신 것입니다. 부처님의 淸淨한 法門은 어두움과 괴로움에 허덕이는 중생에게, 삶은 본래 축복이며 아름다운 인연임을 일깨워 주는 등불인 것입니다.

동국인 가족 여러분!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은 正法을 잘 알지 못하는 전도된 생각에 의하여 五濁의 그림자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도처에서는 생명의 물질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생태계의 파괴와 공해로 인한 질병, 그리고 세속적 가치관의 팽배로 인한 청정한 정신문명의 붕괴가 인류의 앞날을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오늘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를 맞아, 우리 동국인 여러분은 이러한 시대적 위기를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 정신으로 타파해 나가는 시대의 구도자이며 개척자가 되기를 당부하고자 합니다.

21세기를 막 시작한 지금,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불안한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인류는 현대화라는 이상을 향해 달려왔으나, 그것은 유토피아의 약속이 아니라 오히려 더 심각한 재앙을 가져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共業의 결과에 인류는 지금 크게 당황해 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대의 물질주의 문명에 오도되고 있는 사람들의 가치관은 영원한 진리를 추구하기 보다는 향락적이고 이기적인 생활을 찬양하는 경향마저 보여주고 있습니다.

쾌락과 감각주의적 사고방식과 독선적 개인주의, 우정과 신의보다는 현실적 타산주의,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황금만능주의, 출세 제일주의, 감사보다는 원망, 겸손과 관용보다는 아만과 배타주의, 불의에 대한 용기있는 도전보다는 방관과 무관심, 참회와 자제보다는 적당한 합리화와 자기기만, 인욕과 정진보다는 방일과 무절제, 생에 대한 깊은 사유와 뜨거운 고뇌보다는 경박한 지식이나 매스컴에 맹신하는 등의 사고 태도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동국인 여러분!

부처님은 緣起의 가르침에서 일체 존재의 고정된 실체성과 특정 진리관의 도그마화를 부정하고, 유기체적 생명 사상을 제창하셨습니다. 또한 대승불교의 空사상이나 禪불교는 모든 이념과 경계를 초월하는 절대 자유의 세계를 제시하였습니다.

우리는 부처님이 제시하신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으로 이 시대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인과의 법을 믿고 무소유의 정신에 입각한 중도의 삶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자기중심적 생활에서 불법의 근본인 연기법 중심의 생활로 전환하므로써 자신의 행복과 세계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무엇보다 스스로가 불성의 주인임을 깨달아 불성을 자신의 인격에 구체적으로 실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꽃봉오리 속에는 열매를 맺을 눈이 숨겨져 있듯이 모든 인간은 본래 이미 깨달은 존재이며 불성의 존재입니다. 우리 인간의 생명은 중생의 생명이 아니라, 무량한 공덕을 갖춘 무한한 빛과 지혜의 큰 힘으로 가득한 생명입니다. 불성은 태양과 같이 항상 찬란히 빛나는 광명이며 끊임없이 부어 주는 청정한 생명력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동국인들은 이러한 불성의 빛을 사회와 중생을 위한 饒益衆生의 정진으로 회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절대 평등과 자유를 지닌 존엄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여기는 同體大悲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동국인 여러분!

지금 우리 사회는 아직도 IMF 체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어려운 共業을 지고 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무한 경쟁의 장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의 앞날도 우리 각자의 태도에 따라 희망찬 도약의 내일을 가꾸느냐 아니면 전진의 대열에서 낙오되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 동국인들은 불퇴전의 정진으로 이러한 난관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대승의 길은 이웃과 사회에 대한 자비의 실천에 있는 것입니다. 如來의 淸淨한 법은 우리에게 정신의 눈뜸과 回心에 의한 자아의 깊은 변화를 재촉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新生의 기쁨과 활력으로 此岸에서 彼岸의 삶을 찾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늘 부처님 오신날을 맞는 우리 동국인들은 다시 깨달음을 향한 용맹한 발심을 새롭게 하여, 이 시대와 이웃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여기는 大悲의 삶, 곧 생명 해방(放生)을 실천하는 대승 행자의 서원을 다시 세워야 할 것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대덕 스님, 내빈 여러분, 그리고 교직원 및 학생 여러분에게 부처님의 크신 자비와 가피력으로 행운과 건강이 가득찬 나날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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