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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

"불교적 인간교육"

신재호/교무처장

 


우리 나라 국민들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소문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통하여 느낀 바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생각하는 교육의 목표는 단순히 자기 자식의 대학입학 뿐이었다.  자식의 능력과 수준이 어느 정도이고, 소질과 적성이 어떠하며, 장래에 무엇을 하면서 이 사회에 이바지할 것인지 전혀 관심이 없다. 또한 자기 자식들이 대학에 진학하기만 하면 그렇게 극성스런 교육열도 금세 식어버려, 입시제도가 어떻게 변하든지 신문기사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인간은 손위·손아래가 뚜렷할 때, 또래끼리 섞여 놀아야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어린애들을 어른들의 생각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훈련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요즈음은 애들끼리 동네 골목에서 뭉쳐 노는 광경을 잘 볼 수가 없다. 학교, 학원, 과외를 돌다가, 시간나면 전자오락, TV, 컴퓨터에 빠져 또래들끼리의 인간성을 배울 기회가 없으며, 전부 스스로 모든 면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나 생활을 그 부모들은 위험하지 않고, 옳게 생각하여 바르게 행동한다고 판단한다.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동물의 먹이사슬 세계에서 호랑이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듯, 인간 사회에서도 호랑이 할아버지, 호랑이 선생님, 호랑이 삼촌 등이 존재하여, 사회, 학교, 가정의 위계질서를 유지하고 인륜도덕을 바로 세웠다. 요즈음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또한 교실이 붕괴되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육열의 우리 나라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가? 이는 역사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기성세대들이 잘못 생각하고 잘못 행동해 온 귀결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학교, 가정에 호랑이가 없어진 결과이며, 사교육에만 의존하는 학생, 학부형들이 공교육을 불신하면서부터 생긴 현상이다. 한 학급에서 교사의 강의에 주목하여 공부를 하는 학생은 10%내외이며, 다른 공부를 하든지, 만화를 보든지, 자든지, 게임을 하든지, 아니면 아예 교실을 나가버리든지 공부하는데 방해만 되지 않으면 그냥 놔둔다고 한다. 선생님의 사랑의 매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문제를 미리 알려줘서 성적을 대부분 ‘수·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절대평가한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점수가 떨어지면 학생들의 장래를 망친다고 학부형들이 난리를 치고, 이에 교장이 담당 교사를 닦달하니 교사들인들 어쩔 수 있겠는가? 학생들은 또래들한테서 왕따 당하지 않으려고만 신경쓰고, 부모들도 학교폭력에만 휩쓸리지 않기를 바라며, 비행을 일삼는 자기 자식은 감싸고, 남의 자식을 욕한다. 남들이야 어찌되든 우리 애만 대학가면 된다고 아우성이다. 어떠한 숙제도 돈을 주면 학원에서 해결되고, 어떠한 학습 준비물도 문방구에서 돈으로 살 수 있으며, 학원들은 학생모집에 혈안이 되어 친구를 데려오면 상품을 주거나 아예 현금을 주기도 한다고 한다. 어디를 가나 이런 현상이 없을 수야 없지만, 다만 정도문제이다. 교육은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지·덕·체 전인 교육을 강조하던 시절도 있었건만, 이 사회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러한 학생들을 도토리 키재기 하면서 그래도 조금이나마 우수한 학생들을 뽑는답시고 노력하는 우리들이 안쓰럽다. 인간성, 도덕성, 사회성 등을 가름할 길이 없으니 그냥 변별력없는 학업성적에다 몇마디 물음의 면접으로 당락을 결정하여 개인의 장래를 좌우하게 한다는 것도 참으로 미안한 감이 들기도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학생들을 받아 진정 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꾼으로 키우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 대학인들의 임무로 제일 먼저 시대적으로 사회에서 요구되면서도 그 학생들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여러 가지 전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충실히 교육에 임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대학에서 만이라도 인간 교육을 하지 않으면 이 나라의 장래가 어려워질 것 같은 감이 든다.

인간교육! 대학에서 교양 교육이라 하면 전공 교육에 들어가기 전에 의례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것이며, 재미로 듣는 가벼운 교과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다. 이것은 학생들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교수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 학생들이 장차 이 나라를 짊어지고 우리들의 미래를 책임질 우리들의 자식들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 쉽게 볼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 대학은 불교 정신을 바탕으로 학술과 인격을 연마하도록 하는 것을 건학이념으로 하고 있으며, 이것에 맞춰 모든 학생들은 「자아와 명상」, 「불교와 인간」 교과목을 교양필수로 이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처님의 생애와 가르침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통하여, 올바른 세계관·인생관·가치관을 갖게 하고, 지혜와 자비를 갖춰 실행하는 인간 인격 완성과 평화롭고 행복한 이상 세계건설에 헌신 노력하도록 하며, 자아의 분석과 명상을 통해 진실하고 창조적인 인간상 확립이 그 교과목들의 교육 목표이다. 참으로 바라던 인간 교육의 목표이라고 본다. X세대, Y세대, N세대 등으로 부르며 요즈음 신세대들을 보는 시각이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으며, 개성이 강하고, 다양한 성격, 다양한 신앙을 갖고 있는 신세대들을 하나의 기준으로 인간 교육을 시키는 것은 효과를 불러일으키기가 쉽지 않다. 예전에 부처님께서 각자의 수준, 능력, 소질, 욕구에 맞춰 그들에게 제각기 가장 적절한 가르침을 주셨다고 하여 대기설법이란 말이 있다. 저희들밖에 모르는 신세대들에게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을 갖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 방법, 교육 내용 뿐 아니라 교육을 담당하는 쪽에서도 솔선수범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단순히 불교의 교리에 따라 엄한 계율을 지키게 하고 정진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종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므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덮여 있어서 불성을 보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을 꾸짖고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올바르게 가다듬고 깨달음을 향한 각오를 다지게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마음으로 감화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들의 각오와 최선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과목을 담당하지 않는 교수들도 불교를 더욱 공부하고 실천하여 모든 학생들의 귀감이 되도록 용맹정진하여야 하며, 스스로 불교를 배우고자 하는 교수들을 적극 뒷받침해 주는 것도 멀리 보면 학생들의 인간교육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유치원부터 초·중등교육에도 불교인들이 다방면으로 적극적으로 이바지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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