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정각도량 / 12월호 / 통권 36호 / 불기 2541(1997)년 12월 1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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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간호학의 출범 / 김설자 의과대학 간호학과 교수

100년 전통의 동국대학교에 간호학과가 신설되고 첫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연초의 분산함과 혼란도 많이 가라앉고, 여린 새싹 같이만 보이던 간호학과 학생들도 대학생활에 잘 적응해가며 제법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 간호학과의책임을맡아지도하는사람으로서 흐뭇한 마음을감출 수 가 없다.

 우리 간호학과의 교육목적은 동국대학교의 불교적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간호학의 이론과 응용방법을 연구,교수 및 실습함으로써 학문의 다양성, 독자성 및 전문성 추구와 윤리를 고양하고, 인류의 조화롭고 균형있는 건강한 삶의, 영위에 기여하며, 지도자적 자질과 인격을 배양하고. 총체적 인간중심의 건강 간호사업 발전에 공헌할 간호사를 육성하는데 있다. 그 교육목표중 무엇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불교의 보살 정신을 바탕으로 인간, 환경, 건강, 간호에 관한 통합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간호의 다양성을 탐구 및 이해하는 것이다, 전공기초 과목인 '한국문학와 간호' 시간도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없는 불교정신에서 간호정신을 유도해내는 일종의 특성화 과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이팅게일 이후 간호학문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한 종교인들의 포교와 봉사정신은 하나의 큰 맥을 이루어 지금도 전세계 곳곳에 그들의 사랑의 손길을 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소록도에도 외국 수녀들의 봉사활동이 꽃을 피우고 있음을 우리는 불 수 있다. 천주교나 기독교에서는 이미 그들의 사상에 입각한 간호학의 이론이 정립되어 간호업무가 이루어지고 있다. 천주교 수녀들과 기독교 선교사들의 간호를 통한 그들의 빛나는 선교활동은 간호 역사상 결코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타종교에 비해 불교의 지혜와 자비 사상을 바탕으로 한 불교적 간호학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동국대학교 간호학과가 개설되므로써 아직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불교 간호학문 성립에 새 장이 열리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불교는 생활 속에서 항상 우리와 함께 하여 왔다. '생활 속의 불교' 란 말처럼 불교의 정신은 우리들 문화 속에서 생활저변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불교의 사상을 간호와 연결하여 학문화하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하고 쉬운 것 같으면서도 결코 간단한 일 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학과 학생들에게 "불교와 간호"라는 과제를 주고. 간호학이론 정립과 관련 있는 인간, 환경, 건강 및 간호의 개념을 불교사상 속에서 이끌어내도록 도와주고 학생들이 생각하는 방향에서 기술하도록 하는 시간을 마련한 적이 있었다. 간호학과 몇 학생의 불교와 간호에 관한 그들의 관점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H학생은, "간호학은 인간 및 환경과 관련이 있는데, 여러 가지 불교사상 중 연기론과 화쟁 사상은 인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완전히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지 않고 인간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관계를 맺으며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상호 대립하기도 하고 보완하기도 하며 부딪히며 살아가는 것이다. 때로는 인간이 인간에게 피해를 주며 또 때로는 이익을 주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간호학에서 인간의 이해는 유기적인 공동체로서 이해하여야 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너그러운 마음과 한쪽으로 지나지게 치우치지 않는 저울의 균형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쌍방이 상호 협력하여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화쟁사상은 연기설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연기설에 의한 자연관이 한국의 화쟁사상에서 잘 반영되고 있는데 이것은 자연과 인간을 동등한 입장에서 보면서 전체적, 조화적 개념을 토대로 하여 자연과 인간이 동화된 상태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위 학생은 불교의 연기설과 화쟁사상에서 간호의 주요개념중 인간 관계 및 환경에 관하여 고려를 하였으며, 자연과 인간을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존재로 보았다.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는데 우주적인 인간관을 제시하고, 올바른 간호를 행하는데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면서 간호의 대상자인 인간을 대할 때 기계적인 태도보다는 인간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기술하였다.

 E학생은 간호와 관련된 불교의 사상으로 자비, 평등, 생명존중사상을 기술하였다. 자비사상을 남에게 이익과 사랑을 안겨주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간호의 본질을 설명하였으며, 어머니의 사랑과, 고통에서 구해주는 것, 남에게서 불이익과 고(苦)를 제거하고자 하는 마음을 국제간호협회에서 발표한 간호사 윤리강령과 비교하여 유사성을 모색하였다. 평등사상 역시 간호사의 윤리강령에서 밀접한 관련성을 찾아내고 간호사 윤리강령 및 나이팅게일 선서에서 생명존중 사상을 불교와 관련하여 공통점을 찾아내었다.

 또한 간호중재의 한 방법으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관요법. 명상요법, 상담 등을 제시하였다. 나아가서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정신적 안식처가 되어주기 위한 불교적 호스피스 간호의 여러 가능성들을 기술하여 간호의 확대된 역할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간호의 인간존중사상, 사랑, 희생, 봉사의 정신을 불교의 보살정신과 함께 비교하면서 기독교와 천주교의 서양종교에 뿌리를 두어 발전해 온 간호학에서 우리의 사상과 체질에 맞는 불교를 바탕으로 한 간호학문의 발전을 기대하며 우리사회에서 수녀, 간호사가 아닌 비구,  비구니 간호사를 볼 수 있게 되리라 믿고 있다. 모든 학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간호학은 그 바탕을 중요시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기초 위에 집을 짓는가에 따라 모래성을 쌓을 수도 있고, 수백년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성도 쌓을 수 있으리라. 단편적인 지식의 조각들을 연결하여 자란 간호사의 자세보다는 지혜와 보살정신에 입각한 인간 사랑의 정신을 바탕으로 성장된 간호사의 자세를 지니는 동국 간호인이 되기를 바란다.

 아직 불교적 간호학은 학문적으로 체계화 되어있지 않으나, 관심있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머지 않은 장래에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구체적이고 체계화된 간호사업이 활발게 전개될 것이다. 우리 간호학과는 간호학 발전과 불교의 포교 및 사회봉사의 차원에서 많은 비구. 비구니들의 참여와 관심을 기대하며 열린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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