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달러의 행복
이도업 스님/ 불교문화대 불교학과 교수

한 해가 저무는 12월 23일날 늦은 밤에 우리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원생 34명은 방콕행 비행기에 올랐다.

작년 10월 일본 속의 한국불교 문화유산 탐방과 지난 6월 문수보살 상주 설법처로 알려진 중국 오대산 성지순례에 이은 세 번째 여행이었다.

지난 두 번의 여행은 대승불교 성지순례였는데 이번에 가는 태국 미얀마 순례는 소승불교의 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이 되는 셈이다.

불교에서 대승과 소승은 교리적인 면에서는 물론 문화현상으로 나타나는 절의 모양, 탑의 양식, 염불이나 수행방법, 스님들의 생활양식에 있어 다양한 차이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아주 작은 일에서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인생의 성공이 학교 성적순위에 있지 않은 것처럼 우리의 행복 또한 선진국 순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여행 5일째 되던 날 우리 일행은 마하간다용 수도원에서 아주 장엄하고도 감격스런 스님들의 공동체 생활모습을 체험한 후 오후에 작은 배를 탔다.

미완으로 남아 있는 민군대탑을 참배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에서의 복잡한 생활도 벗어놓고 근심도 걱정도 기쁨까지도 다 내려놓고 아주 한가롭게 민군대탑을 향해 갔다.

우리 일행이 배에서 채 내리기도 전에 한 무리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카드 사세요.”  “일 달러, 일 달러.”

하고 한국말로 외쳐대는 것을 보니 그 동안 꽤나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갔나보다.

“일 달러”를 외쳐대는 아이들 속에 빨간 줄무늬 치마에 두 눈이 유난히 맑은 소녀가 있었다.

정장차림(미얀마에서는 성지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맨발이어야 하는데 우리 가이드는 그것을 정장차림이라 불렀다.)으로 대탑 정상을 돌아 다시 배에 돌아 왔을 때는 해가 늬엇늬엇 지고 있었다.

한 시간도 넘게 걸린 시간동안 그 소녀는 계속해서 “일 달러”를 외치며 오고 있었다. 어린 소녀이니 발인들 오죽 아팠을까...

한 시간 내내 무관심으로 일관했지만 그 아이는 한번도 화내거나 찡그리는 일이 없었다. 배를 타기 직전 나는 “카드는 필요 없어... 그냥 주는 거야”하면서 일 달러를 건네 주었다.  하얀 이에 두 눈을 유난히 반짝이면서 환하게 웃던 그 아이의 모습에서 나는 행복을 보았고, 작은 나눔에서 큰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어둠이 내려깔리는 강 언덕에서 쉼 없이 손을 흔들던 아이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아련하다.

나는 거기서 일 달러의 행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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