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메추라기의 발원 안양규 / 불교문화대학
불교학과 교수
붓다가
마가다(Magadha)에 머물고 있을 때 산불이
꺼진 것에 대해 말씀하신 이야기이다.
붓다가 마가다의 한 마을에서 탁발을 하고
돌아와 공양을 마치고 제자 비구들과 함께
길을 가고 있을 때 인근의 숲에서 커다란
산불이 일어났다. 불길이 맹렬한 기세로
비구들에게 다가오자, 붓다의 전후에 있던
비구들은 공포에 질려 불을 끄기 위해
맞불을 놓으려고 하였다.
마른
막대에 불을 붙이는 비구들을 보며 또
다른 비구들은 이렇게 말했다.
“비구들이여!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대들은
중천에 떠있는 태양을 쳐다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지상과 천상의 온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부처님을 모시고 있으면서
부처님을 찾지 아니하고 불을 끄라고 소리
지르고 있느냐? 그대들은 정녕 부처님의
신통력을 모르고 있느냐? 부처님에게 가자”
그리하여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모여들고
그의 주위에 머물렀다. 사납게 타며 다가오던
불은 부처님의 주위에 이르더니 마치 물
속에 던져진 횃불 마냥 순식간에 꺼져
버렸다. 비구들이 붓다의 신통력에 감탄하자,
붓다는 말씀했다.
“비구들이여!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힘에 의해 불이
여기까지 오다가 꺼져버린 것이 아니다.
전생에 이룩해 놓은 업의 힘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다. 이 장소는 오랜 기간 어떠한
화재로부터도 자유로운 곳이다.”
비구들이
그 이유를 여쭙자 붓다는 다음과 같은
전생담을 들려주었다.
아주
먼 옛날에 보살이 마가다국의 숲 속에서
메추라기로 태어났다. 알에서 깨어나온
아기 메추라기는 귀엽고 아름다웠다. 매일
그의 부모들은 아기 메추라기를 둥지에
안전하게 두고 사방으로 먹이를 찾으러
날아갔다가 먹이를 구해 돌아와 귀여운
아기에게 음식을 먹였다. 어느 날 그 숲에
엄청난 산불이 일어났다. 맹렬한 속도로
나무에서 나무로 가지에서 가지로 잎에서
잎으로 불은 번져갔다. 겁에 질린 채 새들은
모두 날아 도망가버렸다. 아기 메추라기의
부모도 두려움에 휩싸여 아기를 버리고
날아가 버렸다. 아기 메추라기는 아직
너무 어려서 날개를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고 걸음마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아기 메추라기는 둥지에 누운 채 불길이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날개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하늘로 날아갈 수 있을 텐데...
만약 내가 발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장소로 걸어 갈 수 있을 텐데...
그러나 나는 손·발을 움직일 수
없다. 나의 부모도 너무 놀란 나머지 나를
버리고 날아가 버렸다. 이제 나는 그들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나 자신의 힘으로도 어쩔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렇게
절망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론 희망을 버리지
않고 구원에 대한 간절한 바램을 간직하고
있을 때 그에게 이런 생각이 일어났다.
“이
세상에 덕의 공능이라는 것이 있다. 진리의
공능(Saccakiriy)이라는 것이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덕을 성취하여 깨달음을 이룬
諸佛이 있다. 붓다들은 지혜로 중생들에게
해탈의 길을 보여주시고, 모든 중생들에게
차별 없이 자비로 대하신다. 나는 영원하고
유일의 진실을 믿는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을
생각하고 그들이 성취한 위대한 덕을 생각하고
오로지 진실된 믿음을 가진다면 진리의
공능이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불을 제어하여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새들도 안전하게
될 것이다.”
아기
메추라기는 먼저 과거 제불과 그들의 공덕을
기억하고 진실한 믿음을 내며 진리의 공능이
실행되기를 발원하였다.
“믿음의
힘을 생각하며
과거의
여러 부처님을 생각하며
진리의
힘에 의존하며
나는
이제 기적을 일으킨다.
날개가
있지만 날지 못하네.
나의
부모들도 또한 날아가 버렸네.
오!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불이여!
사라져라.”
아기
메추라기의 진실된 발원 앞에서 그토록
기세 좋게 타오르던 불은 아기메추라기가
머물고 있던 숲의 바로 앞에서 일시에
꺼져버렸다.
어린
아기 메추라기는 우리들에게 소중한 것들을
전하고 있다. 이 세상에는 진실과 덕이
존재하며 자비로 이 세상에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진실과 덕을 성취하신 부처님들이
계셨다는 것이다. 진실과 덕(바른 윤리적
행위)에 대한 깨끗한 믿음은 진실의 작용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붓다는 자비로 모든
중생들을 대하고 있으므로 깨끗한 믿음과
진실에 맞는 행위를 한다면 당연히 붓다의
가피력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만의
안전과 행복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중생들, 특히 고통받고 있는 중생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행복해지도록 발원하는
것이 메추라기가 전하고 있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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