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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기(佛敎旗)

장계환 스님/ 불교대학 교수

 


이번 개교 95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불상 앞에 세 마리의 코끼리가 새로운 동국대 가족이 되었습니다. 불교와 인간 시간에 부처님의 일생을 배울 때 마야 부인의 태몽에 코끼리가 출연하는 등 불교와 코끼리의 인연을 들어서인지 왠지 친근하게 느껴집니다.그런데 본관 앞의 태극기와 나란히 걸려있는 깃발은 조금 생소하여서 경비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더니, 불교기(佛敎旗)라고 하였습니다. 너무나 부끄러워 그 의미조차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교정 도처에 보이는 만(卍)자의 유래도 같이 알고 싶습니다.(사범대학 지리교육학과: 김아미)

어떤 사물을 보고 모른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움이 아닙니다. 그러나 모르면서도 진실을 알고자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부끄러워 해야할 일입니다.

여하튼 불교를 나타내는 상징물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령 질문해오신 불기와 卍자 이외에도 법의 수레바퀴를 의미하는 법륜(法輪)이라든가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연꽃이 모두 불교를 나타내는 상징물들입니다.

먼저 만(卍)자는 불교가 출현하기 이전부터 인도에 있었던 무늬로써 힌두교의 주신(主神)인 비쉬누신의 가슴털이 이 모양을 하고 있었던 데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부처님의 신체적인 특징, 즉 32상 80종호 가운데 하나로써 손과 발바닥에 바로 이 卍자가 새겨져 있었다고도 합니다.

그러므로 卍자는 고대 인도사회에서 종교적으로 위대한 인물을 상징하는 의미가 곁들여 있습니다. 아울러 이 卍자가 무엇을 형상화 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학설이 있는데 태양이나 전광(電光) 혹은 뇌화(雷火)를 상징한다는 설과, 또는 회전하는 북두칠성을 형상화시킨 것이라는 설 등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불교기(佛敎旗)는 1956년 스리랑카에서 열린 세계불교도 대회에서 정식으로 채택된 이래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보신대로 다섯 가지 색깔, 청·황·적·백·주황색의 세로줄과 오른쪽 끝에 다시 똑같은 다섯 색깔의 가로줄이 칠해진 모양입니다. 이때 세로줄은 시간적인 영원함을 나타내고 가로줄은 공간적으로 시방(十方)에 가득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색깔의 의미에 대해서도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부처님께서 성도하실 때 몸에서 오색(五色)의 빛을 나투셨는데 이것을 나타내었다는 설과, 또 하나는 전인류의 인종색(人種色)을 상징화 한 것이라는 설입니다.

끝으로 불교기의 색깔을 말씀드리자면 먼저 청색은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줄기차게 진리를 추구하는 정근과 귀의를 나타내고, 그 다음 황색은 금빛 찬란한 부처님의 몸 빛깔을 상징하여 변함없는 금강의 지혜를, 적색은 대자대비의 묘법을 닦아 쉼 없이 수도에 힘쓰는 정진과 자비를, 백색은 청순한 마음으로 온갖 악업과 번뇌를 소멸하는 청정함을, 그리고 주황색은 가사의 색깔로써 온갖 굴욕과 유혹에서 참아 이기는 인욕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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