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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대사(生死大事)

채인환 큰스님/ 전 선학과 교수

 


생사대사(生死大事)란 우리 인생에서 태어나고 죽는 일로서 가장 중대한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일에만, 눈앞에 먹고 사는 일에만 얽매이다 보니 이런 생사 문제를 특정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언젠가 우리는 죽습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차례가 없으며,  대부분은 당황스럽고 어찌할 바 모르는 문제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죽음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면, 당당하게 맞이해서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에 관련해 불교에서 전하는 유명한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약 7세기경 중국 당나라때 서천(西川)이라는 고장에 불교를 믿으며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지방유지인 황삼랑(黃三郞)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노후에 80세가 지나서 어느 날 갑자기 가슴속에 찬바람이 홱 지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갈 날이 멀지 않음을 깨닫고 스스로 두려워하거나, 혼란해하지 않고 갈 준비가 되었느냐 자문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함을 느낀 그는 장성한 아들 둘을 불러 너희들이 열심히 과거공부를 하고 있지만 세속의 출세길인 과거에 뽑히는 것과 불교의 참선하는 도량으로 가서 성불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좋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들들은 성불할 수 있는 불도로 가는 것이 더 좋다며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가는 길 닥쳤을 때 자신 없는 나와 같은 길을 너희들이 가게 할 수 가 없으니, 당장이라도 불도에 귀의하는 것은 어떻겠느냐 권유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아들들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의견에 놀라면서도 두말 할 것 없이 불도에 귀의했다고 합니다.

당시 대선지식으로 마조 도일(馬祖 道一)선사가 홍주땅 개원사(開元寺)에 계셨습니다. 그분은 이미 생사일대사를 해결하고 많은 이에게 불도를 전하고 있었는데, 황삼랑의 아들들도 출가하여 이 마조선사 밑으로 들어가 열심히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일년쯤 지난 후 황삼랑은 인사를 드리러 온 두 아들들의 변화된 모습에 무척 기쁘고 대견했습니다. 나를 낳은 이는 부모요, 나를 이루어 준 이는 도반(벗)이라는 옛말을 꺼내며 황삼랑도 마조선사에게 가기를 결심하게 되었고, 나이가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며 아들들도 기쁘게 개원사로 아버지를 모셨습니다.

마조선사는 황삼랑에게 물었습니다.

황삼랑이 아닌가? 서천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대는 서천에 있는가 여기 홍주 개원사에 있는가?

이에 황삼랑은 가정에는 두 주인(가장)이 없고, 나라에는 두 왕이 없습니다.   라고 답하였고, 마조선사는 흡족해하며 황삼랑의 나이를 묻고 무엇을 계산하여 나온 나이인가 되물었습니다. 이에 황삼랑은 마조스님의 한 말씀으로 크게 깨닫고  그동안 자신의 어리석은 마음 속에서 벗어난 것이 기뻐 스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일생을 헛되이 보낼 뻔하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웃 대안사(大安寺)에 양(亮)스님이란 분이 계셨는데, 마조선사에게 사방에서 제자들과 신도들이 모인다는 소문을 듣고 시기하여 마구 험담을 했습니다. 어느날 대안사 마루에 황삼랑이 통곡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양스님이 놀라 그 연유를 물어보니 양스님 당신을 위해 웁니다라고 답하는 것입니다. 무슨 뜻인지 다시 되물으니 자신은 출가해 마조선사의 한 말씀에 바로 깨달았는데, 그대는 당장의 죽음에 달했을 때 거리낌없이 생사에 초탈할 경지가 안되어 있을 듯 싶어서 내가 여기에 와서 통곡을 하는 것이라 말하였습니다. 양스님도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뜨끔해서 더 이상 험담않고 마조선사를 찾아갔습니다.

마조선사께서 양스님에게 내가 소문을 듣건데 그대가 경전에 해박하고 통달하여 강의를 잘한다는데 사실이요? 그러면 그 경을 강의할 때 무엇을 가지고 강의하는 가?라고 물었습니다.

양스님은 마음으로 강의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마조선사께서는 그 마음이라는 것은 변덕이 심한 것으로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부처님말씀을 전한다 말인가라고 반문하였습니다. 다시 양스님이 그럼 이 마음이 아니면 저기 허공들이 강의를 한단 말입니까?하고 펄쩍 뛰었죠. 마조선사는 저 허공이야말로 경을 바로 강의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양스님은 스님과 더 이상 얘기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 삼경(三更)에 누가 문을 두드려서 잠자고 있던 양스님이 일어났습니다. 누구냐고 물으니 저승 사자(鬼使)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대가 갈 때가 되어서 데리러 왔다는 사자의 말에 양스님은 머릿속이 하얀 백지처럼 되는 것을 느끼면서, 내가 이제 67세인데 40년 동안 경과 논을 강의하였으나 하루 밤 하루 낮만 말미를 주어 수행케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사자는 40년 동안 경론을 강의하기를 탐하면서도 수행을 못했다면 이제사 다시 수행을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추궁하였다. 이에 옆에 있던 둘째 사자가 양스님의 간청을 들어준 들 아무 문제없으리라 권유하여, 먼저의 사자가 하루를 더 수행하도록 허락하고 내일 다시 오겠다고 말하였습니다.

날이 밝기를 기다릴 겨를도 없이 양스님은 개원사 마조선사께 달려가서 앞의 일을 자세히 진술하고 죽음이 닥쳐왔는데 어찌하여야 되며, 바라옵건대 선사께서 저의 남은 목숨을 자비로써 구제해 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

이에 마조선사가 이르기를 화두를 들고 참선을 한다고 하면 처음에는 화두가 있고 내가 있지마는 나중에는 화두도 없고 나도 없게 된다. 즉 내가 화두가 되고 화두가 내가 되는 것이다. 염불을 해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부르는 내가 있고 불리는 아미타불이 있지만, 염불삼매에 들어가면 부르는 내가 없고 불리는 아미타불이 없게 된다. 곧 내가 바로 아미타불이요, 아미타불이 바로 나인 것이다. 양스님은 그때 깨닫게 되었고 마조선사께서 그를 자기의 곁에 서 있게 하였는데 날이 새어 저승 사자가 대안사로 가서 양스님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다시 개원사로 와서 양스님를 찾았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이때 선사와 양스님는 마음이 허공과 같아서 사자를 보았으나, 사자는 선사와 주지를 보지 못한 것입니다.

이후 양스님은 마조선사과 더불어 7일 7야 선정삼매에 들어갔고 7일 후 그제야 참진리를 얻고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양스님이 마조선사에게 말하길 제가 화상의 곁을 떠나 스스로의 수행 길을 살피려 하오니, 바라옵건대 화상께서 오래 오래 세상에 계시어 많은 중생을 제도해 주십시오. 그 후 양스님은 그의 제자와 대중들을 다 불러서 고하였습니다. 나의 일생 동안의 공부를 앞지를 이가 아무도 없다고 여겼더니, 오늘 마조선사의 앞에서 꾸지람을 받자 망정(妄情)이 몽땅 사라졌다. 내가 자만했으나 마조선사를 만나 새로이 깨달음을 얻었으니 쓸데없는 잡동사니가 다 사라진 것과 같다.하고 학도(學徒)들을 모두 물리치고 한 번 서산으로 들어간 뒤에는 다시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고 합니다.

옛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제일 중요한 것은 피할 수 없고 누구든지 맞게 되는 운명의 순간에도 꼭 한 생각 바로 챙겨갈 줄 알아라하는 것입니다. 어렵다고 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하루 하루 먹고살기 바쁘다고 뒤로 미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이라 생각하고 바른 정념을 가져야 합니다. 내일이라도, 일년 뒤에라도, 죽음 앞에 있더라도 바른 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극락에도 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여러분 모두가 마음속에 불심이라는 작은 씨앗을 심어서 언제 어느 때 죽음이라는 것을 맞이하더라도 한 생각으로 자신을 챙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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